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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주문한 13만 원, 어디로 가나... 그 충격적 결과

미국 배달 플랫폼 분쟁으로 본 배달 앱의 명암

등록 2024.08.28 17:34수정 2024.08.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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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Vox 미디어의 '음식 배달 수수료가 급증했다. 이 중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가?'(2024.04.)와 워싱턴 포스트의 '100달러 이상의 배달 음식을 주문해보니 음식점, 배달기사, 앱이 벌어들인 수익은 다음과 같았다.'(2023.05)를 바탕으로 했습니다.[기자말]
"프랜차이즈 문제가 아니고, 배달앱 문제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상공인 단체와 공정위에 신고 접수까지 하며 하소연해 봤지만, 실망과 분노만 커졌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건 '수수료, 배달비'가 아닙니다. 광고상품 가입 여부와 음식값과 배달비 할인 수준에 따라 노출 순위가 결정되고 자사 주력 상품에 할인 쿠폰을 뿌리니, 업주들은 그들이 파 놓은 개미지옥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자멸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당한 선택지를 주고서는 '당신이 선택한 거잖아'라며 모르는 척하는 기업의 행태는 분명 잘못된 거 아니냐는 겁니다."

8년 전, 잠깐 만났던 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 그는 얼마 전, 필자와의 짧은 인연을 더듬어 전화를 부탁한다는 문자 한 통을 남겼다. 이후 통화에서 한을 풀 듯 배달 앱 기업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통화 말미 그는 미력하지만, 배달앱 문제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 연락했다고 밝혔다.

그의 분노는 과거 언젠가의 내 감정을 상기시켰다.

'이건 상식적이지 않잖아, 이건 누구에게나 부당한 일이잖아!'

그런데 세상이 '아니다'라고 할 때 느꼈던 그 분노와 무기력, 바로 그것이었다.

a 플랫폼 규제 집회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배달라이더, 상점주, 시민사회 공동집회

플랫폼 규제 집회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배달라이더, 상점주, 시민사회 공동집회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처럼 우리 경제 사회에 큰 화두로 떠오른 '배달 음식 중개 플랫폼 기업'(아래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직전 기사(관련 기사 : 배달 앱 수수료 문제, 미국은 이렇게 했다)에 이어 다뤄보고자 한다. 이번엔 주 정부까지 관여하며 갑론을박 중인 미국의 상황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해 보고 싶다.

직전 기사로 소개한 바와 같이 2020년 4월, 미국의 한 소비자단체는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타사 앱과 매장 내 음식 가격을 자사 앱 가격과 같게 유지하도록 강제(최혜 대우), 음식값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들 기업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비자들에게 3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집단 소송을 냈고 현재 진행 중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입점 음식점을 보호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뉴저지, 뉴욕 등 총 68개 도시와 주에서 플랫폼이 입점 음식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일정 기간 판매가의 15%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뉴욕 등 일부 주에서는 이 제한을 영구화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소상공인 생태계를 교란한 플랫폼 기업에 민관이 기민하게 대응해, 이들 기업이 사회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와는 정말 다르게 말이다.


그럼 이후 미국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올해 5월, 프레시안이 보도한 <불가능하다고? '라이더 최저임금' 만들어낸 뉴욕시를 보라>라는 기사와 같이 미국의 뉴욕은 배달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뉴욕시의 일반 최저임금(대략 2만 원)보다 더 높게 (대략 2만 5000원) 책정했다. 즉, 미국은 음식점의 권익 보호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호로 사회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었다. 그럼 미국 내 플랫폼 기업은 이런 압박을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미국은 플랫폼 기업과 전쟁 중

a Vox 미디어의 배달 수수료 기사 표지 배달비가 올랐다. 그렇다면 배달기사에게는 얼마가 돌아가는 가? 라는 제목의 기사

Vox 미디어의 배달 수수료 기사 표지 배달비가 올랐다. 그렇다면 배달기사에게는 얼마가 돌아가는 가? 라는 제목의 기사 ⓒ Vox


"고객들에게 즉각 '규제' 관련 추가 수수료가 부과되었고, 음식점과 배달기사들은 주문량이 줄어들었다고 불평했습니다. (중략)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공공이 배달 앱 운영 방식에 개입하려 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지리라는 것입니다."
- Vox, Food delivery fees have soared. How much of it goes to workers?

위와 같이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기사 임금이 오르자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물론, 뉴욕시도 즉각 반격했다. 주문가의 3배에 달하는 온갖 수수료의 정확한 사용처를 밝히라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배달 노동자에게 얼마가 돌아갔는지, 임원 급여에는 얼마를 사용했는지를 밝히라고 적혀 있었다.

