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화물연대 기획 실장
박연수
- 안전운임제 폐지 후 현장에서 예전의 장시간 노동이 늘고,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서 운임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많게는 40%, 평균적으로 20~30% 정도의 운임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운임이 떨어지니 생계와 화물차를 구매 할부금을 메우기 위해 야간 노동,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요.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이 일반적이고 14시간씩 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 운임제 폐지 이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사고나 사망자 수도 더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안전운임제가 폐지된 후 컨테이너, 시멘트 조합원이 더 사망한 걸로 보입니다. 예전에 비해 부고 문자도 많이 받고 있거든요. 노동조합에서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 사고나 사망의 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는 중인데 조만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은폐된 산재도 많을 거라고 봅니다. 교통사고로 처리된 경우도 운전을 하다가 먼저 심정지가 발생하거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경우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교통사고로 처리됩니다. 사인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검해야 하지만 실제로 부검을 많이 하진 않지요. 은폐된 산재 문제가 좀 더 부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로로 사고가 나서 노동자가 돌아가신 것도 안타까운데 가족이 장례식장에서 화물차의 남은 할부금을 걱정하는 경우를 보면 참 가슴 아프지요."
- 지금 정부에서 표준운임제를 준비 중이라고 하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준운임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입니까?
"표준운임위원회에 화물연대 참가 요청이 들어왔으나 거절했습니다. 표준운임위원회 구성 자체가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화주 대표 위원은 3명으로 늘리고 운송사랑 차주 대표 위원은 각 2명으로 줄인 것부터가 이 위원회에서의 결정이 화물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적용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표준 운임제도는 정부가 전체 화물 물류 산업 구조 개악해 나가는 신호탄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노동자들의 안전을 중심으로 운임 인상 요구를 만들고 산업을 변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화주들의 이윤 보장을 위해서, 운임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표준 운임제는 우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안전운임제에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운임에 포함했습니다. 예를 들어 냉동 컨테이너는 계속해서 냉동장치를 가동해야 하므로 유지비가 일반화물차에 비해 더 나갑니다. 이런 경우 냉동할증이 있었습니다.
또 안전운임제 체제에서는 과적하면 과적 할증료도 내야 하니 화주들이 굳이 과적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빈 차로 돌아오는 것까지 포함한 왕복 운임을 기준으로 운임을 설계했습니다. 이래야 화물 노동자 입장에서는 올라가서 짐 내리고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려올 때도 물건을 싣고 내려오느라 연속으로 긴 시간 운전하거나 시간에 쫓기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하차 시간도 운임에 포함했었고요.
이번 정부가 발표 예정인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은 이런 구체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고 운임표만 공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요즘 유가도 많이 오르고 물가 많이 올랐는데 이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표준운임제 가이드라인은 처벌 조항이 없고 특히 화주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강제성이 없는 제도로는, 어떤 방식으로 공표가 되든 현장에서 표준운임제를 지키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예전에도 화물연대가 여러 번 총파업을 했습니다. 총파업을 통해서 여러 가지 운임제를 도입했는데, 강제성이 없는 운임제는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화물 노동자의 노동권, 건강권 등을 중요 의제로 여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