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굿과 사물놀이는 같은 것? - 그 두번째

풍물굿의 지역적 분류와 악기

등록 2001.01.19 18:57수정 2001.01.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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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굿에는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지역적 분류가 있다.

웃다리풍물


경기안성풍물굿, 평택풍물굿, 대전풍물굿, 이천풍물굿 등이 있으며, 충청도 이북을 웃다리라고 하고, 전라도 아래쪽으로는 아랫다리라고 한다.

경쾌하고 밝은 편이다. 쇳소리가 분명하며 쇳소리 위주의 가락 구성으로 발달했다.

짜임새가 탄탄하고, 갖가지 진풀이(여러 가지 진(陣)을 짜면서 노는 일)와 무동놀이(무동이 상쇠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재주를 부리는 놀이), 상쇠놀이(상쇠가 교묘한 쇠가락을 치고, 춤추며, 벙거지에 달린 상모를 돌려 노는 놀이) 등 놀이가 발달하였다. 삼색띠, 상모를 사용한다.

호남우도풍물

이리풍물굿, 김제풍물굿, 영광풍물굿, 진도(소포)풍물굿 등이 있으며 화려, 섬세, 다양하여 여성적이다. 장고가 중요시되며 비교적 가락이 다채롭다.


개인놀이에 치중하고, 밑놀음(꽹과리, 징, 장구, 소고 따위로 농악 가락을 치는 놀이)이 발달하였다. 큰북은 안치는 편이며, 판굿 외의 굿도 전승. 보존되고 있다.

설장고놀이(장고잽이 혼자서 장고를 치면서 노는 놀이를 '설장고놀이', 둘이 하는 것을 '쌍장고놀이'라 함), 부포놀이(상쇠가 벙거지 위에 달린 부포를 흔들거나 돌리는 놀이) 등을 한다.


복장은 화려하여 치배(타악기를 치는 사람)는 모두 고깔을 쓰고, 상쇠(꽹과리를 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는 뻣상모(뻣뻣하게 서있는 상모)를 쓴다. 부포상모는 가는 종이 여러 가닥이나 깃털로 만는 부포를 쓰고, 채상모는 가늘고 긴 종이로 만든 채를 쓴다.

호남좌도풍물

진안(중평)풍물굿, 임실(필봉)풍물굿, 화순(한천)풍물굿, 여천(백초)풍물굿 등이 있으며 웅장, 쾌활, 단순하여 남성적이다. 빠르고 투박하면서 힘이 있다.

단체놀이에 치중하며 윗놀음(꽹과리나 소고재비들이 상모를 돌리는 놀이)이 발달하였다. 상모놀이, 짝쇠놀이(두 사람이 재담 또는 장단을 주고받는 놀이) 등을 한다.

복장은 간소한데 치배는 모두 상모와 전립을 쓰며, 상쇠는 부들상모를 쓴다.

영남풍물

부산(아미)풍물굿, 예천(통명)풍물굿, 김천(빗내)풍물굿, 청도(차산)풍물굿, 진주풍물굿, 밀양백중놀이 등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자진가락(빠르고 잦게 넘어가는 가락)을 많이 사용하는데 북을 많이 사용하여 힘차고 박진감이 있다.

판굿보다는 진풀이와 고사의례가 발달하였다. 단체행동을 중시한다. 지신밟기, 북놀이(북을 메고 나와 벌이는 놀이) 등을 한다.
상모, 전립을 쓴다.

영동풍물

강릉(홍제)풍물굿, 고성풍물굿 등이 있으며 매우 단조롭고 혼합박자의 가락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외가락의 반복이다.

단체놀이에 치중하며, 농사풀이(농사짓는 것을 흉내내는 놀이)가 발달하고 지신밟기가 성행한다. 무동놀이(어린이가 어른의 어깨 위에서 춤을 추면서 재주를 부리는 놀이)의 사람탑쌓기 등의 놀이가 있다. 치배는 모두 상모를 쓰며, 무동은 고깔을 쓴다.

