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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유학강국" 무색, 온라인 예약 막혀 꿈 접는 미얀마 학생들

현지 대사관, 방문 예약 한 달에 한 번 온라인으로만.. "꿈의 땅 한국, 포기할 수밖에"

등록 2024.10.21 13:21수정 2024.10.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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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우(가명)씨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의 '영사확인'을 위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 오류 화면.
마우(가명)씨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의 '영사확인'을 위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 오류 화면. 제보자 제공

"미얀마 속담에는 하늘에 별을 따는 것이 더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대사관 예약을 하지 못하면 꿈의 땅인 한국에서의 공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 유학을 꿈꾸는 미얀마 학생들이 온라인 예약의 문턱에 막혀 '영사확인'을 위한 한국대사관 방문조차 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악한 전기·인터넷 환경의 미얀마에서 온라인으로만 예약을 받고 있는 데다 그마저도 1개월에 1회만 진행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불안한 치안 상황에 한국행을 희망하는 이들이 5배 가량 폭증해"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예약을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영사확인 시도'로만 반년 날려... "대행 사기 사건도 발생"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주미얀마 한국대사관 페이스북

미얀마의 대표 도시 양곤에 사는 마우(가명)씨는 한국 드라마, 예능, 케이팝을 접하면서 의류 산업을 공부하고 싶어 한국 유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껏 5~6번 가량 '영사확인'을 위한 대사관 온라인 예약을 시도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예약 시도는 한 달에 한 번 할 수 있어 반 년을 날린 셈이다.

미얀마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오려면 미얀마의 고등학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 서류를 한국에서 인정받기 위한 '영사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 같은 사정 때문에 마우씨를 비롯한 많은 예비 유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마우씨와의 인터뷰는 현지 인터넷 사정으로 여러 번 대화가 끊기는 등 어려움 속에서 진행됐다. 마우씨는 "양곤에선 전기가 4시간씩 끊기기도 하고 인터넷도 느리다"라며 "(온라인 예약 제도만 운영하는 건) 미얀마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사확인을 위한 예약 시도 외에도 한국어를 공부하며 대학도 알아보고, 서류도 준비해야 한다"라며 "또한 한국대사관에선 (영사확인 수수료로) 조금의 얼룩도 묻지 않은 신권 미국 달러를 요구한다고 들었다. 신권 달러까지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약 시도까지 안 되니) 한국에서 공부하는 꿈을 자꾸만 포기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미얀마 유학생 A씨 또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예약 과정에서 신원 인증을 위한 6자리 번호가 휴대전화로 오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었다"라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예약이 10분 만에 너무 빨리 마감돼 예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A씨는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돈을 받고 대신 예약을 해주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기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씨의 말처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미얀마어로 '한국대사관의 온라인 예약을 대신해주는 대리 서비스를 결제했으나 사기를 당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대사관 "한 달 한 번→두 번으로 늘리겠다"

 마우(가명)씨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의 '영사확인'을 위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 오류 화면.
마우(가명)씨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의 '영사확인'을 위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 오류 화면. 제보자 제공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해외 유학생을 30만 명 규모로 늘리기 위해 '해외인재유치전략TF'까지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세계 10대 유학강국"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얀마의 사례에 비춰보면, 정작 현장에선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도 못 간 학생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온라인으로만 '영사확인을 위한 대사관 방문 예약'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한국행을 희망하는 미얀마인들의 공증 및 비자 신청 민원이 5배 가량 폭증했다"며 "특히 어학연수·유학의 경우 2020년 대비 696%가 증가해 한정된 인력으로 처리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예약 주기를 1개월 1회에서 1개월 2회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해두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도 9월 학기부터 비자 접수 인원을 2배로 확충했다"며 "또 출입국관리관 파견, 실무인력 증원, 비자신청센터 설치 등을 본부 및 관계부처 등에 건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에 진행했던) 현장 접수의 경우 신청자들이 대기표를 받기 위해 대사관 앞에 장시간 대기하며 길게 줄을 서야 했다. 또 대기표를 받기 위해 (대사관이 있는) 양곤으로 와야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다"며 "대기 줄이 길어지자 민원인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고, 대리로 줄을 서거나 고액의 돈을 받고 자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등 각종 편법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더해 "미얀마의 시장환율 변동 폭이 매우 큰 상황에서 현지화를 기준으로 한 적정 수수료 책정이 사실상 불가해 신권 달러만 받고 있다"며 "한국으로 송금할 때에도 달러 송금만 가능하며, 강도 높게 외환거래를 규제중인 미얀마 중앙은행은 신권 달러만을 제한적으로 취급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한국유학 #영사확인 #한국대사관 #미얀마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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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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