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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당해야 하는 건 바로 오세훈 시장이에요

[박경석이 말하고 정창조가 쓰다④] 세계에 자랑할 만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등록 2024.07.07 10:10수정 2024.07.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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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정창조가 나눈 이야기가 책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로 엮여 나왔습니다. 그중 일부를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오마이뉴스>에 싣습니다.[편집자말]
a  서울피플퍼스트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3년 11월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 폐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400명 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피플퍼스트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3년 11월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 폐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400명 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게 능력 없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일을 하면서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나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라는 것도 이런 고민들 속에서 본격적으로 구체화된 거예요. 이 일자리가 서울시에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는데요. 이 일자리 노동자들은 한국 정부가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을 대중들한테 캠페인하는 노동을 하죠. 〈UN장애인권리협약〉 위반 사항들 지적하고, 이거 실질화하는 노동을 하기도 하고. 권익옹호활동을 하거나, 문화 예술 활동을 하거나, 장애 인식 개선 강의 같은 거를 해가지고,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을 하고 있는 거야.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또 마침 2014년에 한국 정부한테 "정부나 지자체, 정치인, 언론, 시민 들한테 〈UN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교육하라"고 권고를 해놨거든. 한국은 〈UN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나라고, 헌법에 따라서 이 국제협약을 잘 지킬 의무가 있잖아요. 당연히 협약 비준 당사국이니께네 얘네가 내놓은 권고도 이행할 의무가 있기도 하고.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거 잘했을 거 같아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안 하니까, UN이 권고한 이 의무를 이제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노동을 해서 이행을 하겠다, 이런 개념으로다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강력하게 요구해서 만들어낸 거죠.

중요한 건 이거야. 이 캠페인이란 거는 이 사회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꼭 능력이 엄청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이 사회에서 도무지 할 노동이란 게 보이지 않는 발달장애인들이나 뇌병변장애인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노동도 안 해봐서 사람들이랑 관계 맺는 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시민들 지나다니는 데서 막 소리 지르면서 노래를 불러. 맘대로 뛰어다니면서 춤을 추고, 악기 두들기고 그래.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거 보면 일단 신기할 거거든요. 시민들이 이런 중증장애인들을 어디서 보기나 했겠어?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막 공연하고 그러면은 일단 그게 굉장히 의미가 큰 거야. 당연히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서울시 교향악단이나 그런 사람들하고 비교도 안 되게 못하죠. 그런데 그게 또 보고 있으면 나름 재미가 있거든. 그러면 그렇게 신기하게 보고 모여 있는 사람들한테 〈UN장애인권리협약〉이 뭔지 알려주고. 그렇게 장애인도 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거를 보여주고.

어떤 장애인들은 지하철역 앞에서 〈UN장애인권리협약〉 내용 담긴 피켓 들고서 시민들한테 알리고, 홍보 팸플릿 나눠 주고. 어떤 장애인들은 기자회견 같은 거도 꾸리고, 어떤 장애인들은 집회도 나가서 자기 목소리 내고. 어떤 노동자들은 지역 다니면서 장애인 접근권 잘 돼 있나 모니터링도 해보고, 장애인 접근권 잘되게 보장해달라고 지역 식당이나 건물들, 관공서들 이런 데다가 권유도 해보고. 또 이 일자리 하는 각 단위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 이런 일 해보면 좋겠다, 저런 일해보면 좋겠다 하면서 자기들이 직접 세부적으로다가 어떤 일을 할지 정하기도 하고 있어요.

이런 일들은요, 능력, 실적 같은 거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뭐 캠페인에서 말 잘 못한다고 이 사람들 자를 거야? 노래 못한다고, 춤 못 춘다고 다 자를 거야? 좀 비장애인들이 못 알아듣게 발언했다고 자를 거야? 이건 애초에 그런 일자리가 아니잖아. 홍보의 기술로만 생각하면 비장애인, 경증장애인이 더 쉬울 수 있는 거거든. 삼성에서 컴퓨터를 만든다면 경쟁을 통해 더 잘하는 사람을 뽑겠지. 하지만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는 더 중증인 사람, 더 일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아요.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캠페인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거죠.


사실은요, 통상적으로 노동자를 뽑는 기준과 정반대의 기준으로 노동자를 뽑는 과정도 생산물일 수 있고 이들의 노동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권리를 알리기 위해 나누는 대화, 맺는 관계도 권리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생산물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능력 없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일을 하면서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나요? 정말로 이 사람들이 권리를 계속 노래하고 다니면서, 권리라는 게 생산되고 공적인 사회적인 가치가 생산되고 있는 거죠.

