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 채봉화 회장이 위령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재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 채봉화 회장은 위령제 인사말에 나서 "무고한 죽음을 알리고, 진실규명을 위해 싸움을 시작할 때 우리 유족은 50대의 장년이었다"며, "그로부터 30년이 자난 지금 80대의 노년이 되었고, 부모 형제들의 영원한 안식을 보지 소한 채 병들고, 저 세상으로 뜨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쟁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희 유족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며, "전쟁의 상처가 오롯이 새겨져 있는 이곳이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고령의 채봉화 회장도 이제는 몸이 불편해져 지팡이를 짚고 인사말에 나서야 했다.
위령제는 함께 준비한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 심재환 이사장도 인사말에 나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던 자들에 의해 진실은 묻혔고, 피해자들이 오히려 오랜 세월 입을 닫고 숨죽여 살아야 했다"며, "과거사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방해하더라도 우리는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밝혀 명백한 역사적 사실로 확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의 명예가 공식적으로 회복되고, 피해는 정당한 배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며, "이런 악행이 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도록 각종 국가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위령제 사회를 맡은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연구소장은 경과보고에 나서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은 뉴라이트에게 헌납하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뉴라이트 세력은 국가 범죄를 은폐, 왜곡하고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4년이 지나가도록 (민간인 학살 관련)고양지역 신청 사건은 단 한 건도 진실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위원장뿐 아니라 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추도사나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
대신 고양특례시의회 김운남 의장 등 고양지역 정치인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고양지역 국회의원 4명 모두 추도사를 보내왔고, 김영환(고양시정) 의원과 이기헌(고양시병) 의원은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에 나서기도 했다.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편 만화 <황금동 사람들>의 반건웅 작가도 추도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