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중인 거실
이혁진
집수리를 하면서 현장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큰소리를 낸 건 아니었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애초 계획한 바나 의도한 대로 되는 경우가 적었다. 이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시정을 요구해야 했어서, 자주 신경이 곤두서 있고는 했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지만, 아내와도 이런저런 이유로 실랑이를 벌였다. 집수리를 처음 시작할 때 아내는 현장에 있는 내가 수고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하시는 분들도 알아서 잘 챙기리라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6월과 7월 여름 날씨는 또 얼마나 무더웠던가. 폭염이 지속되는 와중, 더위를 참아가며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에 있었다. 오래된 집을 수리하지만 집을 새로 짓는다는 일념으로 일꾼처럼 열심히 일했다.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현장 작업자들도 못지않았다. 에어컨과 선풍기에서 되레 뜨거운 바람이 나왔는데도 아예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자기들 상황은 낫다며 일손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작업자들에게 매일 3시경이면 더위를 식힐 겸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커피 등을 구해와 대령했다(이들이 집수리의 직접적인 작업자이니, 잘 부탁한다고 해둘 필요도 있었다).
집수리 공정은 크게 철거 작업을 시작으로 방, 거실, 주방, 화장실 내부공사에 이어 건물 외벽 방수 등 외부공사로 마무리된다.
실내 공사가 어느 정도 골격이 갖추어지자 나는 아내에게 한번 다녀가라고 말을 건넸다. 아내도 그간의 작업이 어떤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이전에도 아내에게 간간이 현장의 돌아가는 이야기는 가끔 들려주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