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부산대학교와 부산가톨릭대학교에 손글씨로 쓴 대자보가 부착됐다.
김보성
최근 거부권 속에 겨우 마련한 특별법도 "국민과 유가족의 바람이 아닌 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누더기 법"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매정함을 넘어 잔인함을 느꼈다"라며 취임 후 최저라는 국정지지율 20%도 이런 평가 속에 나온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라석호 학생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외치며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의 상황을 말하며 "누가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대자보는 심판의 필요성으로 끝을 맺었다. 그는 "더 이상 우리 안 깊은 곳에 있는 분노를 억눌러선 안 된다"라고 행동을 호소했다.
부산대 대자보는 한차례 뜯겨 나가기도 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연락이 닿은 라석호 학생은 "어제 오후에 붙였는데,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다녀오니 누군가가 떼어내 버렸더라. 그래서 새벽에 다시 손으로 써 자보를 부착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심경을 들여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첫머리에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문장을 말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최선미(고 박가영의 어머니)씨의 언급이 담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라석호 학생은 "대학생들이 정치사회적 사안에 무관심하다고 얘기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계기가 있을 때마다 유족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부산가톨릭대에서는 간호학과 소속 학생이 익명으로 대자보를 썼다. 해당 가톨릭대 학생 역시 "10.29가 돌아왔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윤석열 정부는 진정 국가가 맞느냐"고 공개적인 의문 부호를 달았다.
학생회관 인근에 자보를 붙인 그는 "계속적인 신고 전화에도 참사가 벌어지고야 말았다"라며 "(국가 책임에도) 고위관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라고 당시 부실 대응과 이후의 문제를 꼬집었다. 지적은 이태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허망하게 숨진 채해병 사건까지 소환하며 "지금 우리 곁에 국가는 없다"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퇴진을 함께 외치자"라며 릴레이 대자보 쓰기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