저는 노동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이 일자리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 모두가 이 일자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완전히 다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일이라고 부르는 거, 그런 거 하고 싶다는 노동자들도 있고 그렇지. 사무직 못 할 거 같은데, 사무직 가고 싶다고 하는 장애인도 있고.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이 일자리 참여하면서 그 사람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도 엄청 많거든. 이걸 통해서 생긴 자기 삶의 변화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애인들도 많고.

일단 당연히 돈 한 번도 제대로 못 벌어봤는데, 직접 일을 해서 월급을 버니까 그게 얼마나 자부심이 생기겠어. 이 사람들은 보호작업장 출신도 좀 있지만, 보호작업장도 못 갈 정도로 중증으로 취급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보호작업장서 일해봤던 사람이라고 해도 거기서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했는데, 이 일자리는 최저임금도 다 보장해주고 그러니까 '자기가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거에 대한 자부심의 감각 자체가 굉장히 다른 거예요.

이것만이 아니지. 방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시설에 갇혀 있던 사람들한테는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하는 경험들 자체가 엄청나게 소중한 거예요. 세상이 다 쓸모없다고 취급하는 사람인데, 자기가 이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생겼다는 것도 소중한 거고. 또 이 일 하려면은 혼자 일하기 힘드니까 근로지원인이 붙어서 같이 일하고, 다른 동료들도 만나게 되고 그런 거거든. 그럼 사람들하고 관계 맺는 방법도 이 일을 하면서 점차 배워가는 거죠. 당연히 장애인 권리 홍보하면서 만나게 되는 시민들하고도 관계 맺는 방법을 배워가기도 하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여기서 2년간 노동을 해온 최중증장애인 조상지라는 노동자는 2020년에 국정감사에 가서 이렇게 말을 하기도 했어요.

"이 일자리에서 한 일은 저상버스 알리기가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경사판이 있어서 휠체어, 유아차, 임산부, 어르신 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입니다. (…) 시민들에게 전단지도 나눠 주고 피케팅도 하면서 저상버스에 대해 알리고 보급률도 높이는 활동을 했습니다. 저에게 일자리의 의미는 의식주를 위해 돈을 버는 활동 그 이상입니다. (…) 저는 중증장애로 인해 집과 시설 안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일자리를 통해 직장이 생기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출근과 퇴근이 있고 직장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일자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생활을 하게 해주면서 제 삶을 180도 바꿔놓았습니다. (…)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나도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2020년 10월 20일 국정감사 환경노동위원회회의]

조상지 같은 최중증장애인을 아마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진짜 불쌍하구나, 라고만 생각을 했을 거예요. 기껏해야 저런 사람도 사람인데, 복지 잘 줘가지고 살게는 해줘야지 정도로 생각을 했겠지. 그런데 이 노동자가 이런 노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또 저런 말을 하는 거 보고도 사람들이 이 장애인을 정말 그냥 불쌍하다고만 볼까? 절대 안 그럴 거거든요. 이거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세상이 이동을 한 거지.

저는 노동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건 결국 자기를 둘러싼 관계를 계속 변화시키는 과정이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이 일을 통해서 자기 존재를 분명히 다시 확인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기 확인이란 건 곧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이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죠. 그 사람의 존재부터 해가지고, 이 사회의 조건에 대해서까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거야.

일석이조도 아니고, 일석백조쯤 될 거야
 
a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023년 2월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023년 2월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좀 자랑을 하고 싶은데요. 이런 일자리는 정말로 전 세계 전체를 뒤져봐도 찾기가 힘들어요. 한국에서 나랑 전장연 활동가들이랑 함께 엄청 열심히 고민하고, 여기저기 꼴아박고 해가지고 만든 게 이 일자리이고, 또 '권리생산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이에요. 저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노동할 수 없었던 장애인들이 노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참 크지만, 이런 노동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 개념이나 생산성 기준이란 것들이 뒤집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잖아요. 기후위기도 심해지고, 불평등도 점점 심해지고 그러니까 뭔가 노동 세계 전반에 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지.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이 하는 이런 권리생산노동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되면, 실제로 이 노동 세계와 이 노동 세계가 떠받치고 있는 사회는 엄청나게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말하고 싶어요. 이 일자리를 잘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 시대에 통용되는 생산성이란 게 정당한가를 질문하는 과정이고, 가치라는 게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기존에 장애인들을 노동 바깥으로 내쫓아온 이윤 중심, 능력 중심으로 이야기되던 생산성, 가치라는 게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드러내면서 말이에요. 기존 체제에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일들이 노동으로 인정받게 만는다는 거는, 기존 사회에서 제일 쓸모없다고 불리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거는 그런 만큼 정말로 엄청난 변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거죠.

