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생물학적 유해요인 대응 방안

노동환경에서의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관한 ILO 협약 ②

등록 2024.10.14 09:44수정 2024.10.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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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국내 콜센터, 물류센터 등 밀집된 일터에서 감염병이 확산되었다. 아무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더라도, 지금의 노동 공간이 얼마나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지 알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물리화학적 유해요인들, 인간 공학적 원인 외에 일터의 생물학적 유해 요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전 지구적 팬데믹이 도래하기 전에도 이미 생물학적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터에서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사람들

작업 현장에서 생물학적 요인에 노출되는 방식은 크게 2가지이다. 직접 제조 공정이나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도, 활동의 결과나 그 자체의 특성에 의한 비의도적 노출. 노출 경로는 주로 공기중 미생물 흡입 또는 피부나 점막에의 노출로 이루어진다. 직업적 생물학적 위험요인이라고 하면 작업 환경에서 발생하고 작업자에게 유해한 영향을 나타내어 직업성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을 포함한 거대 생물 및 이러한 유기체로부터 유래된 구조 및 물질들을 총칭한다. 바이러스, 세균, 균류, 식물 유래 물질, 무척추 동물, 척추 동물 유래 물질 등이 포함된다.

최소 20개의 직업군에서 최소 193개의 생물학적 위험요인들에 노출되고 있으며, 감염성, 알레르기 유발, 독성, 발암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주로 보건의료나 실험실 종사자에서 인간 병원균들에 노출되기 쉬우며, 농업 종사자들에서 분진과 동반한 생물학적 알레르겐이나 온난 기후에서 기생충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그 외 목수, 섬유산업, 하수처리장, 광산 등 여러 직종에서의 생물학적 위험요인의 노출 사례들이 점차 확인되고 있다.

보건의료 및 실험실 종사자들의 경우 병원균들에 노출되기 싶다. 전자의 경우 만나는 환자에 따라, 후자의 경우 다루는 실험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의 경우 B형 간염, HIV 등 혈액 매개 감염질환과 홍역, 볼거리, 결핵 등 공기 매개 바이러스 및 아데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등에 주로 노출될 수 있다. 혈액 매개 감염의 경우 주사침 찔림 등의 사고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험실 종사자들의 경우 광견병이나 한탄바이러스, 렙토스피라증 등 인수공통감염병을 다루거나, 쥐에게 물리거나, 실험실 동물들의 소변, 대변 등을 통해 세균, 바이러스, 균류, 알러지 유발물질 등에 노출된다.

농수산업, 임업, 축산업 및 도축업, 수의사는 살아있는 동식물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이를 가공하는 직업군들이다. 특히 농업 종사자는 아스페르길루스나 렙토스피라, 클로스트리듐 등 식물 유래 세균이나 균류들에 의해 감염되거나 식물 포자나 주혈흡충 등 기생충들에 노출되어 알레르기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축산업이나 도축업 종사자의 경우 콕시엘라, 리케치아, 렙토스피라, 브루셀라 등 동물매개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및 세균에 노출될 수 있고, 진드기에 물리거나, 톡소플라즈마 등 기생충에 노출될 수 있다.

하수처리장, 금속 및 인쇄나 섬유 가공업들의 경우 직접 병원균을 다루거나 동식물을 다루진 않지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상이하게 노출될 수 있다. 하수처리장의 경우 경구 경로로 감염되는 장 관계바이러스(enteric virus)인 A형 간염에 노출될 수 있으며, 렙토스피라, 레지오넬라, 살모넬라 등 감염성 세균, 아스페르길루스 등 균류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스웨덴의 하수처리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설사, 소화불량, 복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그 외 호흡기계 증상이나 두통, 피로 등 신경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확인되었다. 금속 가공의 경우, 금속가공유를 재사용하는 과정 속 오염된 금속가공유에서 그람 음성 세균들의 엔도톡신이 검출되는 경우가 확인되며 작업 중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냉각수에 레지오넬라 균들이 자라는 경우가 확인된다.

그 외 인쇄 및 섬유 공정에서는 공기 중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가습기나 훈증기 내의 에어로졸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라 가습기열(humidifier fever)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노동환경에서의 생물학적 유해요인 역시 일터 내 다른 유해요인과 마찬가지로 위험성을 평가해서 관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노동환경에서의 생물학적 유해요인 역시 일터 내 다른 유해요인과 마찬가지로 위험성을 평가해서 관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ILO(국제노동기구)

기본 원칙대로, 위험성평가와 위험 통제

이러한 생물학적 요인에 대한 보호 및 노출과 그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일단 어떤 요인들에 대해 대책을 세울지 정하기 위해 위험성 평가를 진행한다. 해당 요인에 노출될 때 발생하는 건강 위해의 심각성(무해한 것부터 치명적인 것까지)과 실제 노출 가능성(아주 드물게 노출되는 것부터 거의 항상 노출되는 것까지)을 고려하여 조치 필요한 생물학적 위험요인의 우선순위를 3가지 위험 수준으로 분류한다. 심각성과 노출 가능성을 고려하여 위험의 정도가 높은 것부터 우선적으로 대책을 세운다.

