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금정굴에서 거행

"진실규명과 평화공원 조성은 언제쯤...."

등록 2024.10.06 10:42수정 2024.10.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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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 임재근


a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 임재근


유세차 갑진년 구월 갑인 초사흘날,
이곳 고양시 황룡산 자락에서 74년전 비통하게 쓰러져간 영령들을 위로하고자 제례를 올리며 영령들께 삼가 고하나이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고양 금정굴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 수복 후인 1950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고양경찰서에 의해 200여 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한 대표적인 참극의 현장이다.

금정굴 이외에도 송포지서에 갇혔던 200여 명, 벽제면 고양리에서 100여 명, 신도면에서 100여 명 등 고양 지역에서만 8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마임순 고양금정굴유족회 고문과 김양원 전 고양시민회 회장이 진실규명 활동을 시작한 이후 1993년 첫 위령제를 지낸 이래, 올해 32회 위령제를 맞고 있다.

a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공감 합창단’이 합창공연을 하고 있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공감 합창단’이 합창공연을 하고 있다. ⓒ 임재근


a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 채봉화 회장이 위령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 채봉화 회장이 위령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임재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 채봉화 회장은 위령제 인사말에 나서 "무고한 죽음을 알리고, 진실규명을 위해 싸움을 시작할 때 우리 유족은 50대의 장년이었다"며, "그로부터 30년이 자난 지금 80대의 노년이 되었고, 부모 형제들의 영원한 안식을 보지 소한 채 병들고, 저 세상으로 뜨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쟁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희 유족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며, "전쟁의 상처가 오롯이 새겨져 있는 이곳이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고령의 채봉화 회장도 이제는 몸이 불편해져 지팡이를 짚고 인사말에 나서야 했다.

위령제는 함께 준비한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 심재환 이사장도 인사말에 나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던 자들에 의해 진실은 묻혔고, 피해자들이 오히려 오랜 세월 입을 닫고 숨죽여 살아야 했다"며, "과거사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방해하더라도 우리는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밝혀 명백한 역사적 사실로 확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의 명예가 공식적으로 회복되고, 피해는 정당한 배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며, "이런 악행이 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도록 각종 국가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위령제 사회를 맡은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연구소장은 경과보고에 나서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은 뉴라이트에게 헌납하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뉴라이트 세력은 국가 범죄를 은폐, 왜곡하고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4년이 지나가도록 (민간인 학살 관련)고양지역 신청 사건은 단 한 건도 진실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위원장뿐 아니라 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추도사나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


대신 고양특례시의회 김운남 의장 등 고양지역 정치인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고양지역 국회의원 4명 모두 추도사를 보내왔고, 김영환(고양시정) 의원과 이기헌(고양시병) 의원은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에 나서기도 했다.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편 만화 <황금동 사람들>의 반건웅 작가도 추도사에 나섰다.

a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편 만화 <황금동 사람들>의 반건웅 작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편 만화 <황금동 사람들>의 반건웅 작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a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는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는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 임재근


영령들이시여!
안식처를 마련하고 추모시설이 건립되는 그날까지 기다려 주시옵소서.
영령들의 비통한 죽음과 치욕의 시간을 저희 후손들이 잊지 않고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도리임을 잊지 않겠나이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에 대한 열망도 표출됐다. 유족들은 금정굴이 포함된 고양탄현지구 공공주택 개발과정에서 금정굴 현장보존과 추모시설이 포함된 평화공원을 조성을 촉구했다. 금정굴에서 발굴된 153구의 유해는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창고와 고봉동 청아공원, 고양동 하늘문공원을 거쳐 현재는 세종시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되어 있다. 유족들은 금정굴 현장에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이곳으로 유해를 영구안치할 것을 바라고 있다.


a  고양작가회의 회장 문창길 시인이 ‘아버지의 밥 밥의 높은 빛’이란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고양작가회의 회장 문창길 시인이 ‘아버지의 밥 밥의 높은 빛’이란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 임재근


a  고양작가회의 회장 문창길 시인의 추모시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위령제 참석자들.

고양작가회의 회장 문창길 시인의 추모시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위령제 참석자들. ⓒ 임재근


위령제는 추도식에 앞서 전통 제례가 진행됐고, 중간 중간에는 '공감 합창단'의 합창공연, 어쿠스틱 통기타 듀오 '헬로유기농'의 노래공연, 해금 연주자 은한의 해금연주 등 추모 공연도 이어졌다. 고양작가회의 회장 문창길 시인은 '아버지의 밥 밥의 높은 빛'이란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고양유족회,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가 함께 준비했다.

a  어쿠스틱 통기타 듀오 ‘헬로유기농’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어쿠스틱 통기타 듀오 ‘헬로유기농’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 임재근


a  해금 연주자 은한은 추모공연으로 ‘아침이슬’, ‘섬집아기’, ‘꽃밭에서’를 해금으로 연주했다.

해금 연주자 은한은 추모공연으로 ‘아침이슬’, ‘섬집아기’, ‘꽃밭에서’를 해금으로 연주했다. ⓒ 임재근


a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제74주기 32회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10월 5일 오전 11시, 금정굴 현장(탄현동 산23-1)에서 거행됐다. ⓒ 임재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금정굴 #고양지역민간인학살사건 #금정굴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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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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