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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미화' 영상 튼 중학교 교사, 수업배제

부산 남구 A중학교 교감 "경위서 받은 뒤 후속 조처"... 시교육청도 조사 대응 중

등록 2024.08.19 12:24수정 2024.08.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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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제가) 한반도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깨어나게 했다”라는 등 뉴라이트 진영의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이 담긴 한 보수 유튜버의 영상. 지난 14일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모 교사가 계기교육으로 상영하면서 논란이 됐다.

“(일제가) 한반도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깨어나게 했다”라는 등 뉴라이트 진영의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이 담긴 한 보수 유튜버의 영상. 지난 14일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모 교사가 계기교육으로 상영하면서 논란이 됐다. ⓒ 유튜브


광복절을 앞둔 지난 14일 부산 남구의 한 중학교에서 일제강점기를 미화한 영상을 상영해 논란을 일으킨 교사가 경고 조처에 이어 수업에서 배제됐다. 학교장은 사과문을 냈고, 부산시교육청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부산 A중학교 1·2·3학년 학생 700여 명은 60대 B교사가 튼 일제강점기 관련 동영상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계기교육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접했기 때문이다.

12분 28초 분량의 이 유튜브 영상은 "오늘날 한국인 대부분의 인식과는 다르게 총독부가 한반도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일제에 의해 사법제도가 정비되고 개인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일제가) 한반도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깨어나게 했다"라는 등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담았다.

'친일'로 봐야 할 내용이 대놓고 소개되자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상영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나왔고, 이를 확인한 학부모들까지 "편향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파장 끝에 결국 학교는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A학교장은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라며 후속 대응을 약속했다.

교감 "해당 교사에 경위서 받았다, 수업 등 배제 조처"

A중학교는 독립운동가를 다룬 영상을 활용해 광복절 교육을 다시 진행하는 한편, B교사의 수업 배제 절차도 밟았다. 해당 학교의 C교감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왜 이런 행위를 한 건지 경위서를 받았고, 학교장으로 할 수 있는 최대 징계인 경고와 오늘부터 수업 및 계기교육에서 배제 조처했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사전 확인 부재를 인정했다. C교감은 "B교사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며 "(교육 전) 영상에 대해 의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경고로 끝나느냐'는 물음에 "교육청과 더 협의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논란은 학교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권까지 번진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에서 "누가 대한민국을 일본의 강제 침탈 미화 교육을 하는 나라로 만들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대변인은 "학교, 교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면서도 이번 사태의 배경에 독립기념관장 논란 등 정부의 '인사', '역사관' 논란도 한몫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날도 독립운동가 후손이 시교육청을 찾아 항의 민원을 넣는 등 파장은 계속됐다. 이런 상황을 설명한 관련 부서의 관계자는 "남부교육지원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교육감 보고까지 이루어졌다. 중대한 사안으로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  부산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 김보성

#친일 #뉴라이트 #일제강점기 #일제미화영상 #계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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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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