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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탈릿
탈릿은 기도보라고 한다. 가로 1.5 미터부터 세로 1.2 미터까지 여러 크기의 탈릿이 있으나, 보통 대중적으로 쓰이는 탈릿의 크기는 가로 1.5 미터 세로 0.6 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물론 탈릿이 일정한 규격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손수건으로 성인의 어깨를 감쌀 수 없고, 조그만 보자기로 뚱보 아저씨의 몸을 감쌀 수 없듯이, 그저 자신의 몸을 잘 두를 수 있는 크기면 오케이. 이것이 탈릿의 크기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쥬이시들은 기도를 드릴 때 항상 탈릿을 두르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기도를 할 때, 자신의 몸을 탈릿으로 감싸주어 기도에 집중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외부환경을 차단한 채, 오직 하나님과 나만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성스러운 보호막이 결국 탈릿이 되는 셈이다.
탈릿의 재료는 무명, 모, 비단 등 천연섬유가 사용되나,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어서 짠 천은 탈릿의 재료로 사용될 수 없다. 즉, 무명+모, 이런 식으로 만든 탈릿은 탈릿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비단+모, 비단+무명, 등 비단만큼은 어느 쪽과 섞여도 무방하다.
(점점 복잡하군!)
탈릿을 입을 때는, 먼저 탈릿을 두르기 전에 시편 104:1-2를 음송하며 묵상을 드린다. 묵상이 끝나면 탈릿을 앞으로 활짝 펼치며 또 한번 '복되신 이여, 주되신 우리의 하나님이시여, 우주의 왕이시여, 당신의 계명으로 우리를 성별하신 이여, 우리에게 명하시기를 우리를 탈릿의 찌찌트로 감싸라 하시나이다'라고 음송한다. 이 순간 쥬이시들은 자신의 온 몸이 계명으로 보호되는 순간을 느끼게 되고, 어떤 쥬이시들은 탈릿의 꼭대기 부분에 입을 맞추는 사람도 있다.
다음에는 탈릿을 뒤로 돌려서 머리로부터 어깨에 두른다. 두를 때는 아무 생각없이 두르면 안된다. 아까 설명했듯이 탈릿을 두르는 그 순간에도 외부환경과 차단되어 하나님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 후에 어깨에 두른 탈릿을 천천히 온 몸에 두른다.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 가면, 벽앞에 서서, 혹은 의자에 앉아 머리부터 어깨 위로 탈릿을 늘어뜨리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때로는 울면서 기도하는 쥬이시들을 거의 매일 어느 때나 볼 수 있다. 몸을 흔드는 것은 온 몸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란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고, 속삭이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속삭이면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이유는 다 탈릿 때문이다. 바지 뒷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손수건처럼 작은 탈릿으로 인해 외부환경과 차단되어 오직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참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찌찌트
탈릿의 아랫부분의 귀퉁이에는 일종의 '술'이 달려 있고, 이것을 찌찌트라고 한다. 쥬이시들은 탈릿에는 꼭 찌찌트를 단다. 찌찌트가 없으면 탈릿이 아니다.
대부분의 쥬이시들은 성인식 일주일 전쯤 찌찌트가 달리지 않은 탈릿을 아들에게 선물하여 미리 그 사용법을 가르친 후, 성인식 날에 찌찌트를 단 완성된 탈릿을 처음으로 사용하게 한다. 성인식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만 13세에 치르게 된다. 13세의 남자는 성인식을 거친 후, 비로소 하나님과 기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쥬이시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는 별것도 아닌, 그저 지저분하게 늘어뜨린 장식용 실로 보이지만, 찌찌트는 생각 외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쥬이시들은 이 찌찌트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는데, 찌찌트는 꼭 본인이 만들어 달아야 한다. 찌찌트는 탈릿 양쪽 끝의 네 귀퉁이에 달게 된다.
찌찌트의 재료가 되는 실은 쥬이시가게나 쥬이시서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한 조에 열 여섯 가닥의 실이 들어 있다. 네 개는 길고 열 두 개는 짧다. 찌찌트를 만들 때에는 길이가 일정치 않을 경우가 생기는데, 이 경우, 칼이나 가위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끊거나 자를 때는 본인의 이(teeth)를 사용해야 한다.
찌찌트를 만들 때는 숫자를 정확히 지켜야만 한다. 실을 한번 더 감지도, 덜 감지도 말아야 한다. 모든 숫자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찌찌트는 탈릿뿐 아니라, 평상복(쥬이시들이 입고 다니는 검정색 양복)에도 달도록 되어 있다. 양복하단, 모자, 특히 어디에 달려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길게 늘어진 술들이 바로 찌찌트다.
한 인간으로서 하나님을 만나는 길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마음뿐만이 아니라, 몸도 하나님을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쥬이시들(모든 이스라엘 사람을 지칭하는 것 아님)은 어떨 땐 너무나 대단해 보인다. 그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탈릿과 찌찌트는 어쩜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 하나님을 만나는 세계를 제공해주는 가장 흔한 '신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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