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툭 터놓고 얘기해보자. 여러분은 국내 음악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음악 듣고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나는 요즘 벌어지는 '꼴'을 보면 황당함을 넘어서 울화통이 치밀어 견딜 수 없다.
이미연, 이영애 등 배우들을 표지모델로 내세워 여러 장의 CD를 세트로 파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홍수. 가수들 자신의 음악적 철학도, 의식도 없이 그저 기획사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며 만들어지는 리메이크 앨범. 엽기인지 뭔지를 앞세우면서 음악 외적으로 뭔가 튀는 게 없으면 안되는 시대. 갈수록 줄어드는 라이센스로 인해 비싼 수입앨범을 사야 되는 현실. 뭔가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 같지 않은가?
사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인 컴필레이션 앨범의 폐단이야 수많은 매스컴에서 워낙 많이 다루어서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지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 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예전 팝음반 시장이 황폐화된 원인 중의 하나가 '나우', '맥스' 등 각종 컴필레이션으로 인한 정규앨범 판매 부진이었다는 것이다.
FM라디오에서의 팝음악 방송 축소도 원인 중의 하나였지만 이러한 편집앨범의 난무는 제살 깎아 먹기로 이어진 것이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지금 우리 가요계도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먼저 '이미연의 연가'를 제작한 GM기획 김광수 사장에게 악감정 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을 얘기한다. 다만 김광수 사장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에게서는 말 그대로 장사꾼으로서의 자질은 있을지언정 정녕 대중음악을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인드는 눈꼽만치도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얼마나 장사가 되는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에만 몰두했지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을 탄생시킬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덕분에 이러한 컴필레이션앨범을 하면 돈이 될 것 같아 그대로 따라 하는 철새들만 넘쳐나며 '애수'니, '러브'니 하는 정체불명의 아류작들이 베스트셀러로 둔갑해 대형음반 매장의 한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웃기는 현실이란 말인가!
'이미연의 연가'가 나오기 훨씬 전에 나는 '편집앨범 듣지도 사지도 말자'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되풀이 말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러한 컴필레이션 앨범 때문에 정작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앨범이 상업적 문제에 막혀 발매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소비자 모두가 합심하여 이런 저질 편집앨범들을 절대 사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음반이 무엇인지 음반제작자들에게 알릴 사람은 우리 소비자인 것이다.
지금 이 문제를 방치했다가는 앞으로도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편집앨범들이 쏟아져 나온다(벌써 그러고 있지만 말이다). 음반 제작자들과 소비자 모두의 각성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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