위와 같이 위험요인을 설정한 후 제거-대체-공학적 대책-관리적 대책-개인보호구의 순서로 위험 통제(Hierarchy of controls)를 시행한다. 실험실과 같이 유해인자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우, 필요하지 않거나 감염성이나 독성이 매우 높은 경우 이에 대한 사용을 제한하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비의도적으로 해당 요인들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학적, 관리적 대책 그리고 개인보호구의 사용이 중요해질 것이다. 공학적 접근으로는 미생물 안전 캐비닛 마련 및 음압 격리, 작업 환경 내 먼지나 에어로졸 감축 위한 국소 배기 장치 설치, 훈증기 및 냉각수의 잦은 점검 및 살균, 주사침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바늘 사용, 오일 미스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살충제 적용 등이 있을 것이다.

관리적 대책으로는 밀집 환경이나 감염 전파가 쉬운 환경 개선, 폐기물 및 세탁물 관리 매뉴얼 마련, 노출 상황 발생한 경우 대응 매뉴얼 마련, 위생관리, 백신 접종, 건강검진, 아프면 쉴 수 있는 건강 보호 대책 마련, 개인보호구, 개인 위생 등에 대한 근로자 및 사업자에 대한 교육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보호구에 대해서는 노출되는 유해요인에 맞는 장갑, 고글, 호흡기 보호구, 페이스 쉴드, 작업복 등이 제공되어야 하고, 교체 시기나 사용 후 처리 과정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격리나 위생 관리 등에 대한 사업장 매뉴얼들은 확인되나, 그 외의 유해요인들에 대한 관리 역시 필요하다. 병원이나 실험실의 경우 보통 감염관리나 생물학적 위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별도의 지침이 마련되어있지 않다. 특히 폐기물산업, 도축업, 병원 외의 돌봄 노동자(어린이집, 유치원, 요양원, 데이케어센터 등)들의 경우 생물학적 위험요인 실제 노출 빈도도 높고, 이에 대한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되나 해당 직종에 대한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해외의 폐기물 산업에 대한 안전보건 가이드라인을 보면 해당 직종의 생물학적 위험 예방 지침이 상당히 자세하게 수립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금융공사(IFC)의 폐기물관리시설 환경보건안전지침에 따르면, 작업자의 병원체의 노출에 대한 예방, 최소화 및 제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권장한다.

- 적절한 개인 보호복 및 장비를 제공

- 노동자 예방접종 및 건강 모니터링 제공 (예: B형 간염 및 파상풍)

- 폐기물 처리 및 보관 구역에서 일반 환경 관리

- 자동(비수동) 폐기물 처리 방법 사용(실용적인 경우)

- 해충과 파리를 유인할 가능성이 있는 폐기물에 대해서 신속한 처리, 압축, 밀폐 등.

- 일정한 간격으로 사용되는 무거운 이동식 장비의 실내를 소독제로 청소 및 세척

- 병원체 파괴를 달성하기 위해 생물학적 처리 시스템에서 적절한 온도와 시간을 유지

- 통합된 해충 방제 접근법을 사용하여 해충 수준을 제어하고, 필요한 경우 노출된 얼굴 및 옆구리와 같은 감염 부위를 살충제로 처리.

-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조건(예: 퇴비를 돌리는 중)에서 방진 마스크 또는 인공호흡기를 제공하고 사용

- 베인 상처와 멍에 대해 신속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

- 가축전염병, 인수공통전염병 확산 등의 파급을 막기 위해 폐기물 처리 장소를 가축이나 야생동물이 접촉할 수 없도록 펜스로 완전히 보호. 조류인플루엔자나 기타 조류 관련 질병의 막기 위해 조류가 오지 않도록 폐기물을 밀폐.

위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업환경의 생물학적 위험요인 노출을 관리하기 위해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고 기준을 설정하거나, 근로자 중 감염에 취약한 군들에 대한 관리, 질병 발생 시 복귀 과정 등 매뉴얼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앞으로 취약 직종에 대한 생물학적위험요인 예방 및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참고

■ Dutkiewicz J, Jabłoński L, Olenchock SA. Occupational biohazards: a review. Am J Ind Med. 1988;14(5):605-23. doi: 10.1002/ajim.4700140511. PMID: 3067569.

■ Burzoni, S.; Duquenne, P.; Mater, G.; Ferrari, L. Workplace Biological Risk Assessment: Review of Existing and Description of a Comprehensive Approach. Atmosphere 2020, 11, 741.

■ Rim KT, Lim CH. Biologically hazardous agents at work and efforts to protect workers' health: a review of recent reports. Saf Health Work. 2014 Jun;5(2):43-52. doi: 10.1016/j.shaw.2014.03.006. Epub 2014 Apr 5. PMID: 25180133; PMCID: PMC4147232.

■ ILO, Technical guidelines on biological hazards in the working environment, June 2022.

■ IFC, Environmental, Health, and Safety Guidelines for Waste Management Facilities, DECEMBER 10, 20074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ILO #생물학적유해요인 #국제노동기구협약 #코로나 #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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