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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도 피했는데,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냉방병인가 했는데 선명한 두 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코로나 시기를 떠올리다

등록 2024.08.13 08:49수정 2024.08.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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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목이 칼칼하고 아침이면 콧물이 나왔다. 평소 더위에 잘 견디는 편이라 에어컨을 좋아하지 않는데 올 여름은 예상 밖이다. 에어컨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워도 너무 덥다. 밤새 에어컨을 켜고 자 그저 냉방병인가 보다 생각하고 상비약으로 챙겨둔 비염약과 감기약을 먹으며 며칠을 보냈다.


나는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자영업자이다보니 불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른 아침부터 식기와 수저 등을 삶아내고 열탕 소독을 해야 한다. 날마다 100인분이 넘는 반찬을 만들려면 나물을 삶기도 하고 큰 통에 가득 국도 끓이고 밥도 여러 번 짓다보니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기 일수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살다 보면 내 몸 챙기기 위해 병원을 방문 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 일을 마감하면 번번히 병원 시간을 놓치고 만다. 지난 한 주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금요일이 되니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열도 좀 나는거 같고. 안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가게를 맡기고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한여름인데 감기인듯 마스크 쓴 환자가 제법 많았다.

내 이름이 불리고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증상을 말하니 옆에 있던 간호사가 재빠르게 체온부터 재었다. 37.5도 약간의 미열이다. 약을 처방해 주며 요즘 코로나가 재유행이니 괜찮으면 코로나검사를 하라고 권했다. 지금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면 2만~3만 원을 내야한다고 하니 굳이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그냥 나왔다.
 
a  올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찾은 수요도 크게 늘었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자가진단키트.

올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찾은 수요도 크게 늘었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자가진단키트. ⓒ 연합뉴스

 
약국에 들러 약을 받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겨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가족 수 만큼 사왔다. 나보다 남편이 서둘러 키트를 펼치더니 내 콧속 깊숙이 면봉을 찔렀고 10여 분이 지났을 때 우리 둘은 똑같이 소리를 질렀다. "어머나!"

두 줄 선명한 코로나 확진이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도 우리는 이 두 줄을 경험하지 못했던 터라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워 한동안 둘이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말도 못했다. 누가 보면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본 광경이다.

되돌아보니 처음 코로나 뉴스를 접했을 때는 무슨 공포 영화의 초반을 보는 듯 했다. 온 국민이 하얀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어쩌다 주위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다. 우리의 일이 도시락을 만들어 고객한테 일일이 배달 하는 일이다 보니 우리는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니었다.


백신은 맞을까 말까 따질 이유도 없이 무조건 처음으로 맞았다.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쓴 채로 조리를 감행했고 수시로 알코올로 가게를 소독했다. 매일 코로나 브리핑을 듣는 것이 필수였고 누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가는 것은 당연히 미루었다. 가게 문을 닫고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일 때도 우리는 잘 넘겼었다.

그런데 이제서 아무도 놀라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가 된 것이다. 다행히 주말에는 영업을 하지 않으니 가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남편에 의해 즉시 안방에 격리되었다. 그동안 대리 학습한 대로 컵과 수건을 분리하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내내 2박 3일간 남편이 사다준 음식으로 식사하고 약 먹고 자고 하면서 그동안 부족한 잠도 보충했다. 덕분에 피로도 풀 수 있었다.


아무도 강요하고 강제하지 않는 격리를 스스로 하면서 문득 코로나 시기에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생각이 났다. 가족들이 모두 교회에 간 일요일 아침에 나는 혼자 차를 몰고 근교의 부모님이 계신 공원묘지에 갔었다.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는데 나는 왠지 무언가 잘못하다 걸린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차를 몰아 엄마가 계신 공원묘지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주변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맘껏 엄마를 추억했다. 치매를 앓던 시기에 진단된 코로나로 2주간이나 자가격리를 했어야 할 때 정말 난감했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마당으로 나서는 엄마를 말리기 어려웠다. 나도 일에 매여 있다보니 할 수 없이 CCTV를 현관 앞에 설치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의 외출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일하다 말고 곧장 가 보았지만 엄마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빠른 시간 안에 찾을 수는 있었지만 방역법 위반이라고 해서 경찰서에서 오랜시간 대리 진술을 한 끝에 정상참작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놈의 코로나가 뭐라고 돌아가실 때도 입원실에 면회가 안 되어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가슴 한켠이 아리다.

저녁에 다시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한 줄만 선명하다.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 환자가 증가세라고 조심하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자꾸 바이러스도 살기 위해 변이를 하는 중인가 보다.

부디 지난 시간처럼 많은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피해 보는 일이 없기를, 연약한 어르신들이 가족과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기를, 학교나 사회도 무탈하게 잘 돌아가기를 기도해 본다. 평범하고 무덤덤한 일상에 오늘도 감사가 인다.
#코로나 #쓰고뱉다 #서꽃 #행복한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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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노래를 좋아하는 곧60의 아줌마. 부천에서 행복한만찬이라는 도시락가게를 운영중이다.남은 인생의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았다고 소문날지를 고민하는 중이며 이왕이면 많은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미소를 글과 밥상으로 보여주고 싶어 쓰는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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