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앨리스> 포스터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표지.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 교육현장을 취재해 이 책을 쓰고 꿈틀리인생학교를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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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리인생학교의 도전은 멈추지만…
꿈틀리인생학교의 전신은 2007년에 설립된 시민기자학교 오마이스쿨이었는데, 나는 개교식에 초대받고 여러 번 강연을 한 적도 있다. 꿈틀리인생학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덴마크의 교육현장을 오랜 기간 관찰하면서 구상한 학교다.
그는 2014년에 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행복사회를 이해하는 6개 키워드를 뽑아냈다.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 사회가 나를 보호해주는 '안정', 남이 부럽지 않은 '평등', 세금이 아깝지 않은 '신뢰', 의지할 친구가 있는 '이웃', 자전거로 출근하는 '환경' 등이 그것이다.
그는 시험도 등수도 왕따도 없는 행복한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특히 고등학교 진학 전에 1년을 보내며 진로를 모색하는 에프터스콜레에 꽂혔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다가 2016년에 개교한 꿈틀리인생학교가 잠시 쉬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덴마크에는 250여 개 에프터스콜레에 3만 명이 재학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쭉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리 사회가 학벌과 경쟁 지상주의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고, 대안학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차갑고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덴마크는 학벌주의가 발붙일 데가 없는 사회이고, 에프터스콜레의 경우 정부가 운영비의 70%를 댄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야만성에 일찍 눈을 뜬 이들이 오랜 기간 희망의 싹을 가꾸어 왔다. 현재 대안학교는 학력인정을 받는 곳이 97개 있고, 학력인정을 못 받지만 더 자율적인 대안교육기관은 교육부에 등록된 것만도 256개나 된다. 등록도 하지 않은 대안학교는 파악도 안 된다.
제천간디학교 이병곤 교장은 "추산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있다"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정부에 의료물품 지원을 신청한 학교가 600여 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안교육기관의 교사는 2천 명에 이르지만 학생은 1만 명도 채 안 된다. 내가 제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일할 때 인근의 제천간디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교장과는 우리 교육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왔다. 이 학교는 교장도 학생들이 뽑는다.
'별꼴학교'에서 별스러운 꿈을 키운다
한미리스쿨이 있는 제주도 성산읍에도 '별꼴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다. 지난 여름 학교를 방문했다가 학생들의 일상이 너무나 기특해 보여 전교생과 선생님들을 초청해서 특강과 솥뚜껑 삼겹살구이 파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들은 상차림과 설거지도 자신들이 하겠다고 나서는 등 여느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체득하고 있었다.
중1에서 고2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이 학교는 너무나 가족적이어서 형제자매들보다 더 친해 보인다. 아침 7시 30분에 기상하면 요가 등으로 몸을 깨운 뒤 마을을 한 바퀴 걷거나 뛴다. 그 후 학생들이 '파티'라고 부르는 회의를 열어 인문학, 영어, 독서, 밴드연주 등 활동계획을 짠다. 성산일출봉 등반이나 섭지코지 산책도 이 파티에서 즉흥적으로 정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을 빼고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지만 식사와 빨래 같은 일도 스스로 하고 식사 당번이 세 끼 식사를 준비한다. 자기가 먹을 밥상을 자기가 차리는 데다 하루 활동량이 많으니 '반찬 투정'이란 있을 수 없다. 이영석 총괄디렉터는 "공부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배운다"고 말했다. 여름과 겨울에는 두 달씩 해외에 머무는데 지난 여름에는 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을 다녀왔고, 이번 겨울에는 태국의 협력학교에 간다.
관심 영역이 다른 학생은 달리 키워야
별꼴학교 학생들을 위한 한미리스쿨 초청 강연의 제목은 '커뮤니케이션의 최초·최종병기: 문장, 엠블럼, 아이콘의 기호학'이었다. 지금까지 강연한 대상자들 가운데 별꼴학교 학생들만큼 몰입하고 재미있어 하는 집단은 처음 보았다. 유럽 역사를 상당히 많이 아는 학생도 있었고 지금까지 어떤 성인 학생도 맞춘 적 없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국기를 아는 학생도 나왔다.
꿈틀리인생학교와 별꼴학교는 교육부에 등록하지 않은 대안학교다. 이영석 디렉터는 "등록하려면 시설과 교사의 자격 등 기준을 맞춰야 하고 보고도 자주 해야 하는데 그런 걸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교육의 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등록해봤자 지원도 별로 없다"고 비판했다.
규격에 관한 집착 등 행정편의주의가 자율을 생명으로 하는 대안학교의 장점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대안학교의 교육철학은 자연과 노동, 인문학을 통해 지혜를 가르치는 한미리스쿨 설립 취지와 맞닿아 있어 전국의 다른 대안학교들과도 무료 강연 등 연계활동을 늘려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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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 키아오라리조트 공동대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 원장, MBC저널리즘스쿨 교수(초대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조선일보 기자, 한겨레 경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초대원장(2008~2019), 한겨레/경향 시민편집인/칼럼니스트, KBS 미디어포커스/저널리즘토크쇼J 자문위원, 연합뉴스수용자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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