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과 짐정리를 마친 거실,
이혁진
집수리하면서 큰 작업 하나가 남았다. 그동안 갖고 있던 옛살림과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말이 정리지 웬만하면 거의 폐기하는 수준이었다.
우선 옷가지와 책은 공사를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정리했지만, 원체 많아서 여전히 시간이 빠듯했다. 옷은 동네 의류 수거함에 10여 차례 갖다 버리고 책은 다시 볼 몇 권만 고르고 책장을 폐기하면서 폐지 줍는 분이 모두 가져갔다.
버리는 데 '결심' 필요했던 물건들
옷과 책 이외의 버릴 세간 살림을 모아보니, 1톤짜리 차량으로 총 3대분이 넘게 나왔다. 폐기물 업자도 놀랄 정도였다. 그는 눈을 크게 뜬 채 "웬만한 이사도 이 정도는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부모님 살림과 우리 살림, 아이들이 결혼하면서 남기고 간 것까지 방과 지하실,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했던 것들이다.
아이들 물건도 상당히 많았다. 옷가지와 책 이외에 아이들이 어릴 적 잘 가지고 놀던 프라모델과 레고 장난감들도 몽땅 버렸다.
특히 두 아이가 취미 삼아 모은 새 운동화와 구두 등 신발 60여 켤레는 아이들도 아쉬워했지만, 결국 박스채 버리거나 처분했다. 추억이 많고 아깝더라도, 보관하기 어렵거나 당장 쓰지 않는 것은 다른 데 보내자는 게 이번 리모델링과 정리의 취지였다.
그럼에도 정리할 것이 또 남았다. 집에서 나름 귀한(?) 대접을 받아오던 물건들로, 어느 정도는 우리 집 정체성을 대변해온 것들이다. 그간 이것들을 버린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마치 죄를 짓는 기분 같아 포기했었다.
버리면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버릴 기회가 오면 자주 머뭇거리곤 했다. 이번에야말로 결단이 필요했다.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