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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텀블러 세척기? 이게 급한 게 아닙니다

제주에서 효과 입증된 '다회용컵 서비스' 중단... 다시 그린워싱 논란 위에 선 스벅

등록 2024.06.01 12:16수정 2024.06.0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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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친환경적(Green)인 것처럼 세탁(White Washing) 한다는 뜻으로 기업이 표면적으로만 친환경 경영을 표방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말한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보다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친환경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 그린워싱 논란의 중심에 스타벅스가 있다. 
 
a  스타벅스가 운영한 일회용컵 업는 에코 매장. 제주 전역에서는 일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을 사용해왔다.

스타벅스가 운영한 일회용컵 업는 에코 매장. 제주 전역에서는 일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을 사용해왔다. ⓒ 녹색연합

 
일회용처럼 버려진 다회용컵 시스템  

스타벅스는 6월 1일부터 제주에서 운영하던 다회용컵 서비스를 중단한다.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서비스는 음료를 구입할 때 1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스타벅스는 2021년 7월 다회용컵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25년에는 전국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해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제주도 내 4개 매장에서 시작해 이후 전 매장(30개)으로 확대했고, 서울과 세종에 있는 일부 매장에서도 다회용컵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환경부가 추진한 연구용역으로 발간된 '다회용기 전환지원 사업 성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동안 제주 내 다회용컵 사용량은 371만1461개고, 반납률은 80%에 이른다. 다회용컵 서비스가 제주도 내 전 매장으로 확대되고, 운영 기간이 늘어나면서 다회용컵 이용에 따른 일회용컵 사용 감량의 효과가 확인됐다.

스타벅스는 '사업 적자'라는 경영상 이유를 들어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 있어 제주 지역 내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후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다회용컵 서비스를 시행 3년 만에 포기한 스타벅스의 다회용기 마케팅은 친환경을 내세운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a  스타벅스의 다회용컵(리유저블컵). 서울시청 주변 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다회용컵(리유저블컵). 서울시청 주변 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 녹색연합

     
a  제주공항에 위치한 반납기에 다회용컵을 반납할 수 있다. 많은 관광객들은 공항에 도착해 컵을 반납한다.

제주공항에 위치한 반납기에 다회용컵을 반납할 수 있다. 많은 관광객들은 공항에 도착해 컵을 반납한다. ⓒ 녹색연합

 
시스템은 버리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다

스타벅스가 제주의 다회용컵 사용 중단과 함께 발표한 것은 텀블러 세척기 설치다.

지난 5월 28일, 스타벅스는 개점 25주년을 맞아 지속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텀블러 세척기를 전국 매장에 도입해 일회용 컵 감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텀블러 세척기를 운영하는 매장은 개인컵 이용 건수가 세척기 도입 이전에 비해 하루 평균 약 30%가 증가했으며, 일반 매장에 비해서는 평균 개인컵 이용 건수가 17% 높다는 이유다.


올해 말까지 600개 매장에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하고, 3년 이내 전국 매장에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텀블러 세척기 설치 운영을 통해 현재 전체 음료 주문 건수 중 7% 수준의 개인 다회용컵 이용 건수를 2026년까지 2배 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알렸다.

이런 배경과 목표라면 텀블러 세척기를 통해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개인컵 이용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일회용컵 사용량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는 중단하면서 개인에게 텀블러 사용을 독려한다는 것은 환경 문제의 책임을 일회용컵 생산과 소비의 구조가 아니라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텀블러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세척기보다 할인혜택 강화해야 
 
a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5월 27일 스타벅스 서울 종로R점에서 열린 '다회용컵 사용 문화 확산을 위해 참여 업계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텀블러 세척기를 이용한 세척 시연을 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5월 27일 스타벅스 서울 종로R점에서 열린 '다회용컵 사용 문화 확산을 위해 참여 업계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텀블러 세척기를 이용한 세척 시연을 하고 있다. ⓒ 환경부 제공

 
물론 다회용기 시스템 도입이 되더라도 개인의 실천은 병행돼야 한다. 2022년 1월, 스타벅스는 개인컵 혜택을 강화한 결과 개인컵 주문 건수가 60% 증가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개인컵 이용 시 300원의 할인 혜택을 400원으로 높였고 개인컵 할인 대신 에코별 적립 시 혜택을 강화했을 때 적립한 에코별의 수도 증가했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의 개인컵 이용 설문결과(개인컵 사용을 통해 에코별 적립 건수가 가장 많은 고객 243명을 대상)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개인컵을 사용하는 주요한 이유가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45%, 109명)와 함께 '개인컵 할인 혜택'(40%, 97명)이었고, 개인컵 이용 권장을 위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39%(90명)가 '개인컵 이용 혜택 캠페인 확대', 29%(70명)가 '세척이 용이한 텀블러 개발'로 답변했다. 

