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자료사진)jccards on Unsplash
<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례들이 등장한다. "살고 싶어 이혼하고 싶다는 아내, 남편의 지독한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이혼법정에 온 아내, 이혼재판 중에 자살을 한 남편, 첫사랑 여자와 주고받은 휴대폰 메시지가 들통나 이혼당한 남편, 불륜남과 만나는 아내를 포기할 수 없는 남편" 등 가사전문법관이 이혼법정에서 만난 풍경은 예측 불허다.
그 중 저자가 최악으로 여기는 케이스는 "어린아이 손을 잡고 이혼법정에 온 부부, 어린 자녀를 이용해 아내를 나쁜 엄마로 몰고 가는 남편"처럼 어른들의 일에 자녀를 개입시키는 부모이다. 또, 미성년인 다자녀를 분리양육하기로 합의해 온 경우에는 "협의이혼의사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고 아이들까지 이혼시켜서 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상처투성이인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법정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이런 태도는 그가 20년차 판사이자 20년차 아내이면서 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가사전문법관으로서 엄청난 강점이라서 재판 당사자의 입장에 충실히 다가가고, 갈등 상황을 적절히 조정해낸다. 또, 상처투성이인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과정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와 감동적이기도 하다.
"왕년에 이혼가방 한번 안 싸본 사람 있습니까?"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자신의 경험담을 꺼내 놓으며 자신도 "왕년에 이혼가방 싸본 여자"라고 고백한다. 결혼 생활과 육아를 겪으며 휘청였던 부부 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과정을 공유한다. 물론 저자에게 엄청난 해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가사전문법관인 저자에게도 결혼과 육아, 가정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위로가 되지 않을까.
판결문은 차갑다. 시리도록 차갑다. 감정이 배제된 언어들에 마음이 스며들 틈이 없다. 저자는 판사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위로를 건넸던 시간들을 기록했다. 판결문에는 차마 쓸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서로의 바닥을 보이며 물어뜯으며 싸워야 하는 소송이 아니라 원만한 조정을 통해 깨어진 가정을 위로하고 싶었던 판사의 따뜻함이 책에 가득하다.
<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는 가사전문법관으로서 쓴 글이기에 기존의 이혼 관련 서적에 비해 훨씬 전문적이다. 이혼 전반에 걸친 내용 및 과정, 법적 절차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된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나의 가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현재 이혼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부, 언젠가 부부가 될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 - 가정법원 부장판사의 이혼법정 이야기
정현숙 (지은이),
푸른향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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