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투쟁 중 인터뷰 하는 박은자 분회장
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4년 7월 24일 오전,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를 만났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란 슬로건과 신영복 교수로 알려진 성공회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성공회대학교 9년차 청소노동자이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지부 성공회대학교분회 박은자 분회장을 만나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2014년 3월, 은자씨가 성공회대학교에 입사했다. 당시 은자씨가 구로구 항동에 산 지 20년쯤 되던 시기였다. 친한 언니와 대화 중 성공회대에 청소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니: 은자야, 나 성공회대에서 청소 일해. 자리 있는데 너도 들어와.
은자: 대학에도 청소 노동자가 필요하구나... 생각도 못 해봤어.
마침 은자씨는 일자리가 필요했고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고 있었다. 가끔 아들들 손잡고 축제 구경하러 가던 성공회대에서 일한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은자씨는 성공회대로 출근하게 되었다.
3개월쯤 일했을 어느날 남편의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다. 암이었다. 경과가 안 좋았다. 옆에서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은자씨는 일을 그만두고 2년간 남편을 돌보았다. 2년 후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은자씨는 가장이 됐다. 돈을 벌어야 했다. 마침 성공회대 소장에게 전화가 왔다.
소장: 은자씨, 학교로 다시 청소하러 올 생각 있어요?
은자: 가까워서 좋긴 한데... 자리 있어요?
그렇게 은자씨는 2016년 3월 14일 다시 성공회대로 들어왔다. 계약서를 쓰려던 중, 청소 노동자들 계약 기간이 조금씩 다른 걸 알았다. 은자씨는 1년짜리 계약서를 쓰는데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3개월짜리 계약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정년이 지난 후 촉탁 대상자는 3개월씩 끊어서 계약하고 있었다. 은자씨는 하청업체 과장을 만났다.
은자: 과장님,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법적으론 문제가 없어도요. 우리 다 같은 일 하는데 언니들도 1년씩 계약서 쓰게 해주세요.
다행히 과장은 그러겠다고 했다. 은자씨는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 어리둥절하면서도 좋았다.
지고 또 졌지만 다시 투쟁
소장은 뭔가 이상했다. 소장과 면담만 하고 오면 그 사람은 꼭 퇴사했다. 그 외에도 어떤 노동자에게는 청소 물품도 제대로 주지 않아 그는 사비로 락스, 걸레 등을 사야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노동조합이 생겼다. 학내 청소, 경비노동자 전원이 함께였고 은자씨가 분회장이 되었다. 노동조합이 생기던 날, 소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그걸 본 소장은 화가 나서 대자보를 찢어버렸다. 며칠 후, 하청업체가 소장에게 '잠시 쉬라' 말했고 소장은 퇴사했다.
곧 새로운 소장이 왔다. 새로 온 소장은 노동조합을 깨기 시작했다. 온 캠퍼스를 휘저으며 청소 상태를 지적했다. 조합원을 한 명씩 만나 노동조합 탈퇴를 권했다. 조합원들은 탈퇴하지 않으면 혹여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다. 그렇게 절반 이상이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그 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두 번의 투쟁도 있었으나 모두 졌다.
2020년 2월 은자씨와 노동조합은 세 번째 투쟁을 결의했다. 6년 일한 이창도 조합원이 갑자기 해고되었다. 소장의 갑질도 문제가 됐다. '원직 복직'과 '소장 교체'를 요구사항으로 걸고 은자씨는 싸웠다. 학생, 지역사회, 여러 노동조합이 연대해주었고 약 9주 만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은자씨는 자신감을 느꼈다. '이길 수 있다. 이기는 투쟁을 할 수 있다.'
청소노동자만 임금 삭감, 대화도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