스타벅스가 더 많은 시민이 개인컵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게 개인컵 할인 혜택이다. 스타벅스 자료에서도 개인컵 할인 혜택이 강화된 2022년 이후 개인컵 사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  스타벅스의 연간 개인컵 사용 실적(출처: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연간 개인컵 사용 실적(출처:스타벅스) ⓒ 녹색연합

 
그린워싱 논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9월, 스타벅스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음료를 구매하면 행사를 기념해 만든 다회용컵에 담아주는데 이 다회용컵은 한정판 굿즈가 돼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시민들은 줄을 서 기다렸고, 주문이 몰려 대기시간이 1시간, 대기음료가 수백 잔에 이를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당시 잦은 이벤트로 인한 직원들의 업무 부담 가중, 주문량 폭증에 따른 대기시간 증가, 컵을 받기 위해 음료를 대량 구매한 후 컵만 가져가고 음료를 버리는 등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 심지어 행사일에는 텀블러를 가져가도 리유저블컵을 가져가도록 안내해 다회용컵 인식 확대라는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는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10월 1일)을 기념한 행사로 글로벌 스타벅스가 공동으로 참여했지만,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행사 내용은 나라마다 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싱가포르, 대만 등 7개 국가에서는 200만 개의 다회용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10월 1일부터 다회용컵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110엔을 더 할인해줬다.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다회용컵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했다.

스타벅스가 다회용컵 사용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단 하루의 행사라 할지라도 다회용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컵을 가져오도록 했어야 한다. 또한 음료를 1회 주문 시 최대 20잔이 아니라, 1회 주문 시 1잔만 주문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컵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한 명이 20잔을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로 100만 개 이상의 리유저블컵이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는 다회용컵 인식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굿즈에 대한 소비욕구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100만 개의 다회용컵 쓰레기를 남겼다는 비판은 피해 갈 수 없었고 그린워싱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텀블러 판매보다 이용빈도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2023년 국내 연 매출이 3조 원이 육박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2.9%, 14.2% 증가했는데 이는 점포 수 확대와 연말 다이어리 등 굿즈(상품)를 증정하는 프리퀀시 행사 인기로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겨레>는 지난 2021년 3월 스타벅스가 한 달간 출시한 굿즈가 총 8건으로 출시 때마다 머그·텀블러·기프트카드 등이 세트로 출시되기 때문에 한 달에만 수십 종에 이르는 굿즈들이 나온다고 보도했었다. 텀블러의 디자인을 바꿔 계절마다 기념일마다 출시하면서 텀블러 판매량을 높이는 상황이다.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텀블러를 하나 사서 오래 쓰라는 메시지는커녕 굿즈를 수집하도록 하는 마케팅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닌가.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대학교 학생을 1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2021년 7월) 응답자의 91%가 '텀블러를 소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82%가 '텀블러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을 보면 텀블러 보급률은 높지만 실제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가 일회용컵 대신 개인컵 사용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시즌마다 텀블러 굿즈를 판매할 것이 아니라 이미 소유하고 있는 텀블러를 집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a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텀블러, 머그컵등. 2021년 3월에는 한 달간 8번의 굿즈가 출시되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텀블러, 머그컵등. 2021년 3월에는 한 달간 8번의 굿즈가 출시되었다. ⓒ 녹색연합

 
그린워싱과 ESG 

그린워싱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고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제품 수명을 연장하는 데 노력하지 않는 휴대폰 회사, 화석연료를 주원료로 사용하면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거나 재생에너지에 일부 투자하겠다고 하는 자동차나 정유회사, 천연성분이 1% 미만인 상품들도 천연 제품이라고 표시하는 회사, 알루미늄 소재는 영원히 재생가능하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직접 회수하지 않아 버려지는 알루미늄 캡슐을 양산하는 커피캡슐회사등 일부의 내용만으로 친환경을 내세워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고, 그 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 경영에서의 ESG 개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SG는 친환경(E), 사회적 책임 경영(S), 지배구조 개선 방식(G)을 적용한 경영 철학으로 과거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요소에 그쳤다면 이제는 투자를 결정하는 주요 척도가 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

환경 경영을 위한 노력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의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일회용컵에서 주는 그린워싱 메시지를 스타벅스는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허승은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입니다.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스타벅스 #그린워싱 #친환경 #다회용컵 #리유저블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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