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찾아보는 것부터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권유정
이번에는 여행지를 선정하는 처음 단계부터 학생들과 함께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대중교통으로 자유여행이 가능하고, 너무 멀거나 비싸지 않은 여행지로 부산, 타이베이, 오사카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부모님과 논의해 선택을 하게 했다. 3월 말 갑자기 결정된 자유여행이라 되도록 빨리 여행지를 선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지난해 후보지였던 부산, 타이베이, 오사카와 더불어 홍콩과 싱가포르를 후보지에 추가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가가 다른 여행지보다 비싼 편이라 지난해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곳인데 올해는 트래블월렛에서 여행경비 일부를 후원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트래블월렛은 외화를 충전, 결제할 수 있는 핀테크사로 지난 오사카 여행에서 우리는 트래블월렛 카드를 발급해 유용하게 활용했었다.
원화 계좌를 연결만 해놓으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환전해 사용할 수 있고, 환율도 현금 환전보다 유리한 데다 현지 ATM 출금과 결제 수수료가 없고, 남은 금액은 쉽게 원화로 환급할 수 있어 환전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선불 충전식이라 카드 사용으로 인한 무분별한 과소비도 염려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수에 약한 지적장애 학생들이 카드로 결제하니 낯선 외화임에도 스스로 계산을 할 수 있었고, 어플에서 간단하게 충전과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가계부를 작성하고 지출을 관리하기에도 좋았다.
경증의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실 안 배움을 넘어서 보다 실제적인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나 다양한 활동에는 어쩔 수 없이 비용 부담이 따른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교 여건상 교사들은 여러모로 가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박봉에도 헌신하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 특히 해외여행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교사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하지만 그만큼 교육의 효과가 크고, 아이들도 해외 자유여행을 한다는 것에 기대감과 성취감이 높고, 또 평생에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임을 알기에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시고 있다.
그런데 트래블월렛에서 비용을 후원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해 우리 여행기를 본 트래블월렛 측에서 먼저 연락해왔다. 다음에 또 여행을 간다면 지원을 해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잊지 않고 이번 여행에 도움을 준 것이다.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앞서 여행후기를 쓰며 트래블월렛 카드 덕에 여행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을 글에 담았는데, 그것이 연이 되어 감사하게도 지원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온 게 <오마이뉴스>에 지속적으로 글을 썼던 덕인 것 같아 그 또한 감사하다.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두 번째 졸업여행 도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뭘 원하는지 물어도 어리둥절 했던 아이들, 달라졌다
선택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각 여행 후보지에 대한 조사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여행지에 대한 영상을 보여준 뒤 1차적으로 마음이 끌리는 여행지를 고르고 각각의 장소에 대해 위치, 비행시간, 날씨,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 등의 정보를 찾았다.
열심히 여행지를 검색하는 아이들을 보니, 별 거 아닌 장면에도 왠지 마음이 찡했다. 1학년 때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을 찾아보라고 해도 태블릿을 앞에 두고 목석처럼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던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다가 한 명이 의견을 내면 모두가 메아리처럼 같은 답을 내놓았다.
스스로 무얼 하고 싶은지도, 무얼 좋아하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선택을 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 즐겁고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본 일이 드물었던 아이들에겐 이런 것들조차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