크게 지리산쪽의 산간지방(좌도)과 평야지대(우도)로 나뉘어 지며 산간지방은 힘이 있고 소박하게 치는 특징이 있고 평야지대는 농업이 발전한 관계로 판굿이 다양하고 가락이 화려한 면이 있다. 경상도가 북을 중요하게 사용한 반면 전라도는 장구를 많이 사용하여 풍물을 구성하였다.

북한의 풍물굿은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북한에서 편찬된 <조선의 민간오락>(1954)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민속놀이는 가무놀이, 경기놀이, 겨루기놀이, 아동놀이로 구분 짓고 있다. 농악놀이(북한은 풍물굿을 이렇게 부른다)는 남한처럼 풍물만 치며 연행하는 경우보다 줄다리기식의 겨루기놀이 또는 탈놀이와 같은 가무놀이와 혼합되어 연행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 풍물굿에서 쓰는 악기에는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자.

꽹과리

풍물굿을 지휘하는 구실을 하는 악기로 흔히 '쇠'라고 하며 '매구', '깽매기' 등으로도 일컫는다. 쇠는 풍물굿판에서 자극적이면서도 충동적인 가락으로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데, 풍물패의 앞에서 치배들을 이끌어가며 쇠는 치는 사람을 '상쇠'라 한다.

쇠는 음색에 따라 숫쇠와 암쇠로 구별할 수 있는데, 숫쇠는 소리가 야물고 높으며, 암쇠는 소리가 부드럽고 얕다. 숫쇠와 암쇠가 서로 받아치며 하는 놀이는 마치 암새와 숫새가 서로 이야기하듯 잘 어우러져 풍물굿의 가락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한다.



금속 타악기의 하나로 본래의 소리는 '정'이나 징으로 굳어졌다. 징은 원박을 정확하게 쳐주는 것이 중요하며, 사물의 가락을 모두 감싸서 멀리 울려 퍼지게 한다. 풍물악기 가운데 가장 은은한 소리를 내며, 포용력이 있는 악기라 할 수 있다.

징은 연주가 다양하지 못한 단점이 있으나 바로 그런 이유로 발림이 다양하고 여유가 있어 춤으로 신명을 표출하기가 좋다. 징은 풍물굿 전체를 껴안아 가는 소리라 할 수 있다. 서양악기에서 콘트라베이스가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 쓰임새가 비교적 넓은 편이며, 풍물굿보다는 오히려 무악에서 더 많이 쓰인다.

장고

장구라고도 불리는 장고는 양편의 머리가 크고 허리가 가늘어서 '세요고'라고도 한다. 장고의 왼쪽(궁편)은 가죽이 두껍고 소리가 낮으며, 오른쪽(채편)은 가죽이 얇고 높은 소리를 낸다. 장고의 통은 보통 오동나무 또는 소나무를 쓰는데 이 나무장고 말고도 바가지장고, 채바구장고, 옹기장고, 양철장고 등이 있었다고 한다.

풍물굿판에서 분위기를 흐드러지게 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악기이며, 민요나 춤 장단을 칠 때는 궁편을 손으로 치기도 한다. 당악과 향악(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음악)에 처음 쓰였으며, 지금은 정악, 산조, 잡가, 민요, 풍물굿, 무악 등 거의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북은 구조가 간단하여 손쉽게 다룰 수 있으며, 풍물굿의 악기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악기이다. 북은 다양한 가락을 연주하기보다는 박을 힘있게 짚어가면서 다른 가락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치는 방법에 따라 외북(춤 위주)과 쌍북(가락 위주 : 북채 2개 - 진도, 금릉, 김해 등지)으로 나누어진다.

소고

풍물굿에 쓰이는 작은북으로 '법고', '버꾸', '매구북'이라고도 하는데, 오늘날의 소고는 옛날보다 크기가 작아져서 장단마다 첫 박에 한 번씩 치며 춤을 추는 것이 고작이다.

