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가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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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학창 시절 오랫동안 함께 했던 영어 학원 선생님의 자료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었다. 전공이 영어 교육이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의 대부분이 ChatGPT를 이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교재의 본문을 정리하여 자료를 만든 후, 해당 지문 내용을 응용한 문제를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다. ChatGPT를 통하여 간단한 내용 일치 문제를 만들고 지문의 주제, 제목, 요지를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능 형식의 주제 문제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 그걸 복사, 붙여 넣기 하여 보기 좋게 정렬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었다.
이렇게 일을 하면 할수록 정말 가르치는 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지문을 배우면서 어느 지점을 궁금해할지, 지문의 어떤 부분이 시험에 어떤 형식으로 나올지를 예상하고 정리하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ChatGPT였다.
인간의 역할보다 ChatGPT가, AI가 하는 것이 더 교사가 하는 일에 가깝지 않은가? 지금도 AI는 인간의 도움 없이 학생들을 가르칠 내용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고, 인간은 AI가 정리한 지식을 전달할 뿐이라면 말이다. AI가 좀 더 발전한 미래에는 정말로 내가 없이도 교사와 강사가 AI만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
꽤 오랜 시간 고민을 이어왔다. 어쩌면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미래에는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내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나를 덮쳤다. 어쩌면 이 시대의, 그리고 미래의 인간들이 끊임없이 가지게 될지 모르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 고민을 남들과 나누기로 했다.
미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함께 일하고 있는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강사나 교사의 역할이 AI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은지, AI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내용을 모두 정리할 수 있다면 인간인 선생님은 무엇을 하는지 말이다.
나의 질문에 꽤 오래 고민하시던 선생님께서 대답하셨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학생이 가르치는 일은 인간이 이어 나갈 것 같다고 말이다.
AI가 지문에서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지점을 미리 이야기해 주고, 이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 갈지라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라고 하셨다.
AI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학생들이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만약 AI가 정확히 예상했더라도 그 설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르치는 사람은 교실의 그 모든 학생의 반응을 살피고, 다시 한번 설명하고 분위기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나와 함께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AI가 교사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들이 꿈꾸던 교사는 정보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과의 교감까지 중요하게 생각한 직업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그들이 올바른 길로 걸어 나갈 수 있게 선도해야 하므로 인간이 가진 '소프트 스킬'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한 점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너무 ChatGPT 등의 AI에 의존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점이었다. 내가 가르칠 때 AI를 활용해서 수업을 준비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ChatGPT를 사용할 때 저작권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한 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교육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까지 인공지능이 발전을 이뤄낸 만큼, 벌써 AI를 활용하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도 모두 AI 활용에 대해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적절한 수준을 찾아내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쩌면 AI가 인간 대신 많은 직종을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발달 속도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밀려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때 우리에게 이득이 되고, 어떻게 사용할 때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 인공지능에 밀려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인가. 인간으로서 내가 수행할 수 있는 특별한 업무 특성이 무엇이 있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인간으로서' 살아남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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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영어 교재 만드는 알바하다 생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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