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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37만원, 이게 감사한 일이 되는 대한민국

[박경석이 말하고 정창조가 쓰다②] 장애인고용촉진법과 보호작업장, 장애인 노동의 현실

등록 2024.07.06 11:32수정 2024.07.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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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정창조가 나눈 이야기가 책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로 엮여 나왔습니다. 그중 일부를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오마이뉴스>에 싣습니다.
[편집자말]
a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지난 2023년 1월 19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을 촉구하는 지하철행동을 벌이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지난 2023년 1월 19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을 촉구하는 지하철행동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하긴 그때는 진짜로 중증장애인이라고 볼 만한 사람들, 진짜 이 사람은 노동이라곤 못 하겠구나 싶은 사람들이 정말로 사회에서 아예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발달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들은 다 집구석이랑 시설에 갇혀 있었지. 장애인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휠체어 타고 다닌다고 제일 중증인 것처럼 보고 그랬던 시기인데.

운동 사회에서 장애인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소아마비장애인들, 목발 짚고 다니는 장애인이 대부분이었던 거고, 장애인운동을 이끌던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었죠. 거기다가 사실 졸업하고서 당장 취업을 해야 되는데 못 할 것 같은 운동권 물 먹은 대학생들이 주도했던 운동이기도 했고(우씨. 그런데 지금 보면 이 사람들 대부분 돈 지원 잘 받는 보수 관변 장애인 단체에서 짱 먹고 있어).

그러니께네 그때 요구는 결국엔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는 장애인들은 좀 일할 수 있게 일자리의 파이를 만들어주세요 정도였던 거야. 우리도 일 잘할 수 있어요, 이러면서. 이거는 장애인을 노동 못 하게 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다가 건드렸던 건 아니잖아.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생산성 자체가, 능력주의나 비장애중심주의 자체가 문제인 건데, 그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나도 그래도 능력 있어요, 이런 데서 머문 거니까.

그런데 그렇게 애초부터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안 치고 나가니까 결국 90년에 법(장애인고용촉진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계속 문제가 생기더라고. 당장 기업들이 법을 안 지키는 게 제일 크지. 얘네들 명목도 들어보면 그럴싸하거든. 장애인들 저렇게 아무리 우겨봐야 실제로 보면은 생산성도 대체적으로 낮고, 그러니 맡길 일이 없다는 거야. 사실 장애인 고용에 아예 관심도 없고 능력 있는 장애인도 뽑을 생각 없으면서 맨날 저 핑계만 대는 거지, 하하.

이 법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기업들은 지금까지도 그러고 있거든요. 그러니 과거나 지금이나 수많은 자본들이 그냥 대강 고용부담금 내고 때우고 있기도 하고. 장애인 고용하느니 차라리 부담금 내고 마는 게 나으니까. 한국에서는 고용부담금이 워낙에 낮다 보니까는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주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부담이 적기도 하거든.

그러니께네 경증장애인들 입장에서도 아무리 이렇게 고용의무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곧바로 취직할 수가 있는 게 아닌 거예요. 결국 이 사람들도 취업해서 먹고살려면 자기 능력이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계속 증명을 해야 했던 거죠. 그런데 사실 경증장애인이라고 해봐야, 이 사람들도 비장애인들보다 교육 못 받은 사람들이 많고, 일도 지지리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럴 거잖아.

그럼 이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또 어떻게 해야 되나? 계속 자기 능력을 키워가야지, 뭘 어떻게 해. 자기는 못난 장애인이니까는 비장애인들하고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거야. 이렇게 장애인 위한다는 제도를 만들어놔도 계속 그안에서도 능력 가지고 줄 세우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우씨, 80년대에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거 얻어내려고 엄청 목을 매고 싸웠는데, 고작 이런 발상 가지고서 무슨 자본주의 타도를 하겠어.


저는 물론 그때 이 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게 꼭 엄청나게 문제였다고 생각을 하진 않아요. 사실 그 시대에 이 정도 이야기만 한다고 해도 정말 괜찮은 거였지, 뭐. 그땐 훨씬 더 후진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용역 깡패, 앵벌이, 시혜와 동정 활용해먹어 가지고, 이런 걸로 누구는 사업해먹고, 장애인들도 생계보장 수단으로 삼고 그런 시기였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외국에서도 장애인 노동 하면 이 정도 발상 넘어선 데는 (지금까지도) 거의 없기도 하고.

