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깨끗해야 술도 깊은 맛이 납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발효술

[함양의 발효문화 기반 활용을 통한 지방소멸 극복]

등록 2024.10.28 13:26수정 2024.10.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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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점점 전통적 식문화에서 멀어지고 가공식품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가까워졌으며 그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성인병의 위험 속에 김치 못 담는 세대, 조리기능 상실의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적 식문화에서 멀어졌다. 그 가운데 발효 먹거리는 대표적인 바른 먹거리로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노화방지 및 건강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쌀누룩(코지) 중심의 ‘누룩소금’이나 ‘쌀누룩 요거트’의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졌다. 발효와 청정농산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는 가파른 인구소멸의 위기 속에서 기성세대의 전통적인 발효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 인구 3천명 규모의 지자체에서 성장한 목장, 와이너리, 양조장 등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발효를 기반으로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경제적 성과를 창출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를 살펴보고 함양군이 보유한 훌륭한 발효기반을 조명하여 발효가 함양군만의 독자적인 매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말]

 지리산옛술도가, 하미앙 대표
지리산옛술도가, 하미앙 대표주간함양

[글 싣는 순서]
1.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1 (우케가와팜덴엔, 카미카와다이세츠슈조)
2.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2 (오호츠크팜우시오, 보스어그리 와이너리)
3.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3 (노스플레인팜, BSB양조장)
4. 바른 먹거리, 발효음식의 중요성, 온생명평생교육원 김인술 원장
5. 쌀누룩 발효와 발효문화의 성장 가능성, 한일국제발효치유협회 오상희 회장
6. 함양의 발효기업1 장 (인산가, 허점순 토속된장할매, 별빛담은마을)
7. 함양의 발효기업2 초 목장발효(채연가, 삼민목장)
8. 함양의 발효기업3 주 (하미앙, 옛술도가)

 전통 막걸리를 만드는 지리산옛술도가 송승훈 대표
전통 막걸리를 만드는 지리산옛술도가 송승훈 대표주간함양

자연이 빚은 발효, '지리산옛술도가' 꽃잠 막걸리 이야기

함양 금계마을에서 전통 막걸리를 만드는 지리산옛술도가 송승훈 대표는 발효와 양조를 통해 지리산 자연의 가치를 담은 꽃잠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발효는 단순한 제조 기술이 아니라, 환경과 자연이 함께하는 예술이라는 그의 철학이 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 대표가 운영하는 양조장이 있는 함양 금계마을은 지리산의 자연과 맑은 지하수 덕분에 발효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 자연환경이 꽃잠 막걸리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금계마을의 상수도는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물이 깨끗해야 술도 맑고 깊은 맛을 냅니다." 특히 물의 경우 술의 맛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물이 바로 나오는 곳에서 술을 만든다고 부러워해요. 남들이 봤을 때는 매우 좋은 여건에서 술을 만들고 있는 거죠. 제가 이곳에 귀촌하기 전에 도시에서 술을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나요. 같은 레시피라도 이렇게 맛이 다른 건 좋은 물을 썼기 때문이죠."

송 대표는 함양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술을 빚으며 농가와의 상생을 도모한다. 꽃잠 막걸리는 함양쌀과 우리밀로 만든 누룩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저희가 함양에 사니까 함양쌀을 쓰는 거예요. 그리고 도정을 2주 넘기지 않은 쌀만 써요. 이게 쌀이 포함하고 있는 수분율이 달라요. 이런 차이도 잡고 있어요."


 지리산옛술도가
지리산옛술도가주간함양

막걸리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술이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 역시 술의 발효에 영향을 미친다. 송 대표는 "봄과 가을에는 청량한 좋은 술이 나오고, 여름에는 신맛이 강하며 겨울 술은 묵직한 맛을 냅니다"라고 말했다. 지리산옛술도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술을 만들기 때문에 누룩이나 발효 환경에 따라서 미묘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지리산옛술도가는 이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런 변화에 막걸리를 납품받은 업체가 당황하지 않도록 매번 술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발효 술은 매번 미세한 차이가 나는데, 그는 이를 "와인이 해마다 다른 맛을 내듯 발효주도 자연과 발효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매력이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전통주를 설명하는 게 어려웠는데 이제는 전통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조금 긴장도 돼요. 좋은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꽃잠 막걸리는 단양주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누룩과 고두밥을 한 번 발효시키는 단양주는 술에 청량감과 부드러운 탄산을 더하지만, 그만큼 발효 상태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큰 까다로운 방식이다. 하지만 시설 확충을 하며 맛의 편차를 확 줄였다.

