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미 항모 루스벨트함 비행 갑판 시찰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 승선해 비행 갑판을 시찰하고 있다. 루즈벨트함은 한국·미국·일본의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여를 위해 6월 2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그동안 보수정부마저도 제한적으로나마 채택해왔던 실용외교, 균형외교가 사라지고 이념외교, 편승외교, 군사주의가 전면화했다. 윤석열 정부 대북‧대외관계 방향의 특징은 ▲'힘'과 '군사력'을 앞세운 강경일변도의 대북 관계 ▲주변국 관계와 협력의 약화를 감수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국제전략에 편승하는 포괄적 글로벌 한미 동맹 추구 ▲양국간 주요 갈등현안에 관해 한국 정부가 먼저 양보하는 한일관계 개선시도로 요약된다.
윤석열 정부 아래서 한미일 관계는 군사동맹 직전 단계로까지 급진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려는 일본 우파의 역사수정주의와 군사주의를 정당화해주었기에 이 전쟁연합은 순풍을 달았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문제 해법으로,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제3자변제방식'을 제안해 일제의 강제점령과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줬다. 그는 대통령후보 시절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2022년 2월 25일)에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집권 이후에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역할을 강조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할 것을 밝히고 한국의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한미일 정상은 2022년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 이어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한미일은 군사협력을 '정례화', '제도화'하기로 했고, 연합훈련의 범위도 '다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군사협력의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확대했고,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자 차원에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문제 등을 언급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행위자로 중국을 특정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한미일 군사행동의 범위는 특정 분야가 아닌 종합적인 군사행동 영역으로, 그 수준은 불가역적인 제도와 체제로, 그 활동 지역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인도-태평양과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 주요 타깃은 북한, 중국, 러시아다.
해군기지를 평화의 거점으로?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자가당착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본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던 2018년 10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민의사에 반하는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강행에 관해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이다. 그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고 주장하며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변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군사비 지출을 확대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양해군'에 투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정당화했던 군사비, 군사력, 군사훈련, 방위산업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소위 힘을 통한 평화, 한미일 군사협력의 제도화와 전지구적 역할 확대에 강력한 기반과 자양분을 제공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군사력을 한미일 군사협력의 제도화,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확대하고,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하는데 남용하고 있다.
아물지 않은 4.3의 상처, 다가오는 새로운 위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리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다시금 분쟁의 섬이 돼 왔다. 냉전이 시작되던 1948년 일어난 4.3의 아픈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고 그 때 겪은 비극의 이름조차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주에는 우리가 아직 미처 알지못하는 위험이 다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주민의 반대를 억누르고 강정마을에 건설된 해군기지는 평화의 거점이 아니라 전쟁의 거점이 됐고, 그 전초가 됐다. 미군의 핵항공모함 2척이 동시에 기항할 수 있는 거대한 해군기지가 아직 '기항지'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기지 건설 당시 해군이 주장했던 '장점' 때문이다. 중국과 가까워 분쟁 시 빨리 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해군이 주장하던 제주해군기지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가까움은 제주도민들이 직면한 위험을 보여주고 제주해군기지가 지닌 취약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중국 역시 제주해군기지를 공격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미일 전략 함정들이 자주 드나들거나 장기적으로 정박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민군복합항'의 허구
강정 해군기지에 건설된 크루즈항에는 16만 톤급 이상의 대형크루즈함 2대가 동시에 기항할 수 있다.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정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연간 제주를 찾는 크루즈 승객의 대부분(90% 이상)은 중국승객이거나 중국발 크루즈 선박이다. 2023년 이후 제주를 찾는 크루즈 선박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4년부터는 대형 크루즈 선박의 강정 해군기지 기항도 빈번해졌다. 역시 대부분의 승객은 중국인이다.
이제 '민군복합항'은 자리를 잡아가는 걸까?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 되는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에 중국발 크루즈가 자주 입항할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중국의 준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성명은 일본과 한국이 미국을 따라 중국을 중대한 위협이자 경쟁자,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역의 분열이 임박했다"고 논평했다. 중국발 크루즈 선박과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마저 벗어 던진 대중국 (한미일)해군연합이 하나의 기지를 공유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기지건설 이래 해군은 줄곧, 해군기지 내의 크루즈 부두를 제외한 수역(입출항로 수역 등)을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제주도는 이에 반대해왔다. 2020년에는 군이 기존주장에서 물러서서 입출항로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해군기지 군사활동의 타겟이 점점 중국과 러시아로 선명해지는 상황에서도 이 균형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평화의 섬 지키기, 내일이면 너무 늦다
제주해군기지가 이미 건설돼 운영되고 있지만, 이 기지에 반대해야 할 이유는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
제주도를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기 위한 시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사실상 이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강정마을을 출발해 성산을 거쳐 제주까지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가 개최된다. 함께하자. 평화를 위해 행동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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