저는 '돌봄'이라는 표현이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회적 약자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돌봄을 받기만 하는 대상으로 치부해버리고, 계속 시혜의 대상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서 별로 안 좋아하긴 하는데요. 그런데 요새는 '돌봄'이라는 거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이 곳곳에서 이야기되고 있잖아. 탈성장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돌봄' 중심의 일자리 많이 만들어서 노동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사실 우리가 이런 이야기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도 엄청 많이 했는데, 별로 주목을 못 받았지).

'돌봄'이라는 표현이 싫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중요한 거는, 이런 노동에서는 또 자본주의적 생산성의 잣대를 적용하기가 엄청 애매한 게 있거든. 물론 이런 노동에도 어떤 능력은 필요하지. 그런데 그런 노동에서 일 잘한다는 게, 한 명이 장애인 서너명 동시에 돌봤다더라, 이런 게 아니거든.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잘 맺어가는가가 중요한 거죠. 다른 사람 목소리를 경청해서 잘 이해하고, 또 그 사람 의지 같은 거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런 거는 돈 단위로 해가지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게 아닌 거야.

그런데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같은 거부터 시작을 해가지고 최중증장애인들이 이렇게 일을 하게 된다고 해봐요. 그럼 그 장애인 혼자만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온갖 지원노동들[박경석은 사회에서 '돌봄노동'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자주 '지원노동'이라고 부른다]이 붙어야 하는 거거든. 근로지원인 같은 노동자도 있어야 하는 건데 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자기가 지원하는 장애인들이랑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까를 계속 배워가는 거거든요.

뭐 맨날 일자리 부족하다, 부족하다 하는데,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같이 의미 있는 일자리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일자리를 또 공적으로 많이 만들어봐. 이건 장애인들한테도 좋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되고, 사회적, 공공적 가치 생산도 훨씬 잘 되고, 문제가 굉장히 많은 자본주의적인 가치나 생산성 개념, 노동 개념 같은 걸 뒤집어서 생각해볼 기회도 생기고. 일석이조도 아니고, 일석백조쯤 될 거야. 맨날 자본 중심으로 '혁신, 혁신'거리는데, 자본이 이렇게 혁신하는 것보다야 우리가 이야기하는 혁신이 사실은 이 세상에 훨씬 더 나은 거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는 소중한 일자리(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하)가 지금 엄청나게 탄압을 받고 있어요. 몇 년간 쭉 잘해왔는데 하태경이랑 서울시가 갑자기 전장연이 중증장애인들 집회에 동원하는 거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활용한다고 우겨대면서 이제는 이런 일자리 냅둬서는 안 된다는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국민의힘은 집회할 때 그렇게 사람들 동원하나 봐요? 이 사람들이 그 집회에서 권리생산노동해 가지고 나오는 사회적 변화라는 생산물들의 의미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냥 이 사람들 여전히 일 못하고 자발성은 전혀 없는 사람들로만 보니까 이런 발상이 가능한 거겠지.

도대체가 말이야, 〈UN장애인권리협약〉 내용 캠페인하고, 이 협약 내용 실질화하는 데 집회를 활용하면 왜 안 되는 건가요? 한국에서 집회 및 시위라는 게 법적으로다가 금지가 되어 있나? 이 일자리가 애초에 캠페인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캠페인을 하지 말라고 하면 이 일자리가 갖는 지향 자체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권리생산', '권리 캠페인'이라는 내용을 빼면은 빵 공장에서 빵 만들던 노동자들한테 빵 만들지 말라고 하는 거랑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리고 최중증장애인들이 다른 노동에는 적합하지 않아 가지고 지금 열심히 그 노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거 하지 말라고 하면 이제 이 사람들은 뭐 해야 되는 건가? 뭐 이 사람들보다 더 경증인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 맡기려고 그러는 건가? 그런데 서울시는 정말로 이 일자리를 아예 없애버리고서 그런 경증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놔 버렸어. 이 일자리에서 일하던 중증장애인 400명은 그러니께네 졸지에 짤려버린 거지.

