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사에서 만난 일제가 남긴 상처

홍천 제6경 공작산 수타사 여행

등록 2024.08.19 10:13수정 2024.08.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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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에는 홍천군 서면에 있는 처가를 오가며 홍천읍을 지나쳤지만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놓이면서 이제는 좀처럼 지날 일이 없었다. 지난 주말엔 고속도로가 많이 밀리는 까닭에 모처럼 홍천읍을 거쳐서 집에 오게 되었다.

홍천읍을 지나는 국도를 달리다 보면 수타사를 알리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옛날엔 별 관심 없이 지나쳤지만 얼마 전에 지인에게 수타사가 좋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궁금해서 잠깐 둘러보았다.


홍천군에서 명소 아홉 곳을 꼽고 있는데 공작산 수타사는 그 가운데 제6경이다. 수타사를 끼고 흐르는 계곡이 보기 좋다. '산소길'로 부르는 산책 코스는 5개가 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겁고 시간도 없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a  수타사 계곡

수타사 계곡 ⓒ 박영호


주차하고 수타사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면 바로 커다란 상처를 가진 소나무들을 만난다. 안내문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송탄유'로 쓰기 위해 조선인을 강제 동원하여 송진을 채취했을 때 입은 상처라고 한다. 책으로 배울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침 광복절을 두고 벌어진 어이없는 일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프다.

a  일제가 남긴 상처

일제가 남긴 상처 ⓒ 박영호


사찰마다 들머리에 사천왕상을 두고 있지만 수타사 사천왕상은 조금 특별하다. 나무로 심을 만들고 새끼를 감은 다음에 진흙을 발라 모양을 만들고 채색을 한 소조 사천왕상이라고 한다.

해설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기자도 사천왕상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계신 분이 있어서 살펴보게 되었다. 흙으로 빚어서인지 다른 사찰에서 보았던 사천왕과 다른 느낌을 준다.

a  수타사 소조사천왕상

수타사 소조사천왕상 ⓒ 박영호


수타사는 708년(성덕왕 7) 우적산 아래에 일월사로 처음 지어진 것을 1569년(선조 2) 현재의 위치인 공작산으로 옮기고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인해 절이 완전히 불타 버리고 40여 년 간 폐허로 남아 있었는데, 1636년(인조 14) 공잠 대사가 대적광전을 다시 짓고, 그 후 1683년(숙종 9)까지 여러 건물들을 계속 지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 안내문

수타사는 생각보다 유서가 깊다. 검색해 보니 일월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고종 15년(1878)에 정토세계에서 무량한 수명을 누리라는 뜻으로 수타사(壽陀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는 안내문을 읽으며 입구에서 보았던 상처 입은 소나무를 다시 생각했다. 수타사가 있는 영귀미면은 지금도 한적한 시골이다.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 때나 이런 첩첩산중에 있는 마을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8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있다. 그런데 자꾸 상처를 없던 걸로 하자는 자들이 많다. 조선이 임진왜란 때 당한 일을 되새기며 힘을 길렀다면 일제강점기를 피할 수 있었을까? 지난 일을 덮고 미래로 가자고 떠드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a  수타사 대적광전

수타사 대적광전 ⓒ 박영호


대적광전 옆에 있는 원통보전 법당 안에 잠깐 들어가 보았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신성한 법당 안이라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다.

a  수타사 원통보전

수타사 원통보전 ⓒ 박영호


a  원통보전 법당 안

원통보전 법당 안 ⓒ 박영호


수타사에 전각은 대부분 강원도 문화재인데 보장각에 대한민국 보물이 있다. 보물 제745-5호인 월인석보 권 17-18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흥회루에 수타사의 사계를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여름보다 가을이 좋다. 붉은 단풍으로 둘러싸인 풍경은 과연 홍천의 절경으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수타사를 나오는 길은 공작산 생태숲으로 바로 이어진다. 찬 바람이 불고 단풍이 들 무렵 찾으면 좋을 듯하다.
#수타사 #일제강점기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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