어떤 운동이건 말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전복적인 이야기를 딱 내놓을 수 있지는 않아요. 운동의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새로운 논리를 말할 수 있는 토양이란 게 만들어지고, 그러니 지금같이 정말 획기적인 이야기도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런 만큼 그때 투쟁들이 지금 장애인 노동권 투쟁의 물리적 기반이 되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1만 명이 합법적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을 하는데,
이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지금 한국 사회인 거야


어쨌건 간에 장애인 노동 정책이 애초에 이렇게 자본주의적 능력주의에 바탕을 두고 출발을 했다 보니까, 장애인 노동 하면은 이때부터는 죄다 직업재활 이념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봐야겠죠.

직업재활을 뭐 아름답게 장애인의 직업 생활을 도모하고, 지원하고 이리저리 포장해서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만은 이거 까놓고 말하면 핵심은 "너 생산성이 비장애인 기준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노동하려면 장애를 극복해라!" 이런 거거든. 장애인은 기본적으로 손상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깔아놓고서, 결국 장애인이 비장애인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보는 거야. 그러니께네 그런 만큼 비장애인들이 적응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매우 노력해야 하는 거지. 그럼 정말로 경쟁력을 갖춘 노동력이 될 것처럼.

이런 걸 두고 바로 희망 고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게 말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 아니, 자기 존재를 바꾼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문제가 다 쉽게 해결되게? 이 사람들 그냥 "나도 노동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봐야 결국 안 되는 게 있어요. 자기 존재를 극복하고 바꾼다는 건 비장애인들도 힘들어하는 거잖아. 가끔 똑똑하고, 엄청 잘나가지고 성공한 장애인들도 있지만은 그 사람들은 정말로 극소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요, 이게 잘 되지를 않아요.

이런 기조 가지고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직업재활 정책 30년이 얼마나 실패한 건지는 통계로도 딱 드러나거든요. 지금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같은 거 보면은 아직도 엄청나게 낮아요. 장애인의 62퍼센트 정도가 비경제활동인구예요. 전체 인구 비경제활동인구는 35퍼센트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차이가 엄청나게 큰 거잖아. 중증장애인들은 더 하거든. 중증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22.9퍼센트밖에 안 되고, 유형별로도 보면은 뇌병변장애인, 안면장애인들은 14.2퍼센트, 발달장애인은 33.3퍼센트 수준밖에 안 돼요. 성별 격차도 무시할 수 없죠. 장애여성들 경제활동인구 비중을 보면은 또 장애남성들보다 엄청나게 낮거든. 장애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이 48.3퍼센트인데, 장애여성은 24.3퍼센트니까[2022년 기준].

비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들 중 상당수는 주부도 있고, 취업준비하는 사람들이나 대학생도 있고 하거든요? 그러니께네 이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임금노동을 해가면서 계속 먹고살아갈 희망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데 장애인들은 어떤가요? 이 사람들처럼 어디 최소한의 노동의 희망이라도 보이기를 하나? 이렇게 직업재활 정책이 재활 자체를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지를 못하니까, 언젠가부터는 직업재활이 아예 장애인들 일반 노동시장에 들여보내겠다는 애초의 목적까지 잃어버리고서, 장애인들 '보호'하는 복지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리기까지 하더라고. 이게 2000년대에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으로 이름 바뀌면서 아주 본격화되어 버렸지.

아마 비장애인들한테는 낯설 텐데, '보호작업장'이란 데가 아주 대표적인 곳이에요. 한국에서는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서 합법적으로 생산성 떨어지는 장애인들한테는 최저임금 안 줘도 되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 최저임금 못 받고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들 절대다수가 보호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 평균적으로 37만 원 정도 월급으로 받는데, 그거 받고서 그냥 거기서 보호받고 있는 거야. 아이고, 평균 월급이 37만 원이라는 거지, 10만 원, 5만 원 받고 이러는 장애인들도 많아.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 몇 명이나 될 거 같아요? 매년 통계 보면 9000명~1만 명을 왔다 갔다 해. 9000명~1만 명이 합법적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게 전혀 문제도 안 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지금 이 한국 사회인 거야.

