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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행정 탓에 떠내려간 9억여원… 내 돈 아니니 또 한다?

[천막 소식 148일-149일차] 완연한 가을바람이 머무는 천막농성장

등록 2024.09.25 17:51수정 2024.09.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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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난 검은등할미새
오랜만에 만난 검은등할미새임도훈

'삑삑~ 삑삑~'

검은등할미새 두 마리가 울면서 천막농성장 근처 웅덩이 주변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큰비로 물이 가득 찬 강이 흐르는 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새들의 소리가 들리냐, 들리지 않느냐 인 듯하다. 가득한 물줄기가 바쁘게 움직이는 곁에서 새 울음 소리는 왠지 아득하게 멀리서 들려온다. 떠나가는 이의 멀어지는 목소리 같다.

물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다시 텐트와 의자를 내려놓고 앉으니 비로소 새들의 소리, 풀벌레와 풀숲의 소리가 들린다. 완연한 가을바람이 금강과 만나 하늘과 강 모두 목욕 마치고 나온 뒤 바깥 공기처럼 시원하고 청량하다. 계절의 급변함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가을바람은 반갑다.

한동안의 폭염과 폭우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그 오만함을 한 꺼풀이라도 더 벗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물도 채 빠지지 않았는데 공주보 담수… 이 정도면 닫아야 해서 닫는 것

 물 속으로 이어진 백제문화이음길
물 속으로 이어진 백제문화이음길보철거시민행동

'백제문화이음길이 잠겨도 괜찮으니 닫아달라고 했다'

수자원공사 담당자에게 확인한 말이다. 얼마 전 큰비로 백제문화제 때문에 설치한 시설물이 부서지고 떠내려 간 것을 확인하고 온 것이 불과 하루 전인데, 공주보 수문을 닫았고 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하는 과정에 들은 이야기다. 지난 22일 오후부터 공주보 담수가 시작되었다. 큰비가 채 지나가지도 않았고 부서진 배와 배다리 등이 보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물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공주시는 그 무능함과 무책임함을 계속 증명하고 있다(관련기사: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https://omn.kr/2a9vt).


이 와중에 공주보 수문을 닫은 환경부는 도대체 어떤 생각인가. 시민 혈세 65억을 들여 만든 시설이 잠기는 사실을 알면 규제기관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자체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공주시가 닫아달라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행정기관이란 세금으로 들어가는 이런 일들이 상식적이고 낭비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협의하는 곳 아닌가. 큰비로 불어난 물이 채 다 빠지지도 않았고, 부서진 배들을 수습할 새도 없이 닫아달란다고 덜컥 닫는 무책임한 환경부는 이번 사태의 공범이고 확신범이다.

 공주시 관광과 면담 및 항의방문 모습
공주시 관광과 면담 및 항의방문 모습보철거시민행동

주민들의 안전, 시민 혈세를 낭비하게 만드는 일들보다 공주보 담수가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환경부가 말하는 '탄력 운영'이나 '보 정상화'는 결국 일방적 담수임을 재차 증명하는 일이다. 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계승을 위해 무조건 담수를 해야만 하는 구조물인 것이다. 애초에 물관리 일원화니 댐,보 연계한 물관리니, 기후재난 대응이니 이런 말들은 속된 말로 '뻘소리'에 불과한 것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책임없다는 적반하장 공주시… 상식을 벗어난 행정

 파손된 황포돛배들
파손된 황포돛배들보철거시민행동

지난 24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활동가들은 공주시 관광과를 항의방문했다. 문화제 담당자들을 만나 들은 말은 '떠내려간 건 어쩔 수 없다. 문화제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며 공주보를 담수하고 다시 돛배와 유등을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책임이 없다는 태도였고, 일부 공무원은 '문화제 후기가 좋은데 시민단체가 돈을 쓰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일관했다. 시민 혈세를 우습게 여긴다는 반증이 만나본 공무원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떠내려간 부교만 1억, 시설들 다하면 9억여 원이 물 속에 처박혔다. 그건 문화제 담당자 개인의 돈으로 한 것이 아니다. 모두 시민들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기에 돈이 허비되지 않고 제대로 쓰이도록 살펴야 하고, 제대로 쓰지 않았다면 책임을 지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공주보 담수로 완전히 잠겨버린 '백제문화이음길'에 대해 묻자, '잠기는 것을 예상했고, 목재여도 내구성이 있어 20년은 견딜 것을 장담한다'며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물 속으로 잠수해야 건널 수 있는 아찔한 백제문화이음길
물 속으로 잠수해야 건널 수 있는 아찔한 백제문화이음길임도훈

담수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잠겨 있어도 자기 권한 밖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담수를 요청한 것은 공주시다. 시민들이 이용하라고 만들어놓고 해당 공무원은 자기 권한 밖이라고 하면,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나면 어떻게 할 셈인가. 지금처럼 권한 밖이라 발뺌할 테니 환경부가 책임을 지든가, 그런 공무원을 질책하지 않고 일하게 둔 최민호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진 맨 앞 물총새와 잔소리꾼 얼간이새
사진 맨 앞 물총새와 잔소리꾼 얼간이새임도훈

'물총새다'

오랜만에 만난 물총새. 뽀르르 모습을 드러내 날아간다. 전에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앞에서 할미새를 물총새라고 했다가 그걸 구분 못한다고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었던 일이 생각나 웃었다. 물총새가 이 서러움을 알아줄까 모르겠지만 다음엔 적어도 할미새로 착각하진 말아야겠다.

천막농성장 앞 추억은 모두 이 주변의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가 물로 가득 차 생명들이 떠난다면 이 추억도 모두 수몰되니 잘 지켜야겠다, 생각하며 조금 더 명랑한 생각들과 작당을 꾸며보기로 한다.

가을이 깊어간다. 우리의 투쟁도 더 깊어진다. 금강은 오늘도 힘차게 흐르고 있다.


#금강 #백제문화제 #공주보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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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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