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정년퇴임하는 김상열 교사.
충북인뉴스
보통은 '시원섭섭하다'고 한다. 평생 몸담은 조직을 떠나면서 왜 할 말이 없겠냐만 그냥 그렇게 눙친다.
김상열 교사는 "만감보다는 회한이 크다"고 말했다. 1991년에 전교조에 참여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는 그는 2007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았고, 2014년 진보교육감 탄생과 함께 충북교육 중심으로 들어갔다.
"시작부터 교육계를 바꿔야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교사가 된 것은 아니다. 전교조 활동을 하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교육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다 보니 꼭 해야겠다는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열심히 달려왔고, 일부 성취도 했다. 하지만 윤건영 교육감 체제 2년 만에 8년간 준비하고 실행했던 것이 다 무너졌다.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관행이란 이름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던 교육계의 낡은 인식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그는 "추진했던 정책들은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화로 자리잡은 것은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학교 내 민주적 소통문화가 자리 잡았고, 알게 모르게 학교에 녹아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진보 교육 8년, 김상열에 대한 재평가
오랜 기간 보수적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충북교육계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관철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상열 교사에 대한 뜻하지 않은 재조명도 있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의 투사 이미지가 아닌, 말이 통하는 동료의 모습 재발견이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 교사는 "그게 실제 제 모습이다. 함께 생활했던 동료들은 알고 있지만, 전교조 활동으로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이미지가 강했다"며 "교육청에 들어가고 송면중학교 교장으로, 단재교육연수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서 모든 걸 다 내주거나 모든 걸 다 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난 진보교육감 8년 동안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를 담을 수 없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 또한 그 한계로 대해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때"라고 소회했다.
커진 업무 스트레스, 교사 수 늘려야
34년 충북교육계에 몸담았지만 전교조 상근직과 교육청 근무기간을 제외하면 일선학교에서 활동한 기간은 21년 정도다. 그 가운데 7년을, 이제 떠나는 충북공고에서 근무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일선학교 교사로 마지막 소임을 마친 그는 이 시대에 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중학교 첫 출근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8월이었다. 선풍기 몇 대로 더위를 버티고, 도시락을 싸 오던 시절이다. 30년 세월이 흘러 학교는 굉장히 좋아졌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도 환경은 오히려 나빠졌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받는 스트레스는 두 세배 늘었다.
현 정부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신규 교사를 줄이고 있다. 이는 착시현상이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학교 수나 학급 수가 함께 줄어든 것이 아니다. 선생님의 교육활동은 학급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선생님이 필요하다. 지금은 선생님 수를 늘려야 할 때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정부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지만, 도교육청 차원에서도 일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행정 업무 때문에 아이들 지도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충북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