소고잽이들은 보통 상모를 쓰는데, 호남우도와 강원도에서는 고깔을 쓴다. 고깔을 쓰는 경우에는 소고잽이가 멋드러진 춤가락을 보이고, 채상모가 달린 전립을 쓰는 경우에는 힘찬 춤가락과 함께 상모놀음을 벌인다.

나발

나발은 길이가 약 125cm이며, 원래는 군악기로 쓰였다. 전라도, 충청도에서는 쇠로 만든 것을 썼으며 '나발'이라 불렀고, 영남지방은 나무로 만든 것을 썼으며 '고동'이라 한다. 풍물패가 어떤 마을에 들어갈 때(마을에 들어간다는 신호로 나발을 3번 분 다음 당산굿을 치고 들어간다.) 또는 풍물패를 모아 출발할 때, 그 밖에 신호용으로 많이 쓰인다.

나발은 대포수(잡색의 하나로 포수 옷차림을 한다), 상쇠, 설장고 중 어느 한 사람이 부는데, 먼저 1초를 울리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치배들에게 준비를 하라는 뜻이 되고, 2초를 울리면 모두 모여 떠날 채비를 하라는 뜻이며, 3초를 울리면 출발하라는 뜻이다.

태평소

태평소는 전체 길이 약 46cm의 원추형으로 '날라리', '새납', '호적(호적)'이라고도 부른다. 서양악기의 호른(Horn)의 역할을 한다. 선율악기 가운데 성량이 가장 높으며, 지공(구멍)은 모두 8개이다. 태평소는 본래 궁중의 대취타에 쓰였는데, 걸립형태 때 들어와 풍물굿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주었으리라 본다.

우리는 두 번에 걸쳐 풍물굿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우리의 풍물굿은 우리 문화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해방 직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마을에선 풍물굿이 행해졌지만 이젠 뜻있는 대학생들에 의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깝다.

결혼식에서도 이젠 서양식 풍습으로 거의 대체되었다. 하지만 전통혼례를 현대에 맞게 조금 변형한 민중혼례를 하고 그 때에 풍물굿과 비나리(신께 행운을 비는 의식)를 통해 신랑신부의 앞날을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빌어준다면 아름답고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각종 행사에서도 풍물굿을 활용한다면 더욱 알찬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라도 우리 국민들은 제발 우리 문화의 철학을 옳게 이해하고, 애정을 갖어 주길 바란다. 갈수록 혼자만의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이 되어간다. 이런 세상의 흐름에 우리의 풍물은 기막힌 보약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덧붙이는 글 | ● 도움 받은 자료
  <풍물굿에서 사물놀이까지>, 김헌선, 귀인사, 1991
  <서울 봉천놀이마당 민속자료집>
  <풍물교실>, 풍물춤패 '깃발', 민맥, 1991
  <민속대사전>, 민족문화사, 1991
  <양동훈CD>, 어울 '98 양동훈, 2000


● 도움 받은 인터넷 사이트
  봉천놀이마당 : www.norimadang.or.kr
  인터넷 사물놀이 : www.samulnori.net
  이형영의 탈춤풍물 한마당 : www.pungmuak.com

덧붙이는 글 ● 도움 받은 자료
  <풍물굿에서 사물놀이까지>, 김헌선, 귀인사, 1991
  <서울 봉천놀이마당 민속자료집>
  <풍물교실>, 풍물춤패 '깃발', 민맥, 1991
  <민속대사전>, 민족문화사, 1991
  <양동훈CD>, 어울 '98 양동훈, 2000


● 도움 받은 인터넷 사이트
  봉천놀이마당 : www.norimadang.or.kr
  인터넷 사물놀이 : www.samulnori.net
  이형영의 탈춤풍물 한마당 : www.pungmu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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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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