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취소한 <워싱턴포스트> 구독자 해지를 보도하는 미국 공영방송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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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WP)가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준비했다가 사주의 결정으로 철회하면서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는 현지 시각 28일 오후까지 20만 명이 넘는 WP 독자가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으며, 칼럼니스트들이 잇따라 사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돈을 내고 종이나 디지털 신문을 보는 WP 유료 독자 총 250만 명 중 약 8%에 해당한다.
내부 상황을 잘 아는 WP 직원들에 따르면 구독 해지 건수가 이날 오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48년 관행 깨뜨린 WP... 편집위원 사임
구독 취소가 급증한 이유는 WP가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WP 편집인이자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루이스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WP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WP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 왔다. 또 다른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WP는 이번에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지만, 사주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CEO는 이번 결정에 베이조스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미 언론계에서는 베이조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NYT는 "베이조스가 설립한 아마존과 항공우주회사 블루 오리진은 정부 계약을 따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WP에서 2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로버트 케이건은 "베이조스의 결정은 트럼프에게 보내는 분명한 선제적 호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WP 편집위원 데이비드 호프만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우리는 매우 현실적인 독재 위협에 처했다"라며 "이런 위험한 순간에 우리의 목소리를 잃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사임했다.
함께 사임한 또 다른 편집위원 몰리 로버츠도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를 지지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명백하기 때문에 사임한다"라며 "우리가 침묵하는 것이 트럼프가 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WP 전 편집장 마티 배런은 NPR에 "만약 이런 결정을 2~3년 전이나 1년 전에라도 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라면서 "타당한 결정이지만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으며 신문의 편집국과 진지한 논의도 없이 숭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수많은 '워터게이트'를 포함해 수많은 특종을 보도한 WP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이번 결정은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WP의 압도적인 보도 증거를 무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조스 "신문 신뢰 높여야... 대가 바란 일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