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재점검되어야

남북정상회담과 동북아 전략의 촛점

등록 2000.05.07 13:44수정 2000.05.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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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중순으로 예정된 남북간 정상회담과 이를 토대로 한 그 이후의 구상이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할 대외적 과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향후 남북간의 체제적 교류와 민족적 결합의 과정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외관계의 재정리이다.

그로써 동북아 정세 속에서 지금까지의 분단상황과는 다른, 한반도 전체의 국제적 위치와 역량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근거가 조성될 수 있다. 이는 그간 남과 북이 각기 체제유지 전략으로서의 냉전형 대결을 유지해오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온 대외관계의 성격과 그 본질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을 요구하는 작업이 된다.

이러한 작업이 전개되어야 만이 동북아 정세의 여건이 남북관계를 일차적으로 규정하고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변화가 주변정세의 판도에 주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힘들게 도달한 남북간의 합의된 목표가 있다해도 이는 기존의 대외관계가 정해놓은 행동반경에서 주변열강의 동북아 전략을 우선하는 논리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어, 자칫 그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남북상호책임전가나 역량상의 한계에서 오는 민족적 좌절감을 맛보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의 대외적 과제의 본질은 "남북간의 총체적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북아정세의 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경우, 냉전시기의 체제환경을 압도적으로 규정해온 대외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과의 관계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 민족적 합의의 기반 위에 구상하고 짜들어 가야 할 <분단이후체제>는 지난 반세기동안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서 유형무형으로 강화되었던 냉전적 대결장치의 해체와 그 장치가 우리의 동북아 전략에 내재해놓은 <반국적(半國的) 성격>을 극복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포함된다.


여기서 <동북아 전략의 반국적 성격>이란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가 한반도의 또 다른 반국체제인 북한을 고강도로 압박해 들어가는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반도 전체의 민족적 역량이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도외시된 사고구조인 것이다.

북한에 대한 대결과 압박으로 압축되는 이러한 봉쇄정책의 한 축으로서 기능해온 미국과의 관계는 따라서 남북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근본적으로 재점검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미국의 대(對)북 정책 내지는 대(對)한반도 전략은 공화당의 강경파든 민주당의 온건파든 관계없이 본질상 대(對)중국 포위정책의 패권 전략적 보조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면, 기존의 대미관계가 수정없이 지속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과 충돌을 의미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여기에는 일본과의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대(對)중국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려는 미국의 전략이 아울러 개재되어 있어 우리로서는 그와 같은 패권구조 속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는 민족 공동의 대응이 절실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들어 미국의 이러한 동북아 전략에 대한 공동전선을 펼치면서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국제적 발언권을 어떤 형태로든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이러한 미국의 정책과 관련이 있음을 우리는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대(對)미관계는 이렇게 우리민족 전체의 행동반경과 관련된 동북아 주변정세의 향후 전개과정을 좌우하는 비중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아래 먼저 우리 내부에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해야 할 논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반도의 냉전체제 안에 존재하는 미국의 전략적 실체인 미군의 지위 내지는 동북아 군사전략에 대한 논의와, 시장개방을 앞세워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게 될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전략에 대한 깊은 검토이다.

이 두 가지는 우리를 미국에게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종속적 또는 보완적 위상에 머무르게 하고 남북간의 총체적 역량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동북아 전략의 새로운 기초를 세워나가는데 중요한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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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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