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이장'도 있고 '임시 이장'도 있고, 둘로 쪼개진 마을

"범죄없는 마을로 살기 좋았는데", 주민들 피로 호소... 충북 옥천군 청성면 두릉리 이야기

등록 2024.08.12 15:40수정 2024.08.12 15:44
1
원고료로 응원
 
a  청성면 두릉리 마을에 이장과 마을사업을 지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청성면 두릉리 마을에 이장과 마을사업을 지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 옥천신문

 
충북 옥천군 청성면 두릉리 마을이 '둘'로 쪼개졌다. 양시태 이장은 마을 일을 공식적으로 내려놓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경로당 앞에는 백승언 임시 이장이 대표자로 선출됐다는 회의록이 대자보로 걸리면서 쪼개진 마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 마을 곳곳에 마을사업 등을 비방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등 점입가경으로 치닫고있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 2명... 그 앞뒤 사정

양 이장은 2018년 마을 일을 보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장직을 유지하며 '새뜰마을사업' 유치 등 마을사업 활성화에 힘썼다. 2023년부터는 청성면이장협의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두릉리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양 이장은 지난해 연말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한 주민들이 마을 일을 더 봐달라는 뜻을 전하며 다시 추대됐다. 이장의 연임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 이장이 마을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4월께 마을 회의를 열고 백승언씨를 임시이장으로 뽑은 두릉리 주민들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양 이장이 일전에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후임자를 찾을 필요가 있었고, 약 40명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백 임시이장을 마을 대표로 뽑았다는 것. "양시태 이장이 그 사이 입장을 번복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졸지에 마을을 대표하는 이가 2명이 돼버렸다.

양시태 이장은 "(추대된 이후) 사직을 한 적도 없고 위법한 일을 했거나 처벌을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이장이 아닐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백승언 임시이장은 "회의를 통해서 새로 뽑은 것이고 그 서류가 다 있다. 청성면에 제출했는데 (면장이) 인정을 안 하고 있을 뿐"이라며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날 선 현수막이 빼곡하게 게시된 마을

그 사이 마을 곳곳에는 그간의 마을사업에 대한 지적 사안들이 현수막으로 내걸렸다. '기초수급자가 새뜰사업에서 배제됐다' '양시태전 공사, 면사무소에 주민동의 신청서 없다고 한다. 주민동의 회의기록 대면하라. 회의기록 분실한 이장·총무 책임 묻겠다' '자기 마음과 맞지 않는다고 주민들을 민원 고발하는 행태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등 현수막이 마을 빼곡하게 게시됐다.


새뜰마을 사업 시행지침(2021년 기준)에서는 기초생활수급계층 및 차상위계층이 슬레이트 지붕 및 집수리를 한도 내에서 자부담 없이 지원하고 있다. 다만 무허가 주택은 사업대상이 될 수 없는데 두릉리의 경우 이에 해당한다.

현수막에서 지적하는 '양시태전 공사'는 주민숙원사업으로 연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천정비공사를 일컫는다. 세천정비공사가 진행된 배경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이 회의 진행 여부를 점검하며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청성면도 두릉리마을회도 이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생태블록을 세천 아랫부분부터 차례대로 쌓아야 하는데 중간을 뛰어넘고 양시태 이장이 가꾸는 과수원 옆부터 블록을 쌓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더했다.

임시 이장 "주민 모르게 진행된 사업에 의혹 제기"
현 이장 "이장 연임에 불만 있는 자들이 갈등 부추겨"

백승언 임시 이장이 설명한 문제 제기 배경은 이렇다.

"(현수막에 알린 내용 이외에도) 위험한 구간은 (새뜰마을 사업으로) 옹벽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몰랐던 주민이 뒤늦게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민원을 넣으니까 해준다고 하더라. 새뜰 사업은 문제를 제기하니 나중에 다 해준다고 했다.

이장 밭 옆에 (생태 블록을) 쌓고 있는데 뒤늦게 저 공사가 무엇인지 궁금한 주민들이 알아보니 세천정비공사라고 설명을 하더라. 동네 사람 누가 동의를 해줬냐고 따지니 이장은 동의를 받았다고 해서 면사무소에 가 회의록을 보여달랬더니 이번에는 회의록을 도둑 맞았다고 하더라. 마을 주민 모르게 진행된 사업들에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양시태 이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새뜰사업 대상이 안 되는 무허가 주택을 무슨 수로 해주겠냐.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현수막 내용이 많다. 세천 정비 공사 중간에 뛰어넘은 것은 그 구간 땅 주인이 토지사용승낙을 안 해줘서 토지사용승낙이 되는 그다음 부분을 공사한 것이다. 이장 과수원 옆 공사라고 해서 문제가 된다는 식은 말이 안 된다.

제 입장에서는 이장을 계속하겠다고 하니 그것이 불만인 자들이 현수막을 걸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회의록은 총무가 작성해 (경로당에) 뒀었다. 그것이 갑자기 왜 없어졌는지가 더 의문이다."

주민들은 피로 호소... "보은 이사 혜택도 알아봤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마을 주민들은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우리마을은 범죄없는 마을로 불릴만큼 살기 좋았다. 서로 양보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런 마을에서 살기 싫어진다. 보은으로 이사가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청성면은 두릉리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마을을 방문했지만 입장 차를 좁힐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양중식 면장은 "새뜰사업은 사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을 민원으로 제기해 설명을 드렸고 세천 정비와 관련해서는 (회의록을 제외하고) 면에서 가지고 있는 서류는 감추는 것 없이 모두 드렸다"고 설명했다. 양시태 이장이 이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분명히 했다. 백승언 임시이장이 주장하는 회의와 회의록을 공식 절차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옥천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보면 '해당 마을의 세대주 과반수가 해임요구서 등을 작성해 해임을 요구할 때' 면장은 직권으로 이장을 해임할 수 있다. 백승언 임시이장이 공식적으로 마을 대표자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해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 8월 5일 기준 청성면 두릉리는 51세대가 거주 중이라 26세대 동의가 있으면 면장이 직원 해임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양중식 면장은 "이번 사례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 것도 아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지탄의 대상이 된 것도 아닌데 (절반의 동의를 받아 왔다고 해서) 해임을 결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옥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이장 #갈등 #마을사업 #중재 #갈등관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역의 공공성을 지키는 풀뿌리 언론 <옥천신문> 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계산원을 부르는 손님의 호칭, 내 귀를 의심했다 계산원을 부르는 손님의 호칭, 내 귀를 의심했다
  2. 2 이재명 녹음파일 '발췌본' 튼 검찰... 재판장이 "전체 듣자" 이재명 녹음파일 '발췌본' 튼 검찰... 재판장이 "전체 듣자"
  3. 3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4. 4 '한국의 치밀한 계획에 당했다'... 파리가 확 달라졌다 '한국의 치밀한 계획에 당했다'... 파리가 확 달라졌다
  5. 5 추석 음식 걱정? 볶음요리는 '이것'으로 고민 끝 추석 음식 걱정? 볶음요리는 '이것'으로 고민 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