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고 3 교실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고3 교실에 등교하는 아이들은 고작 일고여덟 명에 불과하다.
픽사베이
모두가 융통성 있게 등교 여부를 선택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너만은 학교를 꾸준히 가야 한다고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학교라는 곳에 대한 나의 신념에 근거해 굉장히 불편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크게 아프지 않은 한 빠지면 안 되는 곳.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성실을 연습하는 곳.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와 상관없이 나는 아이에게 그 신념을 강조해 보았다.
"엄마 생각에는, 네가 남아도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계획을 짜고, 실천도 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어."
아이를 타일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콧바람을 쌩 내보냈다. 지루한 이 시간이 어서 지나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엄마의 신념이고 뭐고, 아이는 결석한다고 담임에게 알렸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병결 처리에 필요한 진료확인서를 떼 왔다.
시간을 잘 보냈으면 하는 엄마 마음
"어머니,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조퇴를 희망하네요. 3교시에 면접반 수업도 다 끝났는데, 집으로 보내도 될까요?"
담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결석했던 아이는 오늘 조퇴를 했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본인도, 나도, 심지어 담임도 알고 있는 듯하다. 출결사항이 성적에 반영되는 기간이었다면, 아이는 휴지를 왕창 쓰더라도 코를 풀며 교실에 남아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담임도 학교에서 아이가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 그저 집으로 보내주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엄마인 내가 허락하지 못할 이유가 더 이상 없었다.
"네, 선생님.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 보내주세요."
이 아까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게 된 것. 혹자는 교육 시스템이 엉망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혹자는 아이가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엄마가 마음이 약해서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유가 어떻든 무언가 시원하지 않은 마음만은 분명하다.
입시 결과를 기다리고, 면접을 준비하는 등 마음이 어수선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면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만한 실천들로 하루하루가 잘 짜였으면 좋겠다.
대학 입학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저 학교이기에, 성실히 그곳에서의 삶을 멋지게 영위해 나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고, 어른들이 그러한 시스템을 잘 갖춰 아이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공유하기
어제는 결석, 오늘은 조퇴... 고3 교실 풍경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