정말 이거는요, 우리를 탄압하는 것도 문제지만, 역사에 역행하는 거라고 봐요. 절실하게 노동 개념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이걸 여러 방식으로 확장은 못할망정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정말이지, 해고를 당해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오세훈 시장이에요. 굉장히 큰 좌절이 찾아온 시기지만은 그래도 엎드려 울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우리는 이 일자리 서울에서 다시 살려내고, 전국적으로다가 더 확장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거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같은 노동이 보편화되면 
그때는 도리어 자본가들이 들고일어날지도 몰라

 
a  발달장애인 문석영·남태준·소형민 피플퍼스트 활동가(왼쪽부터)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 축소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발달장애인 문석영·남태준·소형민 피플퍼스트 활동가(왼쪽부터)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 축소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 소중한

 
사람은 다 나이가 들잖아요.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라는 거를 언젠가는 모두가 잃게 되는 거죠. 그런데 젊었을 때 노동력 신나게 써먹다가 나중에 쓸모없어지면 칼로 잘라내듯 잘라버리는 게 지금 이 자본주의 사회잖아. 그렇다고 그렇게 능력이 없어진 사람들을 지금처럼 계속 쓸모없는 사람 취급 하고 내버려둘 거야? 뭐 언제까지 따뜻하게 감싸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만 하면서, 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도 돈 남으면 대강은 좀 돌봐줄까 이럴 건데요. 그래선 안 되겠죠.

자본주의적인 노동 생산성 기준으로 무능력하다고 버려지는 사람들, 약해지는 사람들, 늙어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노동의 관계를 새로 맺어가지고, 사회적으로도 평등하게 관계 맺어 갈 것인가, 이런 거를 국가가 잘 지원을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거야. 연금 같은 것도 중요하고, 돈 많은 사람들이야 그냥 놀면서 살겠다 하면 그러라고 두면 되겠죠.

그런데 그래봐야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쨌거나 노동으로 계속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는 게 삶에서 굉장히 소중하거든요. 이걸 노동 영역이 아니라 복지영역으로 돌려버리면, 그거는 곧 이 사람들을 그냥 굉장히 수동적인 서비스 대상자로만 바라보게 만들어요. 그러니께네 지금은 이런 문제를 단순히 시혜적 복지 차원이 아니라 노동의 문제로 푸는 거가 정말 필요한 시기인 거지.

물론 지금도 공공 일자리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러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도 있긴 하지. 많이 불안정한 일자리긴 하지만. 그런데 저는 이런 일자리를 넘어선 공공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거예요. 기존 공공 일자리들 보면은 직무들 자체가 굉장히 명목상으로, 시혜적으로 만들어놓은 경우가 많거든.

중증장애인들에게 최우선 적용 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같은 거를 시작으로 해가지고 공적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일자리, 권리를 생산하는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놔 봐. 물론 임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주고. 그러면은 모두가 나이 들어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의미 있게 세상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 취급 안 당하면서.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요? 네. 많이 들겠죠. 그런데 돈이란 게 왜 있는 건가? 사람들 잘 살라고 있는 게 돈 아냐? 그냥 돈 불려대려고만 돈을 사용하려 하고, 그래서 세상을 망치건 말건 거기에만 돈을 투자하려 하는 지금 체제가 진짜 이상한 거지. 저는요, 세상 망쳐대는 재벌에게 돈 몰아주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훨씬 더 이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렇게 해야 이 세상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 훨씬 더 잘 생산될 수 있기도 하고.

그러니께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같은 노동이 보편화가 되면은 진짜로 그때는 도리어 자본가들이 들고일어날지도 몰라, 하하. 자본이 지금까지 이윤을 최대한 많이 벌어들이려고, 그러니께네 생산성, 효율성 기준에 맞게 노동 세계를 만들어왔고 고 기준에 맞춰서 노동자들 착취해가며 돈 열심히 긁어모아 왔는데, 그런 노동들보다 소중한 노동들이 있다는 게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을 받게 돼봐.

사람들이 아! 자본에 복무해서 일하는 것보다 이 세상에 더 중요한 노동이 있구나! 그렇지,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에 진짜 필요한 거를 생산하는 노동이 더 중요한 거지, 생각하게 되어버리고. 이거 정말 어마어마한 변혁이 될 수 있지 않겠어? 체제가 전복되어서 사회적 관계라는 게 바뀌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바뀌면 체제 변화가 찾아오는 거지.

체제 변혁이라는 건 그냥 막연하게 커다란 해방 이야기만 막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작은 데서 하나씩 관계를 바꿔나갈 때 어떤 발아 지점이란 게 만들어지는 거고, 그게 씨앗이 되어서 혁명이란 것도 찾아올 수 있는 거죠. 씨앗만 잘 자리를 잡으면은 그 이후에야 뭐, 한꺼번에 확 올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네 타고 오듯이 천천히 우아하게 올 수도 있는 거고.
 
a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

 
 

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박경석, 정창조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4


#박경석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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