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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절벽에 수리부엉이가 터 잡은 진짜 이유

'팔현습지 하식애 지질조사 보고서'를 통해 본 팔현습지의 특징

등록 2024.05.19 11:21수정 2024.05.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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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 하식애가 길게 이어져 있다. 오랜 세월 강물이 깎아서 만든 지형이다.
팔현습지 하식애가 길게 이어져 있다. 오랜 세월 강물이 깎아서 만든 지형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팔현습지 하식애 중에서 가장 온전한 형태의 하식애를 보이고 있는 곳. 여기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보금자를 텄다.
팔현습지 하식애 중에서 가장 온전한 형태의 하식애를 보이고 있는 곳. 여기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보금자를 텄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경북 등 영남지역에서 환경조사와 연구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영남자연생태보존회의 이진국 박사(이학박사, 환경지질학)와 임종완 박사(이학박사, 무기화학)가 지난 3일 <팔현습지 하식애의 지질 특성과 생태적 의미>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팔현습지 하식애에 관한 첫 공식 조사보고서인 셈이다.

하식애(河蝕崖)란 한자 그대로 '강물이 깎아 만든 절벽 지형'을 이르는 말로, 금호강에서는 이곳 팔현습지 하식애와 달성습지 하식애가 특히 유명하다.

팔현습지 하식애는 이곳 명물 중 하나인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튼 서식처로도 유명하다. 이 하식애 아래쪽에 위치한 호텔 인터불고까지 모두 하식애 지형으로 되어 있어서 이곳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팔현습지를 이해하는 또다른 단초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한 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부처손과 애기석위가 가득하다. 팔현습지 하식애에 이들이 우점하고 있다.
부처손과 애기석위가 가득하다. 팔현습지 하식애에 이들이 우점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리부엉이 주변에 온통 부처손과 애기석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수리부엉이 주변에 온통 부처손과 애기석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곳엔 하식애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장하는 식물군락도 존재한다. 특히 부처손과 애기석위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하게 삶을 이어가는 식물들이 눈에 띈다.

팔현습지 하식애에는 부처손이 특히 많다. 지난 겨우네 수리부엉이가 휴식을 취하던 주변엔 부처손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으로 이곳이 금호강 내 부처손 최대 군락지임을 짐작하게 했다. 흙과 수분이 별로 없는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식물들을 보면서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팔현습지 하식애 조사 장면들
팔현습지 하식애 조사 장면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이번 조사보고서는 팔현습지 하식애의 특징에 대해 "경상누층군 하양층군의 반야월층으로 구성되며, 셰일, 석회질 셰일, 미사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며 "팔현습지 하식애의 퇴적암층은 주향 NE, 경사 완만한 SE 방향으로 발달"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팔현습지 하식애의 퇴적암층 내에는 4개조 정도의 절리가 발달하며, 2개조는 하천과 평행하게, 다른 2개조는 사교하거나 직교하며, 경사는 매우 고각을 이룬다" 고 봤다. 또한 "퇴적암의 층리면과 절리의 조합으로 다양한 미지형이 발달하는데, 이중 탁상형 지형은 맹금류의 서식 및 산란터로 유익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수리부엉이가 이곳에 터를 잡게 된 중요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 "팔현습지 하식애는 금호강의 측방침식으로 생성되었으며, 현재는 인위적 간섭으로 침식작용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팔현습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저정해야


마지막으로 "팔현습지의 범람원 환경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및 먹이원으로 매우 중요하므로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호강에 분포하는 팔현습지, 금강동습지(안심습지) 등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 맺고 있다.
 
 팔현습지 핵심 구간에 자리잡고 있는 하천숲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국가습지로 지정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습지가 바로 팔현습지다.
팔현습지 핵심 구간에 자리잡고 있는 하천숲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국가습지로 지정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습지가 바로 팔현습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즉 범람원인 이 일대는 습지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서 야생동물들의 주된 서식처로 매주 중요한 공간이란 이야기다. 그에 따라 이 일대를 습지보호구역 즉 국가습지로 지정해 더 이상의 개발은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 조사를 직접 진두지휘한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이진국 회장은 이번 조사 의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팔현습지는 안심습지나 달성습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나 그 가치는 두 습지에 못지 않고 오히려 더 가치가 큰 습지로 생각돼 조사를 시작하게 됐고,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하식애 자체는 아주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하식애와 그 주변 환경, 즉 이곳 범람원 환경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고 또 야생동식물들의 중요한 서식 공간으로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할 곳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팔현습지의 명물 왕버들숲. 이런 풍광들은 팔현습지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국가습지로 지정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팔현습지의 명물 왕버들숲. 이런 풍광들은 팔현습지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국가습지로 지정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번 조사보고서와 이진국 회장의 평가대로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팔현습지의 제대로 된 가치가 더 널리 알려져 국가습지로 지정돼 후대로 그대로 보전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관련하여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오는 5월 말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란 슬로건을 기치로 "'팔현습지 국가습지 지정 촉구 서명운동' 등을 통해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지정하기 위한 운동을 공식 전개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하식애 #습지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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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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