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독서회의 책읽기2024년 3월, 제주 4.3을 앞두고 무지개독서회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현기영 작가의 <제주도우다>를 함께 읽었다.
김규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흥분, 예전에 읽거나 최근에 다시 읽은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토론, 여행 중에 스웨덴 한림원에 다녀온 에피소드, 한국 문학의 위상에 대한 시각 등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린 시절에는 읽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세계 문학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 문학을 은근히 경시했던 경험도 고백했다. 반대로 아무리 번역이 좋고 유명해도 우리말 작품을 읽어야 교감이 잘 되어 한국 문학을 우선으로 찾아 읽었다는 사례도 나누었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의 욘 포세(2023년)와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2022년)의 작품에 대해서도 짧게 거론했다. 국내외의 여러 문학상 수상 작가와 작품 목록은 독자에게 유용한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상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작품을 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철도원 삼대>, <해질 무렵> 등 책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 어떻게 좋았는지도 나누었다.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었을 때 마침 제주도에 계셨다는 회원이 말을 꺼냈다. 무지개독서회에서 <작별하지 않는다>와 현기영 작가의 <제주도우다>를 함께 읽었던 기억이 나서 4.3평화공원에 다녀왔다고. 당시 우리는 작가가 집필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걱정하며 그의 안녕을 기원했다. 독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읽으며 고통과 슬픔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나누었다.
한국문학의 생동감을 느낄 때
윤동주는 <팔복>이라는 시에서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말을 여덟 번 반복한다. 문학은 그런 것이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내가 슬퍼하는 것.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그것은 희귀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구하기 힘들었던 한강 작품 수급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읽는 것 자체가 아프고 힘겨워서 몇 번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고, 결국 책을 끝내기 전에 몇 번이나 덮어 버리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