기업들의 저항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배달비 상승으로 주문이 줄었다며 배달기사의 앱 사용을 일정 시간 동안 제한하거나 고객에게 받는 배달기사의 '팁'을 제한시켰다.

그럼 플랫폼 기업은 돈을 버는가?

플랫폼 논란의 핵심은 사실 '돈'이다. 2023년 미국 음식배달 앱 시장 규모가 991억 달러(한화로 약 129조)라고 한다. 한국만 해도 26조 원(2023년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라고 하니 '이런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였는데 음식점도 배달기사도 죽겠다고 한다면 그 돈은 플랫폼 기업이 다 차지했는가?'라는 의문이 나오는 건 무척 자연스럽다.

a  위싱턴 포스트의 기획 기사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여...' 표지

위싱턴 포스트의 기획 기사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여...' 표지 ⓒ 위싱턴 포스트


이는 미국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미국의 유명 언론, '위싱턴 포스트'는 2023년 5월, "100달러 이상의 배달 음식 주문으로 식당, 배달기사, 그리고 앱이 얼마나 벌었는지 알아보았다"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이 궁금증을 밝히려 했다.

위싱턴 포스트는 음식을 직접 주문, 음식점 영수증과 배달기사 영수증을 분석하여 배달 플랫폼 생태계 속 수수료 구조를 밝혔다. 이를 요약하면 이러했다.

음식값은 식당에서 직접 주문할 때 보다, 앱에서 주문하면 평균 27% 더 비쌌다.

'배달비'는 고객에게 다양한 금액으로 별도 부과되었다.

'서비스료'라는 알 수 없는 수수료도 고객에게 부과되었다.

음식점들은 기본, 플러스, 프리미엄과 같은 플랫폼의 차등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수수료는 최대 30%에 이른다.

음식점들은 수수료를 음식값에 반영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배달기사는 긱워커 임금법(배달기사 임금법)으로 수입이 최저임금에 모자랄 경우, 플랫폼으로부터 '조정료'를 받았다.

배달기사는 대기 시간, 휘발윳값 급등 등, 환경적 변동성으로 수입의 불확실성은 여전했다.

자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플랫폼 기업 수익성은 어떻게 분석했을까? 워싱턴 포스트는 각 앱 회사는 총액에서 세금, 배달기사 수당, 음식점 지급액을 제외한 수익으로 그럽허브가 약 25%, 도어대시는 17%, 우버이츠는 11% 미만을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 보험, 고객 서비스 비용과 기사 급여 등으로 인해 실제 수익은 더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 기업의 연간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은 늘었고 이전보다 손실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하는 승자 없는 게임인 셈이다. 과연 그럴까?

보이는 것과 가려진 것

Vox는 기사에서 미국 내 이들 기업이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추정했다.

배달 플랫폼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연말에 흑자를 내는 것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2023년 도어대시는 86억 달러의 매출 중 약 20억 달러를 영업 및 마케팅에, 나머지 10억 달러는 R&D에 지출했다. 또한, 작년에 7억 5000만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2020년에 도어대시 CEO 토니 쉬는 실리콘밸리에서 4억 1300만 달러의 연봉으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CEO였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최근 뉴스에 등장한 우리나라 대표 배달 플랫폼 기업 배달의민족 상황은 아래와 같았다.

배달의민족은 2023년 영업이익이 6998억 원이었고 모기업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에게 4천억 배당을 했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관련하여 <"10명 중 9명 휴가" 이러면 일은 누가해?…취준생 가고 싶어 '안달'>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플랫폼 기업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미국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인 걸까.

진짜 문제 그리고...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플랫폼 기업이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진정한 문제의 근원이 기업이나 음식점, 혹은 배달 기사에게 있을까? Vox는 이 문제의 정곡을 찔렀다.

"실제 문제의 핵심은 우리의 소비 욕구에 있습니다.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을 동시에 원하는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사고방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소비 행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Vox 기사 말미, 플랫폼 기업들의 '앓는 소리'에 미국 플랫폼 노동자 연대 단체 '워킹 워싱턴'의 활동가 킴벌리 울프가 던진 일갈은 플랫폼 경제의 모순을 드러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난제에 대한 깊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능력이 없다면, 이 시장에서) 빨리 나가세요,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자본주의잖아요, 님아~ 이게 자본주의라고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배달앱 #배달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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