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보 하류, 낙동강 녹조물과 감천의 맑은 물이 만나고 있다.
임도훈
이날 감천 합수부에 온 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표범장지뱀을 '실물 영접'하기 위해서였다. 감천 합수부 우안에 위치한 해평습지가 '백 개의 눈을 가진 은둔자'로 불리는 표범장지뱀의 거처였다. 풀숲을 헤치고 걷다 보면 잠깐 눈에 띄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검은 생명체. 3명이 땡볕 아래 1시간 남짓 이곳을 조사했는데 열 마리 이상을 본 듯했다.
정수근 처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지금보다 더욱 드넓었던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겨울 철새인 흑두루미, 재두루미가 날아오지 않자, 구미시는 표범장지뱀의 서식지 일부를 절토해서 그곳에 복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라면서 "멸종위기종 서식지 복원을 위해, 다른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황당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처장은 이어 "해평습지 하류에 있는 칠곡보를 겨울철에라도 개방하면 이곳의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 모래사장이 회복된다"라면서 "그러면 표범장지뱀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흑두루미의 도래지가 확보된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관련영상 링크]
http://https://youtu.be/ctlGPFTIIso?si=iUQdQRudSibNxv04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매년 수억 원을 들여 녹조 연구를 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녹조를 저감하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는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 정권이다.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하게 열려있는 세종보를 닫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최근에는 14개 신규 댐 건설 예정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를 마치며] 우리가 100일 넘게 버티는 까닭... "4대강 청문회 열라"
다음 날 오전, 대구의 해평습지를 조사한 뒤 다시 금강 세종보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녹조 곤죽이 되어가는 낙동강이 세종보가 개방되기 전의 금강이었다. 세종보 상류에 펄이 쌓였고,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악취가 풍겼다. 날벌레와 녹조가 창궐했다. 하지만 2018년 세종보가 전면 개방된 뒤에는 산 강으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