▲황금종이는 상하 두 권으로 나왔습니다.
박현국
지난해 말 조정래 작가님의 <황금종이>가 나왔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장편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썼습니다. 작품 마다 모순되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열정이 잘 담겨있습니다.
이번 <황금종이> 역시 주인공인 인권변호사 이태하를 중심으로 한국 현실 사회에서 있음직한 일들을 아주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헤치고, 또 지적하고 있습니다. 황금종이는 돈의 다른 이름입니다. 굳이 돈이라 말하지 않고 황금종이로 바꾸어서 불렀습니다.
주인공인 운동권 출신 인권변호사 이태하를 중심으로, 운동권 출신들이 나이를 먹고 자라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는지, 그들의 인생관과 현실, 그리고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여러 등장 인물을 통해 보여줍니다.
인류 역사에서 물질과 돈은 인간들과 늘 더불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은 다툼과 전쟁을 불러왔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늘 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간은 한시도 돈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인간이 먹어야 살 수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먹기 위해서 늘 돈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먹는데 그치지 않고, 많은 돈을 모아서 더 편하게 살고 싶어하고, 더 편하게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합니다.
주인공 이태하를 중심으로 여러 등장 인물들은 돈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회 활동을 합니다. 정치를 하다가 그만 두고 농사를 짓는 선배도 있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병에 시달리거나 사건에 휘말려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품은 여러 등장인물들을 활용하여 돈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여러 속성을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그것이 현실이고,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부정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돈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출산율 저하입니다. 최근 젊은이들은 취직이 어렵고, 돈 벌기가 어렵고, 애를 낳아서 키우기 어렵다며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해도 아이 낳기를 꺼려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율 저하와 결혼 기피 현상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잘 살아보자는 압축 성장 뒤에 가려진 사회의 속성과 사람의 본래 모습이 발가벗겨졌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황금종이는 돈의 무서운 속성을 보여 주면서 우리 사회를 고발합니다. 이것이 돈의 위력이고, 현실이고, 돈을 위해서 이렇게 날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황금종이에서 주인공 이태하는 인권변호사로서 올곧게 운동권 출신의 소신과 사명감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물심양면으로 성심껏 도와주고, 돈에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정당한 노력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습니다.
황금종이는 우리 사회의 돈 문제를 고발하고, 밝히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주인공 인권변호사 이태하는 친척 돌잔치 축사에서 말합니다.
'아기'의 돌맞이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 생명이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탄생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한 인간이 하나의 소우주인 것은 하나의 인간의 소중함과 가능성과 신비함이 그만큼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소우주가 제 빛을 발하고,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될 때까지 그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주변 사람들은 온 정성을 다하여 그 생명을 보호하고 육성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것을 약속하고 다짐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입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20년이 다 되도록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인 가운데 결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질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더라도 애를 낳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구 감소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면 그런 기현상은 민족 자멸을 촉진하는 비극의 시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행한 시대에 '아기'의 돌맞이는 더욱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노고가 컸던 엄마 아빠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아기'가 외로워서는 안 되니 앞으로 형제를 둘쯤 더 선물해 아기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아기'의 돌을 축하합니다. <조정래 황금종이 2, pp.251-252, 책에 나온 아기 이름 '광익'을 '아기'라고 바꾸었습니다. >
아무리 사회와 현실이 돈에 미쳐 돌아가도 인간 사회가 패망의 길로 빠지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을 돌아보고 개선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현실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시지프스 신화의 주인공처럼 인간은 헛되이 오늘도 무거운 돌을 산 위로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돌 잔치가 열리듯 희망의 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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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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