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스토리닷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하루를 보내면서 문득 책 하나를 엮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입니다. 이렇게 긴 이름을 붙여도 될까 싶었지만, 때로는 조금 긴 이름도 어울릴 테고, 단출히 '들꽃내음 작은책집'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한때 서울에서 살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밀 적에는, 살림살이를 말에 담는 길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기면서, 들숲바다를 늘 헤아려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010년부터 아예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낱말책을 짓거나 엮는 일꾼이라면 스스로 살림을 가꿀 뿐 아니라 언제나 들숲바다를 품는 하루를 누려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도 자주 들마실·숲마실·바다마실을 하면서 들숲바다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내내 새롭게 흐르는 해바람비에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늘 지켜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말을 말답게 못 여미겠구나 싶더군요. 왜냐하면 우리말이건 일본말이건 중국말이건 영어이건, 다 그 나라 삶자리에서 태어난 말인데, '말이 처음 태어난 삶자리'는 모두 시골이고 숲이고 바다이고 들입니다.
모든 말은 살림하는 어른과 어버이와 아이가 스스로 지었습니다. 살림꾼이 지은 말을 따로 '사투리'라고 합니다. 이 사투리를 요모조모 알맞게 오늘날 흐름에 맞추어 새로 엮기에 '새말'입니다. 번쩍거리거나 높거나 대단해 보이는 서울살림이라 하더라도, 모두 '숲에서 태어난 말'을 바탕으로 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