물론 당연히 보호작업장에서도 직업재활을 명목으로 걸고 있긴 하죠. 경쟁 노동시장에 못 들어가는 장애인들을 보호해서 고용한다는 개념으로, 여기서 열심히 훈련을 시켜서 비장애인들도 일하는 일반 노동시장으로 이전하겠다는 거니깐. 그런데요, 이게 말이야 좋지, 이렇게 경쟁 노동시장으로의 이전이 최종 목적이면은 지금 당장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제대로 인정을 받기가 쉽겠어요? 애초에 이 사람들은 생산성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전제를 하고 있는 거잖아.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 보장된다 어쩐다고 할 때도 있는데, 사실 보면은 그냥 훈련생처럼만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어차피 여기는 제대로 된 공장이 아니고, 제대로 된 공장으로 가는 중간 단계일 뿐이니까. 그러니께네 이 노동자들한테는 최저임금을 안 줘도 그게 쉽게 정당화가 되어버리는 거야. 이 사람들 권리를 앞장서서 보장해줘야 하는 〈최저임금법〉이란 법이 도리어 장애인들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고 그렇게 하라고 더 부추기고나 있고. 이것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비장애인 중심의 능력주의 사회인지가 딱 드러나지 않나?

그냥 특정 시간 동안 장애인 보호하는 시설인 거지
 
a  지난 6월 27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청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건강생명권 보장, 발달장애인 사회적참사 진상조사위 구성, 발달장애인 행정전수조사 실시, 사회적 고립에 처한 발달장애인 가정 구출, 사각지대 없는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하며, 지난 5월말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5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지난 6월 27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청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건강생명권 보장, 발달장애인 사회적참사 진상조사위 구성, 발달장애인 행정전수조사 실시, 사회적 고립에 처한 발달장애인 가정 구출, 사각지대 없는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하며, 지난 5월말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5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 권우성

 
상황이 이런데도 어떤 장애인 가족들은 장애인들 거기에 보내놓는 게 좋고, 어떤 장애인 당사자들은 본인도 거기에 있는 게 좋은 거야. 거기서 오래 일했던 어떤 장애인들은 거기서 일하는 거 정말로 치욕스러웠다고 이야기들도 하지만, 또 많은 장애인들이 실제로 보호작업장에라도 있게 해줘서 정말로 고맙다는 말들을 하기도 해요. 그러니 전장연이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 적용해라"라고 하고, "보호작업장 단계적으로 없애나가자"라고 하면은, 그럼 우리 해고되지 않냐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사라지지 않냐, 우리는 거기에라도 줄 서 있을 거다 이러면서 우리에게 도리어 반발을 하지. 고놈의 외부 세력 이야기 또 꺼내면서.

사실은 발달장애인 가족 같은 경우에는 특히 이렇게 반발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있거든요. 장애인 활동지원도 제대로 못 받지, 공적으로 지원받을 것들도 없지, 그러니께네 거기에 발달장애인 자식 보내놓으면 자기가 장애인 돌볼 부담도 덜어지는 거야. 보호작업장도 가족 대신 그 시간 동안 보호해주겠다, 이렇게 선전을 해대고. 언론에서도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그냥 일 못하는 장애인들 보살펴 준다, 심지어 일도 시켜준다 하니까는 막 미화해주고. 진짜로 딱 장애인 거주시설들 미화하는 논리랑 똑같은 논리가 사용되는 거죠. 하긴 뭐, 염전, 농업, 축산업 이런 데서 노예노동이나 하는 장애인들보다야 여기가 훨씬 양반이니까.

그럼 여기서 열심히 일 배워가지고 경쟁 노동시장으로 빨리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아까 말했잖아요. 아무리 훈련해도 생산성이 안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 거거든요. 그럼 시작할 때부터 벌써 재활에 실패한 거지, 뭐. 내가 열심히 보호작업장 나가면서 옆에 있는 장애인들보다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쳐. 그럼 뭐 해. 그렇게 되면 민간노동시장에 취직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해봐야 안 돼요. 보호작업장 안에서나 기술 좋다 하지, 경쟁 노동시장 나가면 그 사람 기술은 평균 축에도 못 들거든요.

그러니께네 거기서 아무리 일 잘해봤자 그냥 거기 남아 있으면서 특히나 일 못하는 다른 장애인들이 할당량 못 채운 만큼 자기만 일 더 하고 사는 거죠. 일 더 못하는 사람들이 못 만든 만큼 자기가 더 만들면서, 그냥 10년이고 20년이고 평생 계속 재활만 하고 있는 거야. 이게 무슨 작업장입니까? 노동 명목 걸고 있다지만, 그냥 특정 시간 동안 장애인 보호하는 시설인 거지.
 
a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

 
 

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박경석, 정창조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4


#박경석 #장애인 #보호작업장 #직업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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