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8.1
연합뉴스
"(회사는) 25일째 파업 중인데 이재용 회장은 인도 재벌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여하거나, 파리올림픽에 약 300억가량의 스마트폰을 증정하면서, 정작 직원들에겐 임금을 더 이상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집 부근. 김재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대의원은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30여 명의 노조 집행부 간부들은 '삼성전자 파업, 이재용 회장 책임져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펼침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은 지난달 31일 회사 쪽과 노사 집중 교섭이 최종 결렬된 후, 노조가 교섭 내용과 향후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지난 3일 동안 총파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측과 대화를 통해 교섭을 진행했다"면서 "우리는 상징적인 임금인상 0.5%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0.3%를 고수하면서도 단 0.1%, 0.001% 인상도 절대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휴식권 요구, 회사는 '나와서 일하라' 휴가 일수 깎아"
손 위원장은 이어 "그동안 우리가 요구한 안건이 단 하나라도 인정됐더라면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나마 회사 창립기념일, 단 하루의 휴가권을 요구했는데도 사측은 '의무사용 연차 15일을 10일로 줄이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휴식권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회사 나와서 일해라'를 요구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손 위원장은 지난 2020년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폐 등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인용하면서, "삼성의 위기 속에서 그룹 오너는 아무런 메시지를 주지 않고, 직원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총파업 해결을 위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회견에서는 삼성전자에서 파업 참가 직원들을 색출하고, 인사상 불이익 등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의 강기욱 대의원은 "총파업 이후 사측의 각종 부당노동행위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회사 파트장 등 관리자들이 파업 참가자들에게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고과를 통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의 단체 대화방에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강제 퇴장을 당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기술팀에서는 파업 참가자를 색출하고 별도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선 현장에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조합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조합원 색출, 리스트 관리, 단체방 퇴장 등 부당노동행위"
이와 함께 전삼노의 교섭 대표 지위 변화와 향후 계획에 대해, 손 위원장은 "현재 다른 노조 등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3만 600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좀더 조직화 하는 작업과 함께 시민사회, 학계, 법조, 정치권 등과 연대해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는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갖고 있는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 동행노동조합,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이렇게 5개 노조가 있다. 전삼노는 그동안 5개 노조를 대표하는 '교섭대표 노조' 지위로 회사 쪽과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1년 안에 임금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오는 4일 이후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