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600년 만에 돌아온 불상 "이대로 보내면 억울하고 한이 돼"

[인터뷰]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 "대법원 판결 아쉽지만, 관음사와 교류할 것"

등록 2024.10.04 09:24수정 2024.10.04 09:32
0
원고료로 응원
a  금동관음보살좌상(사진, 왼쪽)과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사진, 오른쪽)

금동관음보살좌상(사진, 왼쪽)과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사진, 오른쪽) ⓒ 원우스님 SNS 갈무리, 신영근


일본의 소유권이 인정된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이 반환 전 서산 부석사에서 100일 친견 법회를 통해 일반인 공개될 예정이다.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그동안 불상의 서산 부석사 소유권을 주장하며 본지환처를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서산 부석사를 비롯해 서산시와 시민들은 대법원 결정에 반발하면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지만 판결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서산 부석사는 일본으로 반환 전 불상이 원래 있던 부석사에서 공개 전시를 요구하면서, 일본 관음사의 동의와 협의를 통해 불상을 서산 부석사로 모셔 100일 친견 법회를 할 수 있게 됐다.

잠시나마 600년 만에 서산 부석사로 돌아와 100일 친견 법회를 갖게 된 불상에 대해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지난 9월 30일 인터뷰 전문이다.

-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국제사법에 의하면 소재지법을 적용하게 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민법을 적용해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한 판결이다. 불상은 600여 년 전인 1375년경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민법에 의하면 타인의 물건일지라도 문제없이 20년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면 새로운 소유권이 생긴다.


따라서, 국제사법에 따라 일본 민법을 적용하면 새로운 소유권이 일본에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상의 원래 소유자가 부석사가 아니라는 것도 아니고 약탈을 대법원이 부정한 것도 아니다. 아쉽지만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전면 부정하고 억지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법과 국가 체계 안에서 해야 하는 부분이다."

- 불상이 잠시 부석사로 돌아오게 됐다.


"대법원판결 후 여러 경로를 통해 환지본처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 2월 용산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을 통해 '불상이 60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고향에 단 하루도 와보지 못하고 문화재청 수장고에 있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건 정말 한이 되고 억울한 일이다. 우리가 만들었고 약탈 당한 것이 확실한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100일 친견법회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을 계속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대법원에서 일본의 소유권을 판결했기 때문에 소유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6월 정식으로 대마도 관음사에 공문을 보내 100일 친견법회 협조를 구했다.

그러던 중 지난주 25일경 대마도 관음사에서 100일 친견 법회에 동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대마도 관음사는 일본 언론인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곧 100일 친견 법회에 동의하는 공문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100일 친견 법회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나?

"일본 대마도 관음사는 6월 공문을 보낼 당시 일본으로 불상이 반환된 후 다시 이야기를 하자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회와 일본 언론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등 노력해 마침내 일본 관음사의 동의를 얻게 돼 100일 동안 부석사로 불상을 잠시나마 모셔 오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관음사는 대법원 판결대로 관음사 소유권 인정과 불상 반환 보증을 부석사에 요구해, 나(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와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조계종 종회 의장인 주경 스님이 보증한다고 말했다. 이는 조계종단이 보증하는 것으로 공신력이 있다.

특히 일본 대마도 관음사의 우려에 대해 불상을 24시간 볼 수 있는 실시간 영상 시스템도 설치할 계획이다. 과정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상을 모실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 불상을 모셔 오는데 많은 경비가 들 것으로 보인다.

"불상을 대전에서 서산 부석사까지 모셔 오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 무진동차 이용, 불단 마련, 부석사 내 보안시설 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억대까지는 아니지만 큰 비용이 든다. 실례로 지난해 국립박물관에 있는 철불을 수덕사 박물관으로 모셔 와 전시할 때도 이송비만 5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예산을 부석사가 감당할 수 없어 서산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답이 없어 고민이 아주 깊어지고 있다. 예산이 어떻게든 마련이 돼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0일 친견 법회 진행 자체가 어렵다."

원우 스님과 인터뷰 후 서산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일본 관음사와) 반환 전 부석사에 불상을 봉안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식 문서가 접수되면 불상의 이동과 전시에 대한 지원을 충남도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 100일 친견 법회는 언제쯤 열리고 불상은 언제 볼 수 있나?

"현재 불상을 모셔 올 준비를 하고 있다. 100일 친견 법회는 예산 문제가 해결되면 10월 20일 전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0일 친견 법회는 국보급 불상이 600년 만에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의식으로 의미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관음사와 불교 신도, 많은 시민을 초청할 예정이다.

700년 전 만들어진 우리 불상이 잠시나마 고향으로 귀향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서산 시민, 충남도민들이면 누구나 관심을 두고 서산 부석사로 귀향한 불상을 맞이했으면 한다."

- 아쉬움은 없나?

"엄청 아쉽다. 불상이 원래 있던 부석사로 영원히 돌아왔으면 가장 좋은 일인데 그러지 못하고 이제 100일을 한정해서 일본으로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아쉬운 점들이 있다. 그래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을 통해 일본 대마도 관음사의 동의를 얻어 불상을 복제해 부석사에 모셔지기를 희망한다."

- 앞으로 계획은?

"일본 관음사의 소유권이 인정됐지만 환수 운동을 멈추겠다는 것은 아니다. 100일 친견 법회에 일본 관음사 스님들을 초청할 계획이며 전시 기간에 관음사를 방문해 교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마도에 있는 우리 불상을 수덕사 박물관이나 조계종 총무원 한국중앙불교박물관에서 한국 불상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를 일본 대마도에서도 볼 수 있게 또 전시도 할 수 있다. 사법 체계에서 결론이 났지만 서로 교류를 통해 반환을 추진해야 한다.

실제, 얼마 전 다녀온 독일과 체코에는 우리나라 문화재가 매우 많다. 독일의 경우 약탈한 아프리카 문화재를 돌려줬으며 독일은 이를 엄청나게 홍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가 약탈 문화재에 대해서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서로 교류하며, 이같은 인식과 논리를 가지고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

a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사진, 왼쪽)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100일 친견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사진, 왼쪽)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100일 친견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 SNS 갈무리

a  지난해 대법원 판결 후 원우 스님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 후 원우 스님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원우 스님 SNS 갈무리

#서산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원우스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