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손질을 하는 주방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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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가 오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내세워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순자씨는 사장 입장에서는 임금을 적게 줄 수 있으니 우선 당장은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강도가 세다는 말이거든. 진이 쏙 빠져 3시간이니까 하고 있는데 풀로 식당에서 일하면서 겨우 임금 조금 오른 거 받는다? 진짜 자괴감 들 것 같아. 내가 당장 돈이 아쉽고 쓸 데가 있으니까 한다고는 하지만 힘들 것 같아. 내 임금을 싸게 후려치고 있는데, 사장은 자꾸 나를 더 싸게 시키려고 하면 난 자꾸 더 피하고 안 할 것 같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기는 할 것 같은데 절대 사장이 시키는 업무 강도를 하지 않을 것 같아. 사장은 그 돈 주고 왜 너는 일 안 해, 나는 그 돈 받고 일 못 해, 이렇게 돼버리는 거지. 그런데 정부는 몰라. 임금만 깎으면 소상공인이 잘 될 줄 알겠지만 절대 아니거든."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 운영이 어렵기에 최저임금을 적게 책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손쉬운 선택이다. 상가 임대료나 재료비, 프랜차이즈 가맹비 등은 자영업자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임금은 가장 손쉽게 손을 댈 수 있다. 일을 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취업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다. 순자씨는 최저임금이 차등적용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은 저임금으로 일해도 되는 사람이냐고 분노하며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든 작은 사업장이든 간에 일하는 강도나 일자리의 중요성은 나한테는 똑같이 소중한 건데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내 임금이 다르게 책정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그래서 소상공인은 소상공인대로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봐요.
나도 경험 해봤지만, 건물 임대료 깎을 수 없고 부자재도 깎을 수 없으니 결국 사람한테 들어가는 돈밖에 깎을 게 없는 거잖아요. 솔직히 소상공인 사장만큼 힘든 게 어디 있어요? 새벽부터 시작해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게 많잖아요. 그런데 사장인 본인 임금도 못 가져가는데 저 일하는 사람의 임금은 자꾸 올라가면 그 임금 받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의 최대한 노동력을 뽑아먹을 생각을 사장도 하겠지요. 그래서 소상공인은 다른 시선으로 접근이 필요해요. 세금 혜택을 주던지 아니면 임대료를 못 올리게 제재를 해준다든지 그래야 돈 나갈 구멍을 사람으로 보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순자씨에게 노동의 가치란 무엇인지,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물었다.
"난 똑같을 것 같아! 급여를 많이 받은 사람도 있고 적게 받은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필요한 자리에서 사회가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곳에서 내가 일하고 있다는 것, 그런 나의 소중한 노동을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
'네가 하는 서비스 누군가는 하겠지, 너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하는 일자리도 노동자 없이 유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 시기만 오면 외식업체의 사업자들은 인건비 등 영업비용의 폭등으로 경영난에 처한다며 노동자를 감원하고 고용 시간을 단축하여 노동강도를 높인다.
외식업체에서 영업비용은 인건비와 식재료비, 임차료 등 고정비용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건비 증가가 영업 이익의 급감을 가져왔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외식업체 업주들도 안다. 그러나 비용 절감 할 수 있는 것은 인건비밖에 없기에 끊임없이 인건비를 절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한가운데에 정부와 사업주의 '노느니 일한다'의 가스라이팅으로 병원을 다니고 보약을 먹어가며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외식업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타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괜찮다는 가당찮은 말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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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일하니 더 적게 받으란 말도 안 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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