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심포지엄 참석자들. 앞쪽에 황지우 시인(왼쪽부터), 김판수 익천문화재단 이사장,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 등의 모습이 보인다.
한승훈
만해 한용운이 시 '알 수 없어요'에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고 읊었듯이, 김남주는 시 '잿더미'에서 '아는가 그대는, 봄을 잉태한 겨울밤의 진통이 얼마나 끈질긴가를'이라고 외쳤다. 염무웅은 "죽음의 잿더미가 생명 에너지의 새로운 원천임을 힘차게 천명한 것"이라며 "재생의 신화, 저 피닉스(불사조)의 기적, 이것이 오늘 이 해남집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1박2일 일정은 한 작가를 기리는 행사가 이토록 성대하게 열린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알차게 짜였다. 첫날 저녁에는 김남주와 박광숙의 옥바라지로 맺어진 사랑 얘기를 시극으로 연출한 <은박지에 새긴 사랑>이 공연됐고, 이어 '전국문학인의 밤'이 깊어 갔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한국작가회의 회원 등 500여 명이 김남주의 문학을 기억하고 작가정신을 계승하는 자리였다.
길동무문학학교 김명환 교장은 "김남주기념사업회 김경윤 회장 등 현지 문인들이 굉장히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고 최근 몇 달 동안 신경림·송기원 선생님 등 문단 원로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예상 밖으로 많은 문인과 문학애호가들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김남주를 얼마나 건성으로 알았던가
제주에 살면서 두 가지 불편한 점은 가고 싶은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과 의료취약지역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익천문화재단(이사장 김판수·염무웅)이 함께하는 1박2일 '길동무 문화예술산책'에 동행하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의료대란 덕분'이다. 제주에서 정기신체검사를 했다가 상급병원에서 긴급히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제주대병원도 서울대병원도 초진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거였고 강남성모병원은 2월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언론은 응급실 문제를 대서특필하고 있으나 정작 큰 문제는 대형병원들이 상급병원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신히 한 종합병원에서 검사와 진료 일정이 잡혀 서울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 1박2일로 해남·강진에 다녀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