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갈이고구마 캐낸 자리 김장배추 모종 심기가 한창이다. 끝난 밭엔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린다.
김재근
금호방조제를 지나 화원반도에 들어섰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토밭이다. 해남에 들어섰음을 실감했다. 곱게 가르마를 가르고 동백기름 반지르르 바르듯,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웠다.
고구마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고구마 못지않게 명성 높은 김장배추 갈이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오리 궁둥이를 하고 배추 모종을 심는다. 스프링클러가 힘차게 돌며 물을 뿌린다.
9월 3일, 땅끝마을 가는 길. 가로수엔 청춘을 불태우고 중년에 들어서며 한올 두올 흰 머리카락 나오듯, 듬성듬성 노오란 잎이 섞여 있었다.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이번 주 말이다. 여전히 햇살은 바늘 끝 같고 스치는 공기는 뜨겁지만, 가을은 이미 코밑까지 와 있었다. 가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땅끝전망대, 걸어 올라간 이유
땅끝전망대는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서 우뚝했다. 모노레일을 타면 편하겠지만, 공기까지 맛있다는 해남이라기에 걸어 올랐다. 타오르는 횃불을 형상화한 동방의 등불이란다. 9층 전망대에서 발아래로 서해와 남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앞서고 뒤서는 섬들이 연못에 솟아난 바위들 같다.
목젖이 따끔거릴 정도로 톡 쏘는 콜라 같은 풍경이다. 맑은 날은 제주도가 아슴푸레 보인다는데, 날씨 탓인지 느낌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