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걷기에 빠진 사람들... "건강해졌다"

바다 걷기를 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통해 본 맨발 걷기의 효과

등록 2024.07.30 15:35수정 2024.07.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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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람들이 웅천해수욕장의 바다를 맨발로 걷고 있다.

사람들이 웅천해수욕장의 바다를 맨발로 걷고 있다. ⓒ 정영우

 
여수 웅천해수욕장의 풍경은 여타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르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보다 물속에서 걷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7월 하순, 이른 아침 시간에 웅천해수욕장을 찾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십여 명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걷고 있었다. 왜 수영을 하지 않고 걷고 있을까? 필자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바닷물은 날씨를 반영한 듯 따뜻했다. 

웅천해수욕장은 여수시에서 조성한 인공해수욕장이다. 청정해역 가막만의 한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앞쪽으로는 예술의 섬 장도가 자리하고 있고, 남동쪽으로는 요트와 윈드서핑, 카약 등 해양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친수공원이 있다. 북동쪽으로는 예울마루가 있고, 뒤쪽에는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고 깊지 않다. 겨울철에도 물이 타지역에 비해 덜 차갑다. 그래서 사람들은 4계절 내내, 온종일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여느 때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바닷물 속에서 맨발로 걷고 있다. 주로 발목이 잠길 정도의 물에서 걷는다. 가끔 하체가 물에 잠길 정도의 깊은 곳에서 걷는 사람도 있고, 낚시 의자에 앉아 발만 담그고 있는 사람도 있다. 평일의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그런지 걷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아 보였다.

양산을 쓰고 조용히 걷고 있는 김은희(85)씨와 대화를 나눴다. 직업이 화가인 그분은 3년 전에 이곳 웅천으로 이사 와서 아침마다 바다를 걷는다고 했다. 바닷물에서 걷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무좀이 깨끗이 나았다 한다. 병원에 다니면서 약으로 치료해도 낫지 않았던 무좀이 사라진 것이다. 날마다 이곳을 걸으면서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 유지의 비밀이라 했다.
 
a  바닷물 속에 서 있거나 걷기를 통해 지병을 극복한 김만홍 씨. 그는 바닷 걷기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을 극복했다. 현재도 꾸준히 물 속 걷기를 계속한다.

바닷물 속에 서 있거나 걷기를 통해 지병을 극복한 김만홍 씨. 그는 바닷 걷기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을 극복했다. 현재도 꾸준히 물 속 걷기를 계속한다. ⓒ 정영우

 
제법 깊은 물 속을 걷고 있는 김만홍(71)씨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곳이 저의 직장입니다"라고 말한 그는 하루 10시간 정도(오전에 5시간, 오후에 5시간씩) 물속에 서 있거나 걷는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뇌에 손상을 입어 몸의 왼쪽 부분이 마비되는 등 심각한 질병으로 사경을 헤맸다. 그랬던 그가 바닷물 속에 매일 맨발로 서있게 되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의자를 놓고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있었다. 두 달 정도 지나면서 몸 상태가 호전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고, 이후 조금 더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조용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몸이 점차 회복되어 갔다고 한다.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이 일을 해온 결과, 이제는 밤에 잠도 잘 자고, 밥맛이 좋아 살만하다 한다.

이미 바다 맨발 걷기의 전도사가 된 그는 몇 가지 팁을 주었다. 걸을 때는 성큼성큼 걷지 말고, 발바닥으로 흙 위를 쓸 듯이 걸으라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바다 걷기가 더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눌 때 몇 사람이 다가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그중 날마다 낚시 의자를 가지고 와서 주로 앉아 계신다는 93세 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종합병원이었어. 저기 바닷가에 그냥 누워있었지. 그러다가 의자를 가져와 지금처럼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앉아 있었어. 그런데, 그것이 효과가 있었나 봐. 지금은 완전히 건강해져 버렸어. 잘 걷고, 속도 편해지고, 피부도 좋아졌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건강을 첫 번째로 꼽는다. 노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편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 최상의 소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국가지표체계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022년도 기준 대한민국 사람의 기대수명은 82.7세이고, 건강수명은 65.8세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사는 기간을 의미한다. 둘의 차이(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인 16.9년의 기간 동안 각종 질병들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건강 유지의 비결 중 하나가 운동이다. 운동 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하게 떠오른 것이 '맨발 걷기'이다. 오상신경외과 전문의 오민철 원장은 '맨발로 땅 위를 걷는 것의 효과'를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혈액순환 개선
둘째, 부교감신경 자극을 통한 자율신경 기능 개선
셋째,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


위와 같은 효과들로 인해서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의 열풍이 불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황톳길 등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조성해 시민들의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

땅위를 맨발로 걷게 되면 땅속의 자유전자가 몸 속으로 유입되는 접지(earthing) 효과가 있다. 땅으로부터 유입된 자유전자는 체내에 축적된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 유해한 활성산소가 중화됨으로써 우리 몸안의 질병이 자연 치유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 땅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바닷물에서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한다. 바닷물은 일반 땅보다 전기가 더 잘 통한다. 그래서 접지 효과도 높아진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박동창 회장은 바닷물은 일반 땅보다 접지 효과가 3배 정도 더 높다고 주장한다. 

돈 들이지 않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이다. 이왕 걸을 거라면, 부도체(전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 물체)의 합성소재로 만들어진 신발을 신고 걷는 것보다는, 싱싱한 에너지인 땅속 생명의 자유전자를 충전 받을 수 있는 땅위를 맨발로 걷기를 권한다. 주변의 흙길이나 바닷길을 찾아 걸어보자. 물론 파상풍 등 맨발로 걸을 때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이에 대한 예방도 겸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걷기효과 #바다걷기 #웅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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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32년 재직하고 퇴직함. 한국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음. 특히 해방이후의 역사를 탐독중이며,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공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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