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표지.
창비
그런 자잘한 목소리들이 책으로 나왔다. 제목부터 힘들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인 노회찬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의 정신을 기리며 기획된 책이다. 6411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새벽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사회적 약자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노동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한다.
글쓴이는 웹툰작가, 물류센터 직원, 도축검사원, 번역가, 대리운전기사, 요양보호사, 기숙학원노동자,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 농부, 건설노동자... 각자의 노동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다. 전국 방방곡곡 다양한 현장에서 땀 흘리는 75명 노동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대한민국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들이 지탱하는 나라이기도하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말이 그렇게 웅장하지 않다. 촘촘하고 꼼꼼하게 소외된 비정규직의 세상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극단적 미래의 단면을 상상하게 한다.
돈 없고 소외되고 연줄 없어 버려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의 사람들이 돈 많고 모든 것이 넘치고 그들끼리의 끈끈한 자본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위해 부품처럼 구석구석 활용되고 버려지는 미래.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책 260쪽, '그래도 책을 만드는 이유'
비정규직의 노동과 급여란, 그나마의 질서 속에서 받는 정당하지 못한 금적적인 대가다. 거기에 자존을 위한 재미, 성취감, 기대감 한 스푼을 얹어야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그나마 버틸 힘을 얻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동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은 없다(책 332쪽). 그러나 책의 목소리대로 누구에게나 적용될 줄 알았던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멀다.
'같이 살자'는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