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단독] '광주시장님께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공공기관 입틀막 논란

강 시장 순회 간담회 '주의사항' 전달... 광주시 "행사 내용에 대한 참고 내용"

등록 2024.11.20 15:52수정 2024.11.21 12:14
1
원고료로 응원
 광주전략추진단이 한 공공기관에 보낸 업무 연락 내용.
광주전략추진단이 한 공공기관에 보낸 업무 연락 내용.오마이뉴스

광주광역시가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순회 간담회를 추진하면서 기관과 직원들의 질문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간담회 담당 부서가 산하 기관 직원들의 입을 막고 다른 기관의 간담회를 품평하는 등 시대와 동떨어진 소통이라는 지적이다.

20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시 산하 29개 공공기관 중 16개 기관을 돌며 '강기정 시장 현장 방문 간담회'를 진행했다.

강 시장과 직원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공공기관 혁신 등을 주제로 서슴없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가 공공기관에 보낸 '○○○기관 시장님 현장 방문 관련'이라는 제목의 업무 연락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시는 한 공공기관 간담회에 앞서 광주FC, 무등산, 육아 관련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고 주의를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증원과 보수, 청사 이전 등 건의 사항은 행사가 끝난 뒤 별도로 취합해 보고한다며, 행사장에서 '절대' 언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이 답변하기 어려운 '사전 검토 안 된 내용'도 해서는 안 되는 질문으로 제한했다.

대신 이야기가 끊기고 분위기가 어색해질 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숨은 사회자 2명을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숨은 사회자'는 '위트와 돌발 상황(대처), 센스에 능통한 자'라는 설명을 붙였다.

이에 대해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말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자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며 "혁신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며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정 주제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가이드를 잡는 건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시장님 챙기기' 도를 넘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광주사회서비스원의 현장 대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광주사회서비스원의 현장 대화.광주광역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광주관광공사의 현장 대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광주관광공사의 현장 대화.광주광역시

일각에선 '시장님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며 이문혜 전략추진단장의 업무 스타일을 문제 삼고 있다.

이 같은 업무 내용을 해당 공공기관이 광주전략추진단 측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 단장은 강 시장이 발탁한 광주시 최초의 여성 비서관으로, 지난해 선임비서관으로 승진한 뒤 전략추진단장 자리까지 오른 강 시장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실제 업무 연락에는 '시장님 커피 안 드심, 따뜻한 레몬티 정도 준비', '시장님과 함께하는 퍼포먼스(이벤트) 준비, 너무 길거나 지루해지지 않게'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다른 기관에서 열렸던 간담회를 언급하며 '현장 대화 안 좋았던 예시'라고 품평하기도 했다.

B 기관 '주로 업무보고 진행, 시장님이 모르는 내용', C 기관 '전체적으로 무거웠고, 퍼포먼스가 길고 지루했음, 질문에 대해 시장님 당황하심' 등을 지적사항으로 전달했다.

광주시 산하 한 공공기관장은 "다수의 공공기관장이 비슷한 업무 연락을 받았고, 이 단장의 직접적인 업무지시 방식에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며 "업무 과정에서 '광주'는 빠지고 오로지 '시장님'만 내세우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장은 "시장님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공직사회 안팎 측근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시장님 밑에서 관치시대보다 못한 일방통행식 행정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당선인 시절 민선 8기 첫 인사를 발표하는 모습. 왼쪽부터 당시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 내정자, 강기정 당선인, 전은옥 비서실장 내정자, 이문혜 행정비서관 내정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당선인 시절 민선 8기 첫 인사를 발표하는 모습. 왼쪽부터 당시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 내정자, 강기정 당선인, 전은옥 비서실장 내정자, 이문혜 행정비서관 내정자.광주광역시

이에 대해 이문혜 광주전략추진단장은 "(직원에게 물어보니) 간담회 초창기에는 진행 방식을 몰라서 (기관에) 안내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시장님이 가는데 이상한 말이 들리고, 소문으로 들리면 안 되니까 저희가 (일부) 금지시켰다. 저희만 하는 게 아니라 관리 부서도 개입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이 행사 준비에 대해 문의하면 참고하라고 보낼 수 있지 않느냐"며 "이걸 과도한 통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조금 과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 #강기정 #광주혁신추진단 #간담회 #입틀막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2. 2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3. 3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4. 4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5. 5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