"발효실 벽을 40cm로 만드는 등 단열에 신경을 써서 요즘은 술의 계절별 편차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러니까 납품을 받는 매장이 조금 아쉬워해요. '요즘 술이 균일하게 나온다고 설명이 없다'며."

앞으로도 지리산옛술도가가 갈 길은 멀다.

"일본은 도정률에 따라 술의 등급이 나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술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백세를 하거든요. 쌀 표면의 지방질과 단백질이 술맛을 흐리고 발효과정에서 숙취를 유발하기 때문에 표면을 없애는게 좋은데 문제는 함양쌀이 잘 깨져요."

막걸리에 걸맞는 종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몇 양조장에서 논농사 계약을 통해 막걸리에 맞는 종자를 찾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어요. 상황이 안정화된다면 꼭 이루고 싶은 저희 미래의 목표예요."

 발효 와인 제조를 통해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하미앙 이상인 대표
발효 와인 제조를 통해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하미앙 이상인 대표주간함양

지역 농산물과 함께 '하미앙 와인밸리' 와인 이야기

이상인 대표는 하미앙 와인밸리에서 발효 와인 제조를 통해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의 성공 모델을 구축했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단순한 술을 넘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건강한 발효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매년 8만에서 1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며 매년 약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총 매출의 70%가 방문객과의 직거래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하미앙 와인밸리를 통해 함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장에서는 방문객들이 와인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와인을 시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 족욕, 뱅쇼 만들기, 비누 만들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리산의 일교차가 큰 기후와 게르마늄이 풍부한 토양은 좋은 머루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하미앙 와인은 30여 개의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머루를 수급하며, 농가들에게도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고 있다. 이상인 대표는 "이 와인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지역 농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1998년 산머루 가공공장으로 시작한 하미앙은 국제와인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전국체전 만찬건배주로 선정되는 등 훌륭한 와인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처음엔 무작정 시작했는데 와인 발효는 정말 과학이고 지식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대학을 발효전공으로 다니면서 자격증도 따고 공부를 했어요. 그렇게 경험을 쌓으며 오늘까지 왔어요."

하미앙 와인밸리의 와인은 두 차례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1차 발효에서는 효모가 포도즙의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고, 2차 발효와 숙성을 통해 와인의 맛과 향이 깊어진다.

"우리가 와인을 만들면서 머루가 가지고 있는 성분을 검사해보니까 장기 숙성을 했을 때 탁월한 맛을 내더라고요. 머루가 색이 굉장히 짙기 때문에 1년, 2년 해서는 제맛이 안 나고 최하 3년에서 5년 넘게 숙성을 하니까 깊은 맛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산머루 품종은 장기 숙성을 통한 명품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미앙
하미앙주간함양

하미앙 와인밸리는 와인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경상남도민간정원으로 등록되었고 2021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단순히 와인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와인을 콘텐츠로 다양한 관광과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1차와 2차, 그리고 3차 산업을 융합해서 시너지를 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농촌에서는 참 중요해요. 하미앙 와인밸리도 6차 산업의 선도농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역의 건강한 6차 산업은 농촌의 농가 소득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농촌관광을 통해서 새로운 소득 모델을 만들어 지역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미앙 와인밸리는 6차산업경진대회 경상남도 최우수상, 대한민국 신지식인상 수상, 대통령 표창 등 다양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저희 매출도 중요하지만 방문객이 하미앙 와인밸리를 방문하면서 지역의 식당과 주유소를 이용하는 등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 (최학수PD)에도 실렸습니다.
#함양의 #발효문화 #기반 #활용을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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