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NSF를 아시나요?

등록 2024.10.28 15:13수정 2024.10.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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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9월 25일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새벽 6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에 살고 있는 와엘의 집으로 15명가량의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이 들이닥쳤다. 군인들은 와엘과 가족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고함을 지르며 한쪽으로 모이라고 명령했다. 명령을 거부하면 죽음을 당할 수 있기에 집안에서 있던 와엘과 그의 아내 메이샤,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거실로 모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군인은 와엘의 아내인 메이샤를 다른 방으로 옮겨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렸다. 60세 고령의 메이샤는 평소 시력에 문제가 있기에 눈을 가리자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고 와엘과 자녀들은 목숨을 걸고 강력히 항의했다. 군인들은 메이샤의 눈은 풀어줬지만 그대로 메이샤를 끌고 갔다. 집 밖에는 커다란 군용차량 4대가 있었고, 수십 명의 추가 군인들이 집 근처를 경계하고 있었다. 와엘이 추후 알게 된 그녀의 체포 이유는 '이스라엘 보안 위협'이었고, 그녀는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이다.

#2.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모함메드는 13살이고 밑으로 6명의 동생이 있다. 작년 10월 10일, 외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된 모함메드의 엄마는 외할머디댁에 잠깐 방문한 사이 모함메드의 아빠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함메드 집 근처의 집이 폭격을 받았고 그 집이 모함메드 외할머니 집이었다. 집안의 모든 이들은 사망했다. 그렇게 모함메드 가족들은 엄마를 잃었고, 모함메드와 동생들은 병원에 대피했다.

머지않아 병원 역시 폭격을 받으면서 이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갔고, 그 와중에 아빠와 헤어지게 됐다. 3일 동안 거리에서 아빠를 기다린 모함메드와 동생들은 병원근처의 임시텐트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모함메드와 동생들은 계속 지낼 곳을 찾아 이동해야 했다. 생후 1년도 되지 않는 막내, 그리고 어린 동생들을 위해 모함메드는 먹을 것과 물, 땔감을 찾아 매일 거리를 헤매면서, 무슨 일이건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WCNSF
WCNSF사단법인 아디

#3.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계속되면서 WCNSF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Wounded Child, No Surviving Family(WCNSF), 생존한 가족이 없는 부상당한 아이, 모함메드와 6명의 동생들과 같은 가자 지구의 아이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모함메드는 아빠의 생존을 희망하며 동생들과 살아가기 위해 매일매일 분투하지만. 공습의 폐허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다른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없는 이 현실이 지옥이라며 자신도 부모와 함께 죽었기를 바란다며 절규한다. UN은 이미 가자지구가 아이들의 공동묘지가 돼버렸다고 했다.

#4. 얼마 전 하마스의 리더라는 신와르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살해됐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환호했고, 미국의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축하를 전했다. 그리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한국의 언론 역시 신와르가 누구였고, 어떻게 죽었는지 상세히 전하며 10월 7일 이후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원흉이 그였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재차 전달해준다. 그리고 며칠 뒤 이스라엘 총리의 집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언론은 비중 있게 다룬다. 이스라엘 총리 집이 드론 공격받았기에 놀랄 만한 사건이고,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드론으로 암살당하자 안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한다. 이 지독한 이중성과 위선이 그동안 세상의 정의였고 선악의 기준이었다.

#5. 메이샤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이스라엘은 절대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메이샤의 가족들은 그녀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세상에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가자지구의 모함메드와 6명의 동생들 역시 아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던진다.


이들이 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변과 이웃의 관심과 도움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낸 위선과 폭력은 긴 시간 동안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웠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시간 동안 서로를 돌보며 서로를 챙겼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체포하며 살해해도 이들은 존재로 저항한다. 팔레스타인은 그런 곳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사무국장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팔레스타인 #WCN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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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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