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다룬 칼럼에 게재한 그림.
이코노미스트
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 시사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의 '아시아' 지면에 칼럼 하나가 실립니다. 제목은 이렇습니다. '한국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South Korea's president needs to learn the basics)'입니다. 칼럼 내용도 내용이지만, 삽화도 매우 상징적이었습니다. 양손에 신발을 들고, 흰색 와이셔츠는 바지 밖으로 나와 있고, 넥타이는 무릎에 묶여있습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인 모습입니다.
칼럼 내용 꽤 신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집권 전 정치 경력이 1년도 채 안 되는 검사 출신"이라며 "취임 100일째 이보다 더 카리스마가 없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라고 적었습니다. 윤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과 초대 내각의 인사 검증 실패를 꼽으면서, "오만하고 무능해 보인다", "'첫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 단추를 꿸 수 없다'는 한국 속담처럼 (윤 대통령은) 셔츠에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했다"고도 썼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말로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같은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일에도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했다"면서 정치의 기본적인 소통조차도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집권 100일 만에 추락하는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팁(조언)으로, "규칙을 깨기 전에 규칙을 배우라"며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50여 년 역사를 갖고 있는 글로벌 유력 경제 주간지입니다. 세계 주요 정치 경제 리더뿐 아니라 정부, 중앙은행, 연구기관, 투자자들이 찾는 매체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톱 10에 꼽히는 나라죠.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국가의 수장을 상대로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당시 국내 대형 금융기관의 고위 임원이 기자에게 했던 말이 아직 생생합니다. "속이 후련하다."
오는 7일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합니다. 시간과 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합니다. 정작 내년 정부 예산안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윤 대통령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국정 농단에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고,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까요. 윤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4대 개혁을 흔들림없이 실천하자', '돌을 맞더라도 앞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경제는 정치와 함께 갑니다. 윤 대통령이 주창한 교육, 노동, 연금, 의료 등 4대 개혁 모두 경제와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운영과 철학의 빈곤 속에 오만과 아집은 정치 실종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야당의 협조는커녕, 여당 내에서도 정책 혼선을 빚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의료 대란, 노사 갈등, 교육 현장 혼란과 재정 악화에 따른 복지 축소 등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적어도 2년 전 <이코노미스트>지의 조언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었더라면… 물론 의미없는 넋두리입니다. 이제 대통령의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비 침체와 기업 투자 감소로 쪼그라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