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원이 조의금의 답례라며 건넨 18,000원 한방 삼계탕 상품권
신부범
그렇다고 이들에게 일한 만큼의 금전적 대우라도 돌아가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도 못한 게 이분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보안 책임자에게 알아보니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적용 수준이라고 한다.
노동은 인간생존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다. 그래서 인간의 노동은 그 어느 것 보다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보안원에게 적용되는 열악한 임금을 보면 노동의 가치는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이 이런데도 이분들은 오늘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돈 욕심보다 일에 가치를 더 두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얼마전 보안원 중에 한 분이 부인상을 당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장례식장에는 갈 수 없어서 조그만 성의의 표시로 조의금을 보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회사 로비 데스크에서 그분을 만났다. 저를 보고 반갑게 다가오신 그분은 뒷주머니 지갑에서 조그마한 쪽지 같은 것을 꺼내 건넨다. 뭔가 하고 받아 보니 한방삼계탕 상품권 18,000짜리였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죠?"
"생각도 안 했는데 조의금까지 보내 주시고... 시간 되실 때 드십시오."
한사코 사양해도 성의라며 건네준 18,000원짜리 삼계탕 상품권, 요즘 고물가와 돈의 가치로 보아 그 누군가는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때론 합리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도 참아가며 일해야만이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 어느 돈보다 값어치 있는 돈이라는 데에 내 마음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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