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사업회 용산특강 <'건국전쟁' 감독이 들려주는 현대사 재조명 포스터>
전쟁기념사업회
강의 주제와 강사명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올해 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1세대들의 희생과 투쟁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미명 아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미화와 왜곡된 시각이 담겨져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이 6.25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이승만 정권에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한 한 극우 인사의 인터뷰를 교차 검증 없이 그대로 삽입하여, 김구 선생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가했습니다.
또한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4.19혁명의 책임을 은근슬쩍 이기붕과 자유당에 떠넘김으로써 이승만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수백에 이르는 민간인들이 희생됐다는 여러 증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강 인도교 폭파 당시 민간인 사망이 없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승만 정권 당시 벌어진 '백범 김구 암살 사건', '조봉암 사건'을 비롯하여 '보도연맹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4.3사건', '거창 양민 학살 사건' 등 수많은 정적 살해와 민간인 학살 사건 등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일체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전문 역사학자도 아닌, 더군다나 이런 편향된 시각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현대사 특강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여라도 대중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굳이 <건국전쟁>을 연출한 감독을 섭외했다면, 결국 영화의 기조에 맞춰 강의가 진행될 게 뻔해 보였습니다.
전쟁기념관 측이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의 날짜가 하필 4월 19일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계승'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19혁명의 발발 원인이었던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는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관련 내용으로 4월 19일에 강의를 한다니요. 4.19 혁명을 계승한 대한민국 헌법과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특강 반대 서명운동을 제안하다
적어도 4.19 기념일에 이승만을 미화하는 강의가 진행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서명운동 구글폼을 만들고, 개인 SNS를 통해 '강사 섭외 철회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