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덕성원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

강제노역·가혹행위·성폭력 만연 공식 인정... "국가 사과와 전수조사" 권고

등록 2024.10.11 10:50수정 2024.10.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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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인권유린이 벌어진 아동시설인 덕성원의 모습. 한 피해생존자가 직접 과거를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다.
과거 인권유린이 벌어진 아동시설인 덕성원의 모습. 한 피해생존자가 직접 과거를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다.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수십 년간 운영한 부산의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에서 국가의 묵인이나 방조 속에 강제 노동과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가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8일 열린 88차 위원회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진화위가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와 피해자 45명의 진술, 당시 보건사회부·부산시 공문 등을 분석해 조사한 결과다.

진화위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안 대표는 어머니와 함께 1982년 부산에서 경찰의 불법적인 단속으로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혼자 덕성원으로 보내졌고, 어머니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 형제복지원에서 덕성원으로 전원된 사례는 안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1977년부터 1987년까지 덕성원 원생 가운데 57명이 형제복지원을 거쳤다.

안 대표 등 덕성원 원생들은 밭과 농장, 각종 공사 현장, 원장 가족의 사택 등에 동원돼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특히 1974~1986년생 여자 원생 15명은 "설립자와 원장의 집에서 식모처럼 일했다"고 진술했다. 남자 원생들도 "여러 개인 사업체로 불려가 노동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구타나 가혹행위, 성폭력은 일상이었다. 주로 원장과 장남 등 가족과 임직원이 원생들을 통제하며 사건이 벌어졌다. 일부는 남자 원생들을 집합시켜 서로 싸우게 한 뒤 이를 지켜보거나, 자루에 넣어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상습적인 성추행·성폭행도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원장의 주장만 듣고 복귀했다고 입을 모았다. 1989년 퇴소한 한 피해자가 낸 진정서도 경찰은 '교육상 필요할 때 때린 사안이어서 범죄로 보기 어렵다'며 내사 종결했다.

이외에 국가 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점, 종교의 자유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된 점, 원생의 임금 착복 등 추가적인 문제도 파악됐다. 진화위는 진실규명 결과를 토대로 ▲위헌적·위법적 공권력을 행사한 국가의 공식 사과 ▲신청인인 안 대표뿐만 아닌 미신청 45명까지 피해자로 인정 ▲전수 조사로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처 등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덕성원은 1950년대 부산 동래구(현 해운대구) 중동 지역에 설립한 아동보호시설이다.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다 2000년 폐원했다. 이날 진화위가 인권유린을 공식 인정하면서 국회에서도 후속 조사를 위한 관련 법안 마련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억울함이 풀리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관련기사] '덕성원' 직권조사 요청한 부산시, 피해자들 "진실규명" 호소 https://omn.kr/27de6
#덕성원 #아동보육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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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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