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피켓을 출입문에 붙여 놓았다.
권우성
김만배의 배후는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10개월 전 검찰은 "배후 세력을 규명하겠다"며 기세등등했지만, 10개월 후 검찰은 "(배후 규명은) 수사 방향과 다르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검찰은 8일 지난 대선 직전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주된 혐의는 지난 2022년 대선 직전 허위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관련 기사]
강제수사 10개월 만에 '윤 대통령 명예훼손' <뉴스타파> 대표·기자 기소 https://omn.kr/29cd1).
지난해 9월부터 검찰은 배후 규명 의지를 피력하며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펼쳤다.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사 또는 언론인만 해도 <뉴스타파>외에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등 여럿이다. 하지만 10개월 뒤 나온 수사 결과는 '용두사미' 수준이다. 그나마 기소된 4명도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0개월 전 "배후 세력 규명"... 10개월 후 "수사 방향 아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1일이었다. 김만배씨로부터 허위 인터뷰 대가로 금품을 제공받았다면서 신학림 전 위원장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9월 5일 용산 대통령실이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중대한 국기문란이자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자, 검찰은 이틀 뒤인 9월 7일 10여 명 규모의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 구성으로 화답했다.
그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취재진을 만나 "어떤 배후 세력이 있는지 수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배후세력이 있음을 의심하는 이유를 두고 "보도내용이나 시점의 민감성·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관련자들이 치밀하게 계획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위·대가성·배후 세력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그 배후를 이재명 후보 쪽이라고 보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계속 수사 중에 있으니, 지켜봐 달라"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났다. 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사실상 배후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만배씨가 누군가부터 지시를 받거나 모의한 것을 전제로 그 특정인이 배후라면, 이는 수사 방향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10개월 전 배후세력을 규명하겠다는 말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이 상황이나 국면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편승한 것은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검사 10여명이 나서 10개월간 '배후'를 규명했다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뉴스타파>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김만배씨의 주된 혐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뉴스타파, 뉴스버스, 경향신문 등이 허위사실을 보도하게 함"이라고 적시했지만, 정작 나머지 언론사에 대한 처분은 없었다. 그렇다고 명확히 혐의